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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4월 美판매 작년보다 3%대 감소…전기차는 성장

현대차·기아, 4월 美판매 작년보다 3%대 감소…전기차는 성장 "작년 4월보다 판매일 수 이틀 적었던 영향"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 실적이 1년 전보다 소폭 줄었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은 지난 4월 판매량이 6만8천603대로, 지난해 같은 달(7만812대)보다 3.1% 감소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회사 측은 지난 4월 판매 일수가 작년 같은 달보다 이틀 적었다고 설명했다. 모델별로 보면 엘란트라 하이브리드(HEV, 3%↑)와 전기차 아이오닉 5(59%↑), 아이오닉 6(41%↑), 투싼 HEV(44%↑), 싼타페 HEV(12%↑), 팰리세이드(31%↑)가 역대 4월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순수 전기차 판매는 31% 증가했고,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동화 차량 판매는 26% 늘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의 전동화 모델 판매는 아이오닉 5를 필두로 작년 대비 26% 성장하며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 미국판매법인은 지난 4월 6만5천754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동월(6만8천205대)보다 3.6% 감소한 수치다. 모델별로는 전기차 EV6 판매가 1년 전보다 65% 증가한 것을 비롯해 쏘렌토(24%↑), 카니발(18%↑), 포르테(11%↑)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출시한 전기차 EV9은 4월 한 달간 1천572대가 팔려 월간 판매량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아 미국판매법인의 영업 담당 부사장 에릭 왓슨은 "2024년형 쏘렌토가 각 딜러에서 판매되고 있고, 곧 카니발과 K5 상품성 개선 모델이 판매되기 시작하면 성장 모멘텀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임미나

2024-05-01

파나마운하 수량 저하 주원인은 "기후변화 아닌 엘니뇨"

파나마운하 수량 저하 주원인은 "기후변화 아닌 엘니뇨" 다국적 연구단체 "올해 우기 거치며 수위 회복 전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지난해 말 '선박 병목 현상'을 야기했던 파나마 운하의 수량 부족 사태 배경은 점진적 기후 변화가 아닌 엘니뇨 탓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다국적 단체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는 자연적 기후 현상 중 하나인 엘니뇨가 파나마 운하 선박 통행을 방해한 낮은 강우량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고 AP·로이터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기후 변화가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온난화 현상이 없다고 가정해 만든 기후 모델의 강우량과 실제 강우량 변화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인간이 가속한 기후 변화를 파나마 운하 수량 부족의 주범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온난화에 따른 강우량 변화와 온난화가 없을 경우의 강우량 변화 사이 유의미한 차이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취지다. 실제 기후 변화 가정 모델은 되레 해당 지역을 더 습하게 만드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파나마 운하 지역 강수량은 평균보다 26% 감소했는데, 이는 결국 동태평양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해 평균 2~7년마다 전 세계적으로 기상 패턴을 교란하는 엘니뇨 현상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연구진은 엘니뇨가 종료한 것으로 여겨지는 올해 장마 기간 파나마 운하는 수량을 대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스티븐 패이튼 연구원(파나마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은 "파나마 운하 시스템은 올 연말 전에 완전히 가동될 것"이라며 "그보다 몇 달 전부터 운송은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때 반토막 가까이 줄었던 파나마 운하 통행 선박 대수는 이미 조금씩 늘고 있다. 파나마운하청(ACP)은 최근 해운업계에 제공한 통지문에서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을 경우 6월 15일부터 일일 통행 선박 예약 대수를 현재 24대 수준에서 32대까지 점진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나마 운하 통상 일일 통행 선박 수는 35∼36대 정도다. 세계 교역량의 4∼5%를 소화하는 파나마 운하는 1950년 이후 최저 강수량(평균 41% 이하·2023년 10월 기준)을 기록할 정도의 전례 없는 가툰 호수 수량 감소 영향에 직격탄을 맞았다. 가툰 호수 수량은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 해수면과 높이 차이가 있는 운하 특성상 갑문 사이에 물을 채우거나 빼면서 선박을 계단식으로 이동시켜야 하는데, 그 중간에 가툰 호수를 통과한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림

