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프랑스적 매력 한껏 발산…동성애 로맨틱 코미디

파리 여성 아나이스(아나이스 드무스티에)는 세 명의 연인들과 만남을 이어간다. 30살의 그녀는 학위 논문을 준비 중임에도 불구하고 임신 중이다. 그러나 남자 친구와 곧 헤어진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노신사 다니엘과 잠깐의 로맨스를 즐기기만 그도 만족스러운 상대가 못 된다. 정작 아나이스가 깊이 빠져드는 사람은 다니엘의 동거녀 에밀리(발레리아 브루니)다.   충동적이지만 정신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아나이스는 출판사 대표 다니엘의 소개로 유명 저자인 에밀리의 책을 읽으며 작가의 내면세계에 이끌린다. 그리고 에밀리가 집필 중인 시골로 찾아간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만 하던 아나이스의 사랑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너무도 대조적인 두 여자는 서로의 다름에 매료된다. 젊음의 정열을 즉흥적으로 드러내고 감정에 치우치는 돌발적 행동으로 상대방을 당황케 하는 아나이스와 성숙하고 차분한 지성의 소유자 에밀리는 만남을 지속해 가며 서로에게서 유혹의 감정을 느낀다. 남자들과의 열정 없던 관계에 지루해하던 아나이스의 몸과 마음은 이제 온통 에밀리로 차 있다.     오늘 돌진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사랑, 아나이스에게 사랑은 일단 가봐야 하는 모험이다. 그녀는 사색적이며 이성적인 에밀리의 모습을 자신의 미래로 만들고 싶어한다. 마침내 두 여자는 욕망 이상의 존재로 서로를 인증한다.   파리지엔느들의 프랑스적 매력이 한껏 발산되는 로맨틱 코미디 ‘아나이스 인 러브’는 여성 감독 샬린 부르주아-타케의 데뷔작으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초연됐다. 감독은 아나이스의 충동성을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는 삶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인간 본능의 하나로 동성애에 접근한다.     이성적 관계는 서로에게 필요한 섹스 파트너일 뿐이다. 브르주아-타케 감독은 정열 없는 이성 관계 대신 동성 관계를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감독은 아나이스와 에밀리의 관계를 이성적 관계와는 달리, 섹스를 넘어서도 존재하는 사랑으로 묘사하고 그들에게 강렬한 케미스트리를 불어 넣는다.  그리고 자유로운 파리지엔느들의 영혼이 깃든 자매애, 혹은 여성 간의 연대감을 연출해낸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최고 버전을 에밀리를 통해 열망하는 아나이스에게 에밀리는 자기애적 사랑의 대상이며 슬픔, 고통에 대한 철저한 거부의 표상이다. 두 여성의 불꽃 튀는 욕망이 지나간 후, 아나이스는 더욱 성숙한 여성으로 변모한다. 섹스를 넘어서도 존재하는 사랑을 찾아가는 그녀의 여정은 여느 사랑과 마찬가지로 유혹과 질투, 복수심 같은 장식품들로 채워져 있다.     불어 원제는 ‘아니이스의 연인들(Les Amours d'Anais)'이다.  김정 영화평론가아나이스 영화 아나이스

2022-05-13

팬데믹 폐점 위기 책방을 구하라

독서는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우리는 거울을 통해 현재의 나의 모습을 보지만 독서는 미래의 나를 보게 한다. 책에는 정말 많은 세상이 있다.     동네 서점 주인이 주는 친절함과 진솔함은 왠지 동네 책방 아저씨 특유의 분위기로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동네 사람들을 정감으로 안아주고 그들에게 책 한 권을 진지함으로 추천해주던 서점 주인들의 넉넉한 인정은 이제 우리 곁에서 흘러간 일이 돼 버렸을까.     불행하게도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독립 서점들이 운영을 중단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구매는 동네 서점들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동네 서점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다큐멘터리 한편을 소개할까 한다.     ‘헬로우 북스토어’는 매사추세츠주의 레녹스에 위치한 ‘더 북스토어(The Bookstore)'라는 이름의 독립 중고서점 이야기이다. 1976년 개점한 이래 근 반세기 동안 동네 사람들과 친근한 교제를 나누었던 가게 주인 매튜 테넨바움의 따뜻한 인간미를 그린 감동적 ‘초상화’이기도 하다.     이 서점 역시도 어김없이 펜데믹의 영향 아래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A.B. 잭스 감독은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서점들이 문을 닫았음을 상기시키며 ‘더 북스토어’가 어떻게 아직도 가게 문을 닫지 않고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지나간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서점의 모습이 비교된다. 이 작품은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 기획됐던 작품이다.   자유분방하고 편안한 성품을 지닌 ‘미스터 북스토어’가 전염병의 그늘에서 폐점 위기에 처하자 동네 주민들은 서점을 구하기 위해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금을 마련하여 그를 도왔다. 덕분에 서점은 평화로운 마을 가로수가 늘어선 거리의 랜드마크로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도 ‘더 북스토어’를 지켜낼 수 있었던 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의 책과의 소중한 인연들 때문이었다. 독서라는 길로 자신들을 안내해준 이 서점은 그들의 ‘인생 서점’이었으며 또한 자녀들의 미래가 있는 곳이었다.     ‘헬로우 북스토어’는 동네 서점이 집밥처럼 소박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음을, 그리고 그 안에 우리의 미래가 있음을 일깨워주는 이야기이다. 책과 독서에 대한 즐거운 찬사이고 중고 책방 선반에 숨겨져 있던 아름다운 이야기들 중 한 편이다. ‘더 북스토어’는 누구나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을 동네 서점에 대한 옛 향수와 기억을 머금고 오랫동안 그곳에 남아 있을 것이다. 김정 영화평론가북스토어 영화 헬로우

