[풍향계] 홈리스 텐트촌의 개 짖는 소리

LA 어디나 그렇듯 중앙일보 주변에도 홈리스들이 꽤 있다. 회사 주차장 담벼락 바로 아래엔 아예 대여섯 채가 텐트촌을 이루고 있다. 어쩌다 그 앞을 걸어 지나갈 때면 한길인데도 괜히 마음을 다잡게 되고 발걸음도 더 재촉하게 된다. 본능적인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엔 개를 키우는 사람이 있어 유심히 보곤 한다. 이곳 뿐 아니라 차를 타고 다니다보면 개 한 두 마리씩을 데리고 구걸하는 홈리스도 꽤 자주 만난다. 처음엔 의아했다.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 텐데 반려견이라니. 주인 잘 못 만나 개도 고생하는구나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우연히 어떤 글을 봤더니 노숙자는 자기보다 오히려 반려견을 더 열심히 보살피고, 그들이 키우는 개도 일반 가정의 개보다 훨씬 건강하다는 내용이었다. 노숙자와 지내는 개는 행복하지도 않고 건강상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비만 가능성도 낮고 낮선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나 분리 불안 등 행동장애도 적다는 것이다. 개 주인 노숙자 역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고 사회와의 단절에서 오는 고립감을 이겨내는데도 반려견이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어쩌라고? 노숙자 개인이 반려견을 키우든 말든, 아침부터 부지런히 재활용품을 모으든 말든, 급증하는 홈리스는 이제 그 자체로 미국이 풀어야 할 중요한 사회 문제가 됐다.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캘리포니아에는 13만 4000명 이상의 노숙자가 있다. 주 의회는 이들을 돕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적시에 적절하게 집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LA시를 포함한 LA카운티 내 노숙자도 5만3000명이나 된다. 시 의회나 에릭 가세티 시장 역시 홈리스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지난 봄 한인타운 한복판에 건립을 추진하다 한인들의 공분만 샀던 임시 셸터가 그나마 대책이라면 대책이었다.

정부 당국이 잘 못하니 민간단체들만 바빠졌다. 많은 한인 교회들은 정기적으로 혹은 수시로 먹을 것, 입을 것을 들고 노숙자들을 찾아간다. 사랑의 점퍼니 담요니 해서 한인 언론사들도 연말이면 노숙자 이웃을 살핀다. 하지만 이런 일시적 온정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노숙자 밀집지역을 한 번이라도 둘러 본 사람들은 그 비참한 상황에 머리를 내젓는다. 온갖 옷가지와 음식물 쓰레기, 오물 등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고 악취까지 진동한다.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많은 노숙자들이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이러고도 미국이 1등 국가라 할 수 있을까. 날마다 새로운 노숙자가 생겨나고 또 이렇게 대책없이 방치되고 있는데도 미국이 다른 나라의 인권을 말할 수 있을까.

지난 화요일 한낮. 몇 대의 경찰차와 대형 청소차가 들이닥쳐 회사 주변 인도에 있던 노숙자 텐트들을 싹 쓸어갔다. 너저분하던 길이 깨끗해졌다. 하지만 한 시간이 채 못 되어 다시 노숙자 텐트가 들어섰다. 치우면 세우고, 또 치우면 또 세우고. 올해에만 몇 번째 되풀이되는 풍경이다.

어떡하란 말인가. 처음부터 노숙자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멀쩡히 잘 살다가도 한 순간 직장을 잃거나, 가정이 깨지거나, 치솟는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해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그냥 노숙자가 되는 곳이 미국이다. 그럼에도 우린 홈리스 문제를 자꾸 개인의 무능과 게으름 탓으로 돌리곤 한다.

본질은 노숙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 경제 시스템에 있다. 해결은 결국 정치의 몫이다. 대통령이 목청껏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무역전쟁을 벌이고, 악착같이 이민자를 막고 있을 때 '뷰티풀 아메리카'는 이렇게 안으로 시들어가고 있다.

왈왈, 회사 담벼락 아래 홈리스 텐트에서 다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역사의 창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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