2024-05-01

美기업가 제임스리 "미래 리더십, 여객기 아닌 헬리콥터식 돼야"

美기업가 제임스리 "미래 리더십, 여객기 아닌 헬리콥터식 돼야" "여객기는 높이 날고 많이 나르지만, 헬기는 여러 방향 날고 어디든 착륙" "상명하달식 조직 안돼…리더·브랜드·사회가 개성 유지하면서 조화 이뤄야" '레드 헬리콥터' 한국계 저자, 뉴욕 K-스타트업 포럼 기조연설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에서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서적 '레드 헬리콥터'의 저자이자 한국계 기업인인 제임스 리는 1일(현지시간) 앞으로 훌륭한 리더가 가져야 할 사고방식은 여러 승객을 한 곳으로 나르는 여객기가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헬리콥터의 모습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씨는 이날 뉴욕 맨해튼 시티그룹 본사에서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K-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포럼 행사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처럼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시대 K-스타트업의 변화와 도전, 기회'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리씨는 "여객기는 매우 높이 날 수 있고 한 번에 500명씩 나를 수 있는 강력한 이동수단이지만, 아마도 미래에 더 적합한 사고방식은 헬리콥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헬리콥터는 동서남북과 수직 이동을 포함해 6개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고, 어디든 착륙할 수 있다"며 "헬리콥터야 말로 애자일(agile·날렵하고 민첩함)하고, 혁신적인 것의 더욱 적절한 예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헬리콥터식 사고방식 아래서는 중심이 되는 리더가 없으며, 상명하달식 조직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리씨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훌륭한 리더와 브랜드, 사회는 작곡가 바흐의 작품에서 사용된 '대위법'과 같은 음악 기법의 핵심을 수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위법이란 돌림노래와 같이 여러 선율이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 음악 기법을 말한다. 바흐는 대위법의 최고 대가로 꼽힌다. 리씨는 "대위법은 단순하면서도 매우 어렵고, 카오스 이론과 같은 프랙탈 수학과도 연관됐다"며 "(두 선율에 이어) 세 번째 선율이 등장할 때 음악은 더욱 아름다워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나 이니셔티브를 검증하는 진정한 리트머스 테스트는 선율이 개별적으로 있을 때, 함께 모였을 때 모두 아름다운지를 확인하는 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리씨는 교육과 관련해도 "한국은 교육에 매우 집중하고 있는 사회"라면서도 "올바른 종류의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잊어선 안 된다. 이는 암기에 기반한 교육이 아닌 창의력에 기반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이민 2세인 리씨는 하버드대 학부와 로스쿨을 나와 사모펀드 등에서 일하다가 '플러스 사이즈' 여성 의류업체 애슐리 스튜어트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그가 낸 책 '레드 헬리콥터'는 4월초 출간되자마자 경제계 안팎에서 관심을 모았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지헌

2024-05-01

美 연준 기준금리 결정 앞두고 비트코인 5만6천달러대 후퇴

美 연준 기준금리 결정 앞두고 비트코인 5만6천달러대 후퇴 2월 이후 두 달여만에 가장 낮아…금리 인하 지연 우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크게 뒷걸음질 치고 있다. 1일(현지시간)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이날 오전 11시 55분 현재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6.19% 급락한 5만6천829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월 27일 이후 두 달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3월 14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와 비교하면 약 23% 하락했다. 같은 시간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3.59% 하락한 2천878달러를 나타내는 등 가상화폐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3월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달에는 6만 달러 아래까지 떨어지며 한 달간 하락 폭이 약 15%에 달하며 FTX가 파산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약세는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하고 있고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둔화한 것이 원인이 됐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5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고, 이번 주 거래를 시작한 홍콩 현물 비트코인 ETF로의 자금 유입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인플레이션으로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면서 하락 폭이 커졌다. 특히, 이날에는 연준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낙폭을 키우고 있다. 금리 인하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디지털 자산 연구 책임자인 제프 켄드릭은 "유동성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가상화폐와 같은 자산에 대한 거시적 배경이 나빠졌다"며 "미국의 광범위한 유동성 조치는 4월 중순 이후 급격히 악화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제 지표와 지정학적 압력을 고려할 때 향후 몇 주간 계속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홍콩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는 "비트코인 가격이 1∼2개월간 박스권에서 거래되며 1만 달러의 변동 폭을 보일 수 있다"며 "비트코인 공급량 감소를 가져온 반감기의 영향은 몇 달 후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태종