2022-05-13

독립·정치·일상·사랑…이스라엘 담은 영화제

600만 명이 학살당했던 홀로코스트(Holocaust)와 더불어 오랜 핍박의 역사를 안고 살아온 유대인들은 1947년 유엔의 승인을 얻어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라 불리는 국가를 설립하기까지 나라가 없던 민족이다.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은 영국의 위임통치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이스라엘 독립 76주년을 기념하는 ‘이스라엘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유대인의 지난 역사 그리고 이스라엘의 오늘을 총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11편의 영화들을 온라인(https://www.Menemshafilms.com/israel-film-fest-2022)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벤구리온, 에필로그(Ben-Gurion, Epilogue, 70분)   현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스라엘의 초대 수상 다비드 벤구리온을 다시 만난다. 1968년 그가 82세 때 이루어진 인터뷰는 생을 마감하는 지도자의 자기 성찰과 진솔한 영혼이 느껴지는 영상이다. 벤구리온은 글로벌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는 오늘날 리더의 역할에 대한 놀라운 비전을 제시한다. 이스라엘의 오늘을 만든 그의 통찰력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신발 끈(Shoelaces, 90분)   신장 기능이 멈추어 가는 아버지에게 신장을 기부하려는 지적 장애 아들의 이야기. 최근 어머니를 잃은 가디는 아버지마저 잃게 될까 두렵다. 그러나 가디의 유일한 보호자인 아버지에게 아들의 신장 이식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법적 판단이 내려진다. 가디는 아버지의 생명을 구할 권리를 위해 투쟁을 시작한다. 상호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부자간의 사랑이 감동적이다.       ▶뮤지엄(The Museum, 74분)   이스라엘의 역사와 문화를 한곳에 모아 놓은 이스라엘 박물관(Israel Museum). 이곳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18개월 동안 관찰하며 박물관장, 큐레이터, 팔레스타인 관광 가이드, 시각장애인, 시큐리티 가드 등 박물관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한다. 박물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문화 현상과 문화 충돌 등 박물관의 일상을 콜라주처럼 모아 놓은 란 탈(Ran Tal) 감독의 다큐멘터리.   ▶라빈 전기(Rabin In His Own Word)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이스라엘 역사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독립전쟁,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승리로 이끈 이츠하크 라빈의 전기 영화. 골다의 사임 이후 두 차례 수상을 지낸 그는 최초의 이스라엘 태생의 수상이었다. 아카이브 영상을 통해 이어지는 라빈의 전기는 내레이터가 따로 없이 라빈의 목소리로 진행된다. 그는 극우파 유대인에 의해 암살됐으며 오랜 군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평화에 기여한 위대한 지도자로 기억되고 있다.     ▶계곡을 위한 자장가(A Lullaby for the Valley, 75분)   구약에 나오는 이스르엘 골짜기.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도 이곳에 머무르며 골짜기 풍경만을 그리는 화가 엘리 샤미르(Eli Shamir)의 이야기. 병을 얻어 그림 그리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그는 이스르엘 골짜기의 끝없는 들판, 고대를 연상시키는 오크트리 등으로 여전히 자신의 캔버스를 채워 나간다. 다큐멘터리작가 벤 샤니가 무려 10년에 걸쳐 샤미르를 인터뷰하고 세월과 함께 변해가는 그의 그림들을 관찰한다.       ▶본 인 예루살렘 앤 스틸 얼라이브(Born in Jerusalem and Still Alive, 83분)   ‘예루살렘에서 태어났지만, 아직도 살아 있다’는 영화의 시니컬한 제목은 ‘테러’를 의미한다. 로넨은 자파 거리에서 관광객들에게 얄팍한 이스라엘 역사를 가르쳐주는 가이드를 보고, 관광 상품을 고안해낸다. 그는 예루살렘의 유적지를 안내하는 대신 관광객들을 폭탄 테러가 일어났던 현장들로 안내한다. 투어 중 건축학도 아시아를 만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끌리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테러와 트라우마가 그들 사이에 끼어든다. 테러의 거리, 그에 따른 일상의 부조리성을 묘사한 로맨틱 코미디.     ▶아워 내추럴 라이트(Our Natural Right, 46분)   70여 년 전 단어 하나, 쉼표 하나까지 장시간의 세심한 토론을 하며 독립선언문을 작성했던 국민회의 의원들의 손자, 손녀들이 다시 같은 장소에 모인다. 그들은 오늘의 이스라엘을 사는 자신들의 아이덴티티에서부터 그들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진지한 토론을 이어간다.     ▶가장 평범한 이야기(An Average Story, 18분)   아비 코헨은 통계국이 이스라엘 독립 70주년을 기념해 평균치의 봉급과 운전면허 기록, 자녀 수, 학력 등의 데이터를 기반하여 찾아낸 ‘가장 평균적인 유대인’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졸지에 셀럽 대열에 오르고 자신의 이미지를 상품화하여 큰돈을 벌어들인다. 18분짜리 단편이지만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들이 흥미롭다.       ▶골다(Golda, 85분)   마거릿 대처 이전 ‘철의 여인’은 골다 메이어였다. 이스라엘 최초의 여성 수상 골다는 남성 이상의 강인한 성격과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1978년 80세를 일기로 사망하기 전, 골다는 이스라엘 TV와 인터뷰를 했다. 공식적인 인터뷰가 끝났음에도 골다는 계속 말을 이어갔고 카메라도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미공개 부분이 포함된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는 타협하지 않고 사회주의를 지향했던 골다의 통치철학과 전쟁 불가피론을 다시 접하게 된다. 김정 영화평론가이스라엘 온라인 영화 이스라엘

2022-05-06

"어머니 모시고 '힐링 영화' 한 편 어때요"

  ━   마더스데이 추천 드라마   파친코   아름답고 강인한 어머니     모든 가정에는 그들의 '선자'가 있다.   "지가 밤낮으로 일해가 손톱이 다 부러지고 허리가 뽀사지고 배를 쫄쫄 굶는 한이 있어도 내 아는 부족한 거 하나 없이 키울 겁니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조용한 한국 걸작이 우리 드라마를 부끄럽게 만든다"고, 미국 롤링스톤은 "특별한 예술성과 우아함을 갖췄다"고 평했다. 영국 글로브앤메일은 "올해의 위대한 드라마가 아니라 지난 몇 년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파친코는 재미 작가 이민진의 베스트셀러 소설 파친코〉가 원작이다. 2017년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읽어보라고 추천했던 책이기도 하다.   파친코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와 1980년대를 오가며 그 격동기를 살아낸 선자(윤여정, 김민하 분)와 4대에 걸친 생존기를 아우르는 대서사시다. 부산 영도와 미국 뉴욕, 일본 오사카와 도쿄를 무대로 한 방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국을 떠나는 딸에게 이 땅에서 난 쌀로 밥 한 끼를 해주고픈 엄마의 마음은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하얀 쌀을 정성스레 씻고, 불리고, 걸러 솥에 안치고 밥을 완성하는 엄마의 마음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또한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선자의 여정은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초상이다. 고향 냄새가 배어 있는 옷을 차마 빨지도 못하고 눈물을 떨구는 어머니는 자식에게 강인함과 선함, 지혜를 물려주며 낯선 땅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간다.   시간이 흘러 선자는 할머니가 됐고, 손주인 솔로몬(진하 분)은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인 회사를 다닌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다소 희미해졌을지 모르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처럼 한국계 미국인으로 독특한 위치에 서 있는 작가의 시선이 투영된 작품이기에 파친코는 더욱 공감을 산다. 이민자의 역사와 정체성, 상실에 관한 이 이야기에서 오늘, 우리는 어머니에 대한 존경과 헌사를 함께 읽을 수 있다.   아름답고 강인한 어머니 선자는 모든 가정에 있다. 마더스데이, 어머니를 기리고 어머니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    마더스데이 무비 나이트   준비물은 팝콘과 푹신한 쿠션뿐이다. 어머니와 몸을 맞대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무비 나이트를 즐겨보자.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고 진한 감동까지 전하는 영화 5편을 소개한다.   ◆덕구(2017)   어린 손자와 살고 있는 일흔 살 덕구 할배(이순재 분)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된다.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질 두 아이들을 위해 할배는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찾아주기로 한다. 홀로 먼 길을 떠나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그의 이야기는 진한 가족애를 전한다.     ◆나의 특별한 형제(2018)   머리 좀 쓰는 형 세하(신하균 분)와 몸 좀 쓰는 동생 동구(이광수 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두 형제의 진한 우정과 따뜻하게 피어나는 행복한 웃음, 유쾌함까지 다양한 재미를 갖추고 있다.   ◆원더(Wonder, 2017)   남들과 다른 외모로 태어난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 분)는 여러 번 성형수술을 받고 주로 가족들과만 시간을 보낸다. 10살이 된 아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엄마(줄리아 로버츠 분)와 아빠(오웬 윌슨)는 어기를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한다. 동생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왔지만 누구보다 그를 사랑하는 누나도 어기의 첫걸음을 응원해 준다. 그렇게 가족이 세상의 전부였던 어기는 처음으로 헬멧을 벗고 낯선 세상에 용감하게 첫발을 내딛는다.     ◆예스 데이!(Yes Day!, 2021)   24시간 동안 세 명의 아이들이 직접 만든 규칙을 따르는 예스 데이를 하며 벌어지는 짜릿한 하루를 담은 가족 코미디 영화다. 아이들에게 시간당 50번씩 '안돼'만 외치며 재미 도살자가 된 앨리슨(제니퍼 가너 분)과 카를로스(에드가 라미레즈 분). 두 사람은 하루쯤 다르게 살아보기로 결심하고 24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오직 '예스'만 하는 예스 데이를 갖기로 한다.     ◆맘마미아!(Mamma Mia!, 2008)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엄마 도나(메릴 스트립 분)와 살고 있는 소피(아만다 시프리드 분)는 행복한 결혼을 앞둔 신부다. 우연히 엄마의 일기장을 반견한 소피는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의 이름을 찾게 되고 엄마의 이름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결혼식 전날, 세 남자가 섬에 도착하면서 도나는 당황하게 되는데… 과연 소피의 아빠는 누구일까? 주옥같은 OST와 영화 속에 펼쳐진 그리스 섬의 풍경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    어머니 힐링 어머니 선자 우리 어머니 추천 드라마파친코

2022-05-01

일상이 된 전쟁, 우크라이나 비극은 이미 있었다

전쟁의 희생자는 인류다. 어느 전쟁이든, 전쟁에서 발생하는 약탈, 폭행, 고문, 학살, 강간 등의 행위는 궁극적으로 지구상의 인간 모두를 비인간화시킨다. 일상의 언어로부터 시작되는 정신의 피폐함은 때때로 적군이 아닌, 아군으로부터 시작된다.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현지인의 시각에서 들여다보려면 그곳에서 촬영한 최근의 영화 몇 편을 감상하는 일일 것이다. ‘배드 로드’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고뇌의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는 영화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1991년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일구어 놓은 경제와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리는 순간들의 기록이다.     영화는 현재 러시아의 주 타깃이 되는 돈바스에서 촬영됐다. 돈바스 사람들의 반 이상은 러시아 민족이다. 2014년 친러시아 성향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 지역에서의 전쟁은 전면전으로 확대된다.     영화 ‘배드 로드’는 돈바스의 한 켠 샛길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만남들을 4개의 에피소드로 묶어낸 암울한 내러티브들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돈바스에서 살아가고 있는 일상은 상상을 넘어선 참혹한 경험들이다. 아프지만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여기자 한 명이 포로로 잡혀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검문소에서 맞닥뜨린 아군 군인들은 오히려 자국인에게 심한 모멸감을 준다. 오랜 전쟁으로 몸과 마음이 피로해진 돈바스 시민들은 아군과 적군의 개념에 개의치 않는다. 영화는 비단 군인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행의 현장만을 그리고 있지 않다.   돈바스 시민들을 포획하고 고문하고 성폭행을 가하는 자들은 친러 반군들만이 아니다. 어느 할머니는 군인을 짝사랑하는 10대 소녀에게 “그들은 퇴각할 때 우리를 다진 고기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어느 군인은 한 여인을 고문하며 “게이와 유대인들이 세상의 모든 문제의 배후에 있다.”라고 말한다. 한 젊은 여성이 운전 중, 길거리에서 닭 한 마리를 치어 죽이고 보상할 생각으로 주인을 찾아가지만, 그녀의 양심은 결국 큰돈을 갈취당하고 마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쟁은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든다. 그리고 황량한 우크라이나 사회 구석구석을 비인간화로 감염시키고 서로를 의심하게 하며 선행의 가치를 붕괴시켜 버린다. ‘배드 로드’는 전쟁의 추악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로 진실의 개념에 도전한다.   런던의 로열코트극장에서 선보였던 자신의 연극 작품을 작가 겸 감독인 나탈리아 보로즈빗이 다시 영화로 각색하여 연출한 작품이다.     2022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 출품작. 김정 영화평론가영화 영화 배드