2024-05-01

프랑스 수만명 노동절 시위…올림픽 오륜 태우고 친팔 구호도

프랑스 수만명 노동절 시위…올림픽 오륜 태우고 친팔 구호도 여름 휴가철 겹친 올림픽 기간 노동 보상 요구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프랑스에서 1일(현지시간) 노동절을 맞아 수도 파리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수만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AP 통신과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서는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요구 외에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거나 파리 올림픽 개최에 항의하는 깃발과 구호가 뒤섞였다. 강경 노조인 노동총동맹(CGT)과 민주노동연맹(CFDT)은 파리를 비롯한 각지에서 노동조건 개선과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며 거리 행진에 나섰다. 파리에선 시위대가 프랑스의 상징인 마리안 동상 앞에서 올림픽 오륜 모형을 불태우기도 했다. 시위에 오륜 모형이 등장한 것은 여름 휴가철이 겹친 파리 올림픽 기간(7월 26일∼8월 11일) 일해야 하는 노동자가 제대로 보상받아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CGT는 앞서 올림픽 기간 공공서비스 부문 파업 신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소피 비네 CGT 사무총장은 "정부가 노조와 대화하지 않고 간단한 우리 요구에도 응하지 못하면서 올림픽은 어떻게 잘 치르겠느냐"고 반문했다. 시위대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거나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구호도 외쳤다. 파리 행진에 참여한 이사벨 가리비에(57) 씨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사람들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노동권에 대한 공격과 프랑스 정부의 부끄러운 이스라엘 지지에 항의하려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가 열린 프랑스 곳곳에서 시위대가 차량에 불을 지르거나 건물을 부쉈고 경찰이 최루가스로 대응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리옹에서는 복면을 쓴 무리가 은행을 공격하면서 22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2명이 다쳤으며 낭트에서도 비슷한 폭력행위가 벌어졌다고 RFI는 전했다. 파리에서는 행진을 시작하기 전 불법 무기 소지 혐의 등으로 25명이 체포됐다. 이날 노동절 시위 규모는 연금개혁 반대로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진 지난해보다는 크게 줄었다. CGT는 파리 5만명을 포함해 프랑스 전역에서 20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집계했다. 당국은 파리 시위 규모를 1만8천명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시위 참여자는 당국 추산 80만명, 노동계 추산 230만명에 육박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지연

2024-05-01

美연방기관, 北·中 등 17개국 종교자유 특별우려국 지정 권고(종합)