2022-04-29

목가적 풍경에 숨은 원초적 본능

19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외딴 마을 라푸스 지방. 방랑자 루치아노(가브리엘레 실리)가 돌아온다. 그의 삶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쓰라린 상처로 술에 절어 있다. 얼굴은 긴 수염으로 덮여 있어 몇 살인자조차 알 수 없다. 마을을 떠돌아다니며 폐인처럼 거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루치아노는 지역의 영주가 닫아 놓은 통로의 문을 부수어 버린다. 그리고 양치기의 딸 엠마와 사랑에 빠진다. 엠마를 탐하고 있던 영주는 분노하고 사람들은 그를 세상의 반대편 아르헨티나로 추방해 버린다.     탐욕과 광기만이 만연한 불모의 땅에 도착한 루치아노는 신부로부터 해적선이 난파되면서 해적들이 어딘가에 황금을 묻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루치아노는 신부로 가장하고 아르헨티나의 최첨단 파타고니아로 이동한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 황금 자체에는 관심이 없는 루치아노, 그러나 도적들이 그를 쫓는다.   보물을 찾기 위해선 킹크랩의 안내를 받아야만 한다. 이 총명한 킹크랩은 파타고니아에서 전승되어온 전설의 동물이다. 눈부시게 붉은 킹크랩, 보물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나침반과도 같은 존재이다. 킹크랩을 이용하여 보물을 물속에 묻고, 또한 다시 찾을 수 있다.     영화 ‘킹크랩의 전설’은 다큐멘터리 작가인 알레시오 리고 데 리기와 마테오조피스 두 사람이 공동 연출한 그들의 장편 데뷔작이다. 두 개의 반쪽을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가는 구조를 띠고 있다. 두 이야기 사이에는 민담과 신화가 있다.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이 목가적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촬영은 자연주의 질감을 담고 있다.     ‘킹그랩의 전설’은 생각을 자극하는 영화이다. 사랑, 명예, 탐욕, 배신 등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들이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그려지는 내러티브 스타일을 사용한다. 원시적인 인간의 본성을 킹크랩과 조화시키는 터무니 없는 설정 또한 이채롭고 대담하다.     비주얼 아티스트 실리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원초적 생명력을 지닌 인간의 고통을 깊이 있게 연기한다. 이탈리아의 대배우 지안카를로 지아니니의 눈을 지닌 그는 놀라울 정도의 표현력을 지닌 배우이다. 실리는 술에 취한, 그리고 사랑에 눈먼 자 루치아노를 깊은 목소리, 관통하는 듯한 응시로 표현한다.     엠마와 루치아노 사이에 오가는 에로티시즘도 독특하게 표현된다. 흔히 보는 남녀 배우들의 에로틱한 케미스트리를 추구하지 않는다. 초원 또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둘 사이에 흐르는 성적 분위기가 묘한 관능으로 전해져 온다.   김정 영화평론가킹크랩 영화 킹크랩

2022-04-29

41년 상하이, 흑백 누아르의 숨 막히는 첩보전

영화의 원작 ‘상해지사’는 여성주의 작가 홍잉이 여관이나 호텔에 모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관소설’의 형태로 쓴 소설이다. 1941년 상하이 국제호텔에 묵고 있는 스파이이자 배우 취란(공리)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영화의 중국어 제목 ‘난심대극원’은 취란이 출연하는 연극 ‘새터데이 픽션(Saturday Fiction)’이 공연되는 극장의 이름이다. 연출자 탄나(조우정)와 취란이 사랑을 나누는 장소이며 이곳에서 취란의 숨 막히는 마지막 임무가 실행된다.     중국 영토의 대부분이 일본군에 의해 점령되어 있던 1941년의 상하이는 화려한 서구 문화가 가득한 퇴폐적인 분위기의 도시였다. 상하이는 총성 대신, 정보 전쟁터가 되고 있었다. 일본과 미국은 평화 회담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전쟁은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이다.   최고의 여배우 취란은 연극 연출가 탄나의 요청으로 홍콩에서 상하이로 건너와 ‘새터데이 픽션’을 준비하기 위해 국제호텔에 머물고 있다. 취란을 깊이 사랑하는 탄나는 진보적 사고의 소유자로 취란의 안위를 걱정하면서도 연합군의 첩보 작전에 동참한다. 강대국의 첩보원들 역시 미모의 취란에게 접근하여 치열한 첩보전을 벌이고 있다.     호텔 경영을 하는 미국인 양아버지와 함께 연합군 정보요원으로 활동해온 취란은 일본군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새터데이 픽션’의 첫 공연이 열리는 날, 작전을 개시하기로 한다.     취란은 마침내 12월 6일 일본군 고위 정보요원과 접촉해서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일본군이 미군의 태평양 기지인 진주만을 습격할 것이라는 기밀을 빼내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진주만 공습은 12월 7일에 일어난다. 취란이 양아버지를 통해 연합군에게 건넨 정보가 잘못된 정보였다는 사실에 취란은 자책감을 느끼고 목숨을 끊으려 한다. 취란은 모든 사실을 양아버지에게 편지로 남긴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긴박함 속에서 모든 것을 짊어진 취란은 스스로 하나의 불꽃이 되려 한다. 공리의 존재감이 다시 한번 발휘되는 영화이다.   베이징 영화아카데미 출신의 ‘6세대 감독’으로 중국 정부의 통제에도 거침없는 파격적 도발을 보여온 독립영화 감독 로예가 연출한 작품으로 상하이의 장면 장면이 한 폭의 그림 같이 유려하다. 연극과 현실이 어우러진 흑백의 장면들이 어둡고 우울한 누아르 톤으로 전쟁이 한창인 시대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2019년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김정 영화평론가영화

2022-04-22

낫토, 마파두부, 라멘 그리고 섹스

제목이 시사하듯 주제는 성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음식을 동반한 성. 세 여자의 이야기가 3부작으로 나뉘어, 그들의 섹스와 음식을 소재로 전개된다. 코미디처럼 보이는 드라마, 그러나 그 내면에는 깊은 현대인의 슬픔이 잠겨있다. 음식으로 시작된 대화는 섹스로 이어지고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 속에 숨어 있는 일본인들의 성과 음식이 소소하게 다루어진다.     첫 번째 이야기. 디자이너 이나츠와 그의 아내 메구미, 젊은 부부이지만 벌써 섹스 부재 현상이 완연하다. 거동이 불편한 남자 쿠리타가 메구미가 집에 없는 사이 이나츠의 집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메구미와 불륜 관계에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나츠는 분노 대신 호기심으로 쿠리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심장마비를 일으켜 병원에 입원했던 쿠리타는 병원에서 메구미를 만나 관계를 맺었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생메주 ‘나토’가 등장한다.     쿠리타가 떠난 후 메구미가 돌아와 나토를 먹는 모습에 성적 자극을 느끼는 이나츠. “변태와 관능의 경계선은 어디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소품.     두 번째 이야기는 운전으로 인한 공황장애 증세가 있는 회사원 아카네의 이야기. ‘마파두부’ 소스를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하던 그녀는 운전 미숙으로 한 남자를 차로 친다. 그 남자는 1부에 등장했던 쿠리타. 집으로 데려다 달라는 그의 부탁으로 아카네는 그의 집 쪽으로 향한다. 둘은 차 안에서 마파두부에 관한 얘기를 나누게 되고 아카네는 쿠리타의 이야기에 이끌리며 자신 안에 숨어 있는 마조히스트적 호기심을 발견한다.     마지막 3화는 라면 가게가 주무대이다. 애인과의 관계를 끝내고 싶어하는 엘리트 광고 에이전트 이케야마, 그는 이어폰으로 누군가의 안내를 받아가며 대화가 금지된 라면 가게에 들어선다. 이어폰 속 목소리의 주인공(쿠리타)은 이케야마의 애인 모모카와 자신이 지금 함께 있으며 섹스를 즐기고 있다고 말한다.     모모카는 바로 어제 이 라면 가게에 들러 라면을 먹으며 강렬한 성적 욕망을 느꼈다. 그 순간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남자는, 처음부터 그녀를 응시하고 있던 쿠리타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원하는 욕망을 시선으로 표현하고 함께 라면 가게를 떠난다.     세 여자를 잇는 것은 못생기고 초라한, 누가 보아도 성적 매력이 전혀 없는 남자 쿠리타다. 그는 세 여자의 남자들이 찾아내지 못했던 그녀들의 은밀한 성을, 일본인들이 흔하게 즐기는 음식 이야기로 요리해 여자들을 자극하고 마침내 군침 도는 성이라는 비밀의 선물을 각자에게 던지고 사라진다.     쿠리타는 인간의 섹슈얼리티에 숨어있는 변태적인 행복을 상징한다. 요시다 코우타 감독은 각기 다른 인물과 소재를 다룬 3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의 성에 드리워져 있는 어두운 단면을 파헤친다. 그리고 음식을 대입시켜 섹스를 배고픔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 욕망으로 묘사한다.   김정 영화평론가드라이브 영화 섹슈얼

2022-04-22

파리의 소외된 아시안, 거침없는 욕망의 질주

파리의 동남쪽 끝자락으로 가면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인 13구에 다다른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많은 난민들이 이곳에 정착했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은 이 지역을 ‘차이나타운’이라 부른다. 파리 13구에는 중국도 프랑스도 아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세 여자와 한 남자가 있다. 그들은 사랑으로 얽혀 있는 관계들이다. 파리라는 가장 현대적인 도시, 그 도시 안에서 가장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지역 13구에서 펼쳐지는 네 사람의 사랑 이야기.     대만계 이민자 에밀(루시 장)은 룸메이트 광고를 보고 찾아온 남자 까밀(마키타 삼바)과 즉석에서 캐주얼 섹스를 한다. 그리고 룸메이트가 된 그에게 빠져든다. 그러나 까밀은 에밀의 사랑이 부담스럽다. 그는 사랑이 뭔지 모른다. 대신 섹스에만 몰입한다.     32세의 복학생 노라(노에미메를랑)는 외모가 온라인 포르노 스타인 앰버 스위트(제니 베스)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학생들로부터 성적 모멸감을 당한다. 학교를 그만두고 까밀이 일하는 부동산 회사에 에이전시로 취직한다. 까밀은 노라를 원한다. 노라는 까밀과 데이트를 즐기지만 무언가 서로에게 부재하는 것이 있음을 알고 까밀을 떠난다.     노라는 사랑을 원한다. 그러나 사랑이 두렵다. 자신과 닮은 앰버 스위트에게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낀다. 까밀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그 무엇. 두 여자는 서로를 연민한다. 설렘 속 다가온 첫 오프라인 만남에서 키스로 호흡을 불어넣는다. 그러는 사이 까밀은 에밀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쟈크 오디아르드 감독은 ‘위선적 영웅’(1996)과 ‘예언자’(2009) 등의 작품을 만든 거장이다. 그는 주인공들의 누드와 섹스를 모노톤으로 촬영했다. 벌거벗은 몸, 피부의 촉각까지. 무심하면서도 부드러운 그의 렌즈는 소외된 파리지엔느의 섹스와 욕망에 다가간다.       오디아르드의 모노톤은 극도로 현대적인 대사들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가 그리는 현대의 사랑은 대담한 듯 보인다. 그러나 왠지 불안하다. 자기감정에 지독히도 솔직한 네 사람이 각자의 사랑을 찾아가지만 ‘파리, 13구’에는 그들이 갈구하는 사랑은 선뜻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사랑의 대상을 찾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섹스 파트너를 찾는 것일까.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후 만나는 메를랑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노라의 대담함과 불안함, 그리고 은밀함이 그녀의 연기 안에 살아 있다. 루시 장의 뭉클한 연기 또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파리는 또 하나의 등장인물이다. 그 화려함의 이면에는 외로움이 가려져 있다. 파리와 네 사람의 삶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섹스로 시작하고 나중에 관계를 생각한다. 거침없는 그들의 솔직함을 보면 ‘썸타기’는 오히려 시간 낭비다. 파리는 언제나처럼 그리고 여전히 사랑을 믿는 도시이기에.   김정 영화평론가영화 영화 파리

2022-04-15

능숙한 액션, 실망스러운 짜임새

오늘 밤 잠이 들었다가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상상해 본 일이 있는가.     2003년 ‘올드보이’가 서구 사회에 한국 영화의 ‘광기’를 처음 소개한 이후, 서구의 관객들은 항상 한발 앞서 나가는 한국 영화의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그 ‘창의적 광기’의 장엄함에 경외심을 표해 왔다. 존 우 감독이 보여주던 홍콩 누아르의 광기에 비하여 한국의 스릴러들이 지닌 또 다른 그 무엇을 그들은 진작에 알아차렸다.     ‘유체 이탈자’의 광기는 보다 본격적이다. 액션물로서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광기라는 면에서 다분히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트랜스포머’, ‘GI조’를 제작한 로렌조 보나벤추라가 리메이크를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한 남자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의식을 잃어버린다. 사고 현장에서 눈을 뜬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더욱 기이한 건, 그가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무장한 남자들에게 쫓기고 자정이 되면 또 다시 변신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낯선 얼굴과 신분증의 생소한 이름. 도대체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서 모두가 혈안이 되어 그를 쫓고 있다. 그는 결국 6번의 변신을 거치면서 자신이 국가 정보 요원 강이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부터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한다.     ‘심장이 뛴다’의 윤재근 감독이 연출한 ‘유체 이탈자’는 ‘범죄도시’(2017)의 제작진과 윤계상이 다시 팀워크를 이루어 만들어 낸 기억상실 스릴러다. 기억 장애가 있는 주인공의 신체가 바뀌는 설정은 ‘본 아이덴티티(Bourne Identity, 2002)'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윤재근 감독은 12시간마다 영혼이 다른 몸으로 옮겨가는 주인공의 곤혹스러움을 무려 6번이나 반복해서 사용한다. 처음엔 멋진 속임수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방향 감각의 상실이다.     윤계상의 대사는 많이 어색하다. 대신 액션에 치중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역 없이 롱테이크로 액션을 찍은 점이 눈에 띈다. 잃어버린 기억을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은 현실이면서도 상상인 듯 몽환적으로 처리했다.     미국 관객들이 한국 영화에 기대하는 수준치가 많이 높아졌다. 그들은 고유한 한국적 독창성을 지닌 작품을 기대한다. ‘유체 이탈자’는 숙련된 액션물임에도 불구하고 근래 미국에 소개된 한국영화들에 비해 엉성한 면이 없지 않다. 매끄럽지 않은 SF영화로 장르를 이탈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이탈자 영화 유체

2022-04-15

판타지 종합세트…덤블도어-그린델왈드 최종전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신비한 동물사전’ 실사영화 시리즈의 3편이다. 2018년 개봉된 전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기대 밖의 혹평을 받았고 흥행도 저조했기 때문에 보다 완성도를 높이려는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선과 악의 대결, 그러나 마법은 양측이 모두 지니고 있다. 해리 포터의 세계관이 그대로 반영된 JK롤링의 소설을 원작으로, 3편에 들어와서야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위기가 최고조로 달한 1945년경. 어둠의 마법사 겔러트 그린델왈드(매즈 미켈슨)의 위력이 어느 때보다 위협적이다. 덤블도어(주드 로)는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에게 그린델왈드를 상대하라는 임무를 맡긴다. 이에 뉴트와 위대한 마법사 가문의 후손, 마법학교의 유능한 교사 등으로 이루어진 그의 친구들은 머글(일반인들이라는 뜻의 마법사 용어)과의 전쟁을 선포한 그린델왈드와 그의 지휘 하에 있는 추종자들, 신비한 능력을 지닌 동물들에 맞서 거대한 전쟁에 나선다.   한편 덤블도어는 더 이상 방관자로 머물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고 그린델완드의 마법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대결을 준비한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두 숙적 간에 얽혀 있던 비밀들이 하나둘 드러난다.   마법 세계의 운명이 걸린 두 숙적의 선과 악의 대결은 2차 대전이 끝나는 1945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 내내 선한 보스급 캐릭터로 주인공 해리 포터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스승 덤블도어, 그리고 해리 포터와 ‘신비한 동물’ 시리즈 최악의 마법사로 온갖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며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그린델왈드. 두 숙적의 최종전이 드디어 이루어진다.     웅장하고 장엄한 스펙터클로모아지는 판타지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그러나 정작 ‘해리 포터’로부터 이어지는 ‘비밀’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결론부의 설정이 미흡하다. 다음 편에서 다뤄져야 할 서브플롯(sub plot)들이 복잡하게 등장, 정작 메인 주제가 겉도는 듯 느낌이랄까.     전작에서 조니 뎁이 맡았던 그린델왈드 역을 덴마크 출신의 명배우 매즈 미켈슨이 이어서 연기한다. 선과 악을 아우르는 배우 미켈슨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신비한 동물 시리즈는 늘 의상과 미술 부문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미국과 영국의 아카데미상 미술, 의상 부문에서 모두 상을 수상했던 전례가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질 듯. 1편의 미국 뉴욕, 2편의 프랑스 파리에 이어 이번 작품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한다. 브라질은 마법 학교 중 한 곳인 카스텔로브루슈가 존재하는 곳이다.  김정 영화평론가영화

2022-04-08

4년의 젖소 관찰, 충격적인 결말

동물권(animal rights)은 인권을 확장한 개념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도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받지 않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나아가 동물이 돈의 가치로, 음식으로, 옷의 재료로, 실험 도구로, 오락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유지한다.     ‘카우’는 매우 특이한 환경 다큐멘터리이다. 처음부터 번호표 1129를 단 루나(Luna)라는 이름의 엄마 젖소와 갓 태어난 아기 젖소의 삶을 4년에 걸쳐 카메라에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젖소가 주는 친밀감을 인간의 정서와 연결해 꾸밈없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94분짜리 다큐멘터리다.     루나의 관점에서 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 다큐는 인터뷰도 내레이션도, 아무런 상황 설명조차 없다. HBO 시리즈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 ‘피시 탱크(Fish Tank, 2009)'를 연출한 안드레아 아널드는 관객의 감정에 호소하지도 그 어떤 제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메시지는 관객을 영화 속으로 흡입하는 강렬한 힘을 지니고 있다.   ‘여주인공’ 루나는 영국 동남부 켄트 카운티의 작은 농장에 살고 있다. 아기를 출산하고 있는 루나의 모습, 끈적끈적한 신생아 딸을 핥아 송아지 모양을 만들고 있는 엄마 소의 모성이 감격스럽다.     목장 일꾼이 말한다. 루나가 송아지 주변에 있을 때 너무 아기들을 보호하려 하기 때문에 다루기가 힘들다고. 송아지는 엄마 젖을 먹기 위해 루나의 옆구리를 잡아당기고 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와 딸은 헤어져야 하고 자신을 ‘착한 여자’로 불러주는 사람들을 위해 루나는 또 다른 출산을 준비해야 한다.     ‘카우’는 젖소들의 희생으로 많은 것을 누리는 인간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인간들에게 우유 한 모금을 제공하기 위해 소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을 보게 한다. 이익 수단으로서의 목축업과 동물 복지 사이의 불편한 동거를 통해 오가닉 낙농업자들의 수많은 거짓말들, 그들도 소를 학대하는 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루나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와 처한 현실을 보게 된다. 다큐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충격적인 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관객은 아기 젖소를 잃고 초조해 하는 루나에게 연민을 느낀다. 앞으로 유제품을 바라보며 당신의 지성은 어떻게 반응할까. 한 마리의 젖소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음이 놀랍다. 김정 영화평론가영화 영화 카우

2022-04-08

끝없는 복수와 파멸, 8시간의 대서사…개봉 50주년 ‘대부’ 3부작

집 앞에서 라이벌 갱의 총격을 맞고 쓰러지는 마피아 보스 비토 꼴리오네(말론 브랜도),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오랜 병원 생활 끝에 집으로 돌아온다. 비토는 셋째 아들 마이클(알 파치노)이 자신을 저격했던 라이벌 갱의 두목을 죽이고 피신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적잖이 실망한다. 마이클만은 마피아와 거리를 둔 삶을 살기를 원했던 비토, 장차 그가 상원의원이나 주지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는 이제 그 희망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유약하게만 보이던 마이클이 운명적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직의 리더가 되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보스가 되려던 큰아들산티노(제임스 칸)는 불같은 성격에 화를 자초, 비참하게 살해당한다. 아들을 잃은 비토는 깊은 슬픔에 잠긴다. 아이비리그 명문대에 진학했다가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군인이 된 20대 청년 마이클이 꼴리오네가의 대부 자리에 오른다. 비토의 부하들은 조직의 새로운 보스 ‘돈 마이클’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대작들 중, 작품 하나를 고르라면 아마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대부’를 지명할 영화 팬들이 많으리라 짐작된다. 제작사 파라마운트는 1972년 ‘대부’ 개봉 50주년을 맞이하여 재개봉에 들어갔고 기존의 3부작 DVD ‘The Godfather Trilogy’의 한정판을 출시, 판매에 들어갔다.       ‘대부’를 폭력영화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탈리아 시칠리 섬과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피아들의 활동을 다룬 세 편의 대부 시리즈에는 말 그대로 폭력이 난무한다. 그러나 ‘대부’는 폭력영화이기에 앞서 시칠리 사람들의 복수에 관한 서사이다.     ‘대부’를 한층 더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가업의 전통과 명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칠리안들의 문화와 정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들 가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자들에 대한 복수의 정당화는 사실 영화보다 마리오 푸조의 원작 소설에 더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아버지 비토도 그리고 마이클 스스로도 원치 않았지만, 마이클이 마피아 보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복수심 때문이었다. 자신의 아기를 잉태 중인 첫 번째 아내 아폴로니아의 죽음, 처참하게 살해당한 맏형 소니와 아버지를 거세하려 했던 라이벌 갱들에 대한 복수심이 없었다면 장래가 촉망되는 엘리트 청년 마이클이 굳이 마피아의 보스 자리에 오를 일도 없었다.     ‘대부2’(1974)는 가족들이 모두 마피아에게 살해된 뒤,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시칠리를 탈출, 이민배에 오르는 어린 소년 비토 꼴리오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홀로 뉴욕으로 건너와 이민자로 생존, 성인(로버트 드 니로)이 되어 제과점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세 아들과 딸 하나를 두고 아내와 함께 평온하게 살려 하지만, 폭력의 시대는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동네 사람들에게 금품을 갈취하고 다니는 갱스터파누치와 대립하게 되고 결국 그를 살해한다.     비토는 살인과 도둑질을 하며 뉴욕의 험악한 저잣거리에서 살아남아 올리브오일 수입업자로 성공한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곤란한 일을 해결해주는 ‘갓파더’로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비토의 마음에는 여전히 복수심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결국 가 다시 시칠리로 건너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한 마피아 두목을 죽이고 복수를 하고야 만다.     ‘대부2’는 비토의 젊은 시절과 마이클의 전성시대가 번갈아 가며 펼쳐진다. 라이벌들을 하나둘 해치우고 마피아 세계의 실세로 우위를 점령한 마이클은 그 누구보다 ‘대부’라는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 되어있다.     유대인 갱과 서로를 암살하려는 혈전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마이클은 둘째 형 프레도가 라이벌 조직의 사주를 받고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머니 장례식날, 마이클은 형에게 분노의 키스를 건넨다. 그리고 그를 처형하라고 명령한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배신을 용납하지 않는 마피아의 대부로서 단호함과 잔혹함을 보이는 마이클,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들어주며 배려심 깊은 해결사 역할을 했던 아버지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부’ 3부작은 3명의 주요 배우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서사의 방식을 취한다. ‘대부’의 대명사 격인 비토 꼴리오네 역의 말론 브랜도(1부), 그리고 그의 막내아들 마이클 역의 알 파치노(1~3부), 비토 꼴리오네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로버트 드 니로(2부)가 그들이다. 독일·아이리시계인 브랜도를 제외하면 작가 마리오 푸조, 감독 프란시스 코폴라, 두 주연배우 드 니로, 파치노 등이 모두 이탈리아 이민들의 후예들이다.     ‘대부2’에는 메소드 연기의 창시자 리 스트라스버그가 노회한 유대계 마피아의 두목 하이먼 로스로 출연한다. 파치노, 드 니로의 젊은 시절, 그들에게 연기를 지도했던 스승이 제자 파치노와 밀도 높은 명장면들을 만들어낸다. 로스는 마이클에게 암살당한 친구에 대한 복수심으로 마이클을 제거하려 하다 거꾸로 마이클의 힛맨에게 저격당한다.     복수로 시작, 복수로 끝나는 8시간의 대서사. 그 과정에 엄청난 양의 폭력과 살인이 동원되고 피를 부르는 복수는 결국 파멸을 자초한다. ‘대부3’(1990)에서 자신의 분신인 딸 메리(소피아 코폴라)를 잃고 절규하는 마이클의 분노는 누구를 향한 것일까? 그의 분노의 대상은 어쩌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수많은 적들이 아니라 본인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이클은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세상은 그에게 협조하지 않았다. 마이클은 결국 스스로 복수의 수레바퀴 아래 깔리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 시대의 남성의 아이콘 마이클 꼴리오네는 고독한 남자였다. 무명에 가까웠던 풋풋한 배우 알 파치노가 창출해낸 캐릭터 ‘마이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존재임이 틀림없다. 파치노의 팬들이여, 그가 스크린에 뿜어낸 고독한 카리스마의 영원성에 축배를!   김정 영화평론가영화 영화 대부

2022-04-01

‘아내 놀렸다’ 크리스 록 뺨 때려…윌 스미스에 영화인들 비판 봇물

할리우드 영화계 인사들이 28일 윌 스미스의 아카데미 시상식 폭행 사건을 공개 비판했다.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 등에 따르면 배우와 감독들은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스미스의 반성을 촉구했다.   스미스는 전날 오스카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상 시상자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탈모 증상을 앓는 자신의 아내(제이다 핑킷 스미스)를 놀리는 농담을 하자 갑자기 무대에 올라 록의 뺨을 때리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다.   원로 여배우 미아 패로는 이 폭행 사건에 대해 “오스카의 가장 추악한 순간”이라며 “단지 가벼운 농담이었고, 그건 록이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를 연기한 마크 해밀도 ‘역대 가장 추악한 오스카의 순간’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면서 스미스의 폭행을 꼬집었다.   코미디언 겸 감독 저드 애퍼타우는 “자기도취증이자 절제력을 상실한 폭력”이라며 “록은 죽을 수도 있었다. 스미스가 미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흑인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ABC 방송 ‘더뷰’ 코너에서 “스미스가 과잉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스미스의 폭행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미스 아내와 영화 작업을 함께했던 흑인 여배우 티퍼니 해디시는 “흑인 남성이 아내를 옹호하는 모습은 나에게 큰 의미였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웠다”며 “남편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22면〉할리우드 돌비극장 코미디언 크리스 오스카 시상식

2022-03-28

지하 노숙자 모녀의 지상 생존기

제77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초연된 이 영화는 애초 뉴욕 노숙자들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시작됐다. 셀린 헬드 감독은 수년간지하철역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노숙자들의 생존 문제를 고민해 왔다. 헬드와 모간 조지의 공동 연출로 이들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니키(셀린 헬드)는 다섯 살짜리 딸 리틀(자일라 파머)과 함께 폐쇄되어 인적이 없는 뉴욕의 지하철역에서 5년 동안 살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 도시계획이 들어서고 당국은 이들 노숙자 모녀에게 은신처가 되어왔던 공간을 쓸어버리려 한다.   니키는 하는 수 없이 5년 동안 단 한 번도 세상 빛을 본 적이 없는 딸을 데리고 지상(Topside)으로 올라온다. 리틀에게는 새롭게 경험하는 빛의 세계이지만 페니 하나 없는 이들 모녀는 당장 몸을 의탁할 곳도 없다. 그들은 뉴욕 거리를 분주하게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지만, 누구 하나 그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모녀는 오히려 건달을 만나 위험에 처한다.     리틀은 엄마의 다른 모습을 본다. 모든 게 처음인 리틀에게 자신보다 더 불안해하는 엄마는 이제껏 지하에서 보아왔던 엄마의 모습이 아니다. 정신없이 지하철역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리틀은 한순간 엄마의 손을 놓쳐 버린다.   ‘탑사이드’는 베네치아영화제 최고의 기술상인 마리오 세란드레이상을 수상했다. SXSW영화제 역시 최우수 감독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상을 수여했다. 영화는 다섯 살짜리 소녀 리틀의 시각을 관객의 시각과 일치시키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상당한 양의 기술을 동원한다. 관객은 리틀의 시각을 통해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소녀의 물리적 촉각과 호기심을 매우 리얼하게 경험한다.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카메라가 연출해내는 장면들은 엄마를 따라가는 소녀의 불안 심리이고 엄마의 좌절일 것이다.     헬드 감독은 엄마 니키를 스스로 연기한다. 도시라는 현대인의 삶의 공간에서 철저하게 버림받은 두 명의 생명체를 향한 연출자의 연민을 어쩌면 그녀 말고는 달리 연기할 배우가 없었을지 모른다.     ‘탑사이드’는 샌드라 블록 주연의 SF스릴러 ‘그래비티(Gravity)'의 홈리스 버전이다. 소리도 산소도 없는 우주 한가운데에 홀로 남겨진 스톤 박사처럼 두 모녀는 세상의 그 어느 곳도 아닌 바로 우리 앞에 홀로 버려져 있다. 도시의 거리에는 우리가 미처 실감하지 못한 수많은 ‘그들’의 절망이 있을 터이다.   김정 영화평론가노숙자 생존기 지하 노숙자 지상 생존기

2022-03-25

‘파워 오브 도그’ 작품·감독상 못 타면 이변

모처럼(?) 한국 영화가 단 한 편도 후보에 오르지 못한 가운데 오스카 시상식이 내일(27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거행된다. 물론 수상이 반드시 최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스카상은 특히 효과적인 캠페인이 최고의 작품과 퍼포먼스를 앞서는 경우들이 많다.     12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는 ‘파워 오브 도그’가 무난하게 작품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확실한 선두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코다(CODA)', ‘킹 리처드’와 같은 다크호스가 작품상을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벨파스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등 모두 10개의 작품이 후보에 올라 있다.     감독상은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언의 수상이 확실시된다. 예상대로 캠피언이 감독상을 수상할 경우 2021년 ‘노매드랜드’의 클리오 자오에 이어 여성이 연이어 감독상을 수상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내일 주시할 최대의 관전 포인트.     여우주연상은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TV전도사 태미 베이커의 흥망성쇠를 다룬 영화 ‘더 아이스 오브 태미 페이’에서 태미 역을 눈부시게 연기한 제시카 차스테인이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올리비아 콜맨(더 러스트 마더), 페네로프 크루즈(파라렐마더스), 니콜 키드먼(비잉 더 리카르도), 크리스틴 스튜어트(스펜서) 등 후보 모두에게 수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     남우주연상은 ‘킹 리처드’에서 세레나, 비너스 윌리엄스 자매를 세계 최강의 테니스 스타로 키워낸 실화와 신화의 주인공 리처드 윌리엄스를 연기한 윌 스미스가 수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비에르 바뎀(비잉 더 리카르도), 베네딕스 컴버베치(파워 오브 도그), 덴젤 워싱턴(맥베스의 비극)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선호하는 아카데미의 성향이 예년처럼 반영된다면 스미스의 수상을 예견해도 좋을 듯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아니타 역으로 춤과 노래 실력을 뽐낸 아리아나 드보스가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 미비평가상에 이은 여우조연상 수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제시 버클리(더 러스트 마더), 주디 덴치(벨파스트), 커스틴 던스트(파워 오브 도그) 등이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지만 2022년은 이미 드보스의 해로 대세가 기운 느낌이다. 2020년이 윤여정의 해였듯이.     2022년의 주요 영화싱의 남우조연상은 트로이 코처(코다)와 코디 스밋-맥피(파워 오브 도그) 두 배우의 경합으로 압축됐었다. 넷플릭스의 강력한 캠페인 지원을 받고 있는 스밋-맥피가 주요 상들을 휩쓸다시피 했지만, 오스카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국영화 ‘코다’에서 청각장애를 지닌 아버지 프랭크 역을 감동적으로 연기했던 코처가 동정표를 모은다면 의외의 수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스밋-맥피에게는 또한 같은 작품에 출연한 제시 피에몬스와 경쟁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한 작품에서 두 명의 후보를 낸 영화들이 대부분 경쟁에서 밀렸던 전례의 벽을 뛰어넘을지 의문이다.       작품상 후보에도 올라있는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가 ‘프리’(덴마크), ‘핸드 오브 갓’(이태리), ‘루나나’(부탄) 등을 제치고 국제영화상을 차지할 듯.   김정 영화평론가감독상 파워 파워 오브

2022-03-25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