美연방기관, 北·中 등 17개국 종교자유 특별우려국 지정 권고(종합) 국제종교자유위 연례보고서 발표…"北, 종교상황 여전히 세계 최악"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의회가 설립한 연방기관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1일(현지시간) 북한을 포함해 17개 국가를 종교자유 특별우려국(CPC)으로 지정할 것을 재차 국무부에 권고했다. USCIRF는 이날 공개한 '2024 연례보고서'에서 이들 국가의 정부가 종교 및 신앙의 자유 침해에 관여하거나 용인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USCIRF가 CPC로 지정할 것을 권고한 국가는 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미얀마, 사우디아라비아, 쿠바 등 17개국이다. 이 가운데 북한 등은 국무부가 CPC로 지정한 국가다. USCIRF는 여기에 인도, 베트남 등 5개 국가도 추가로 CPC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USCIRF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종교 상황은 여전히 세계 최악"이라고 평가했으며 한국 정부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내 개신교 신자들이 '반혁명 분자', '반역자'와 같은 정치적 범죄자로 취급되며 박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4월 평안남도 통암 마을에서 기독교인 5명이 종교활동을 이유로 체포됐다는 보도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북한에서는 무속신앙 등도 탄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불교, 가톨릭, 천도교 등의 종교 활동 자유 상황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며 북한은 정부 통제의 단체를 통해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과 같은 환상을 외부 세계에 제공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 안보 이슈와 인권 문제를 상호보완적 목표로 통합하고 ▲ 목표를 명확히하면서도 광범위한 제재를 부과할 것 등을 미국 정부에 권고했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중국 등에서 탈북자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라고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USCIRF는 또 이집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터키 등 11개국에 대해서는 특별감시국(SWL)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국무부에 촉구했다. USCIRF는 미국 대통령과 국무부 장관에게 세계 각국의 종교의 자유 증진 관련 외교 정책을 권고하기 위해 미국 의회가 설립한 독립적인 연방 기관이다. 이 위원회는 국무부의 특별우려국 발표 전에 지난해 5월 북한 등 17개국을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국무부는 1998년 제정된 국제종교자유법에 따라 매년 세계 각국의 종교 자유를 평가한 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는 특별우려국과 특별감시국 등으로 지정하고 있다. 국무부는 통상 연말에 이를 발표하지만 2023년의 경우에는 올해 1월 초에 발표했다. 북한은 22년째 매년 특별우려국으로 지정된 상태다. solec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강병철

2024-05-01

“씩씩하게 자기 공 던진 당당함에 다음 경기 기대” 국민 유격수, 2년 차 우완의 배짱투에 엄지척!

[OSEN=손찬익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우완 기대주 이호성이 뒤늦게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이호성은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차례 마운드에 올라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5.11에 그쳤던 이호성. 등판할 때마다 긴 이닝을 끌고 가지 못했다. 3⅔이닝을 책임진 게 올 시즌 최다 기록.  박진만 감독은 “이호성은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야 할 선수”라고 한결같은 믿음을 보였다. 이호성은 두산을 상대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이며 벤치의 기대에 보답했다.  출발부터 좋았다. 이호성은 1회 1사 후 허경민과 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김재환을 삼진으로 제압했고 양석환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유도했다.  이호성은 2회 선두 타자 강승호에게 좌월 솔로 아치를 얻어맞았다.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 직구(140km)를 던졌다가 올 시즌 두 번째 피홈런을 기록했다. 헨리 라모스의 볼넷, 박준영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조수행을 좌익수 뜬공 처리했고 아웃 카운트를 착각한 2루 주자 라모스가 태그 아웃을 당하는 바람에 이닝을 끝냈다.  이호성은 3회 선두 타자 정수빈을 외야 뜬공으로 유도했다. 허경민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양의지와 김재환을 각각 유격수 뜬공, 헛스윙 삼진으로 꽁꽁 묶었다.  4회 양석환, 강승호, 라모스 모두 범타로 처리한 이호성은 5회 박준영의 내야 안타와 조수행의 희생 번트 그리고 포일로 1사 3루 위기에 놓였다. 정수빈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내줬다. 허경민의 타구를 유격수 이재현이 처리하며 이닝 종료. 6회 양의지와 김재환을 외야 뜬공으로 가볍게 잡아낸 이호성은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우완 이승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삼성은 장단 12안타를 때려내며 두산을 9-2로 격파했다. 1군 무대에 첫선을 보인 육선엽은 7회 1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이성규는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을 올렸고 데이비드 맥키넌은 5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이호성 선수가 선발로서 제 몫을 다해주며 첫 승을 올린 것을 축하한다.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진 당당함에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도 가져본다”. 박진만 감독은 선발 이호성의 활약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타선의 집중력은 단연 돋보였다. 박진만 감독은 “원정경기,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번의 기회를 역전을 만든 6회 모습에서 타선의 힘이 생겼고 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6회 무사 만루 첫 타자였던 김영웅 선수가 강한 압박감을 극복하고 안타를 쳐 동점을 만든 게 승부처였다”고 호평했다. 박진만 감독은 또 “육선엽의 첫 등판도 축하하며 앞으로 삼성의 주축 투수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면서 “마지막으로 오늘 잠실 야구장을 만원으로 채워주시고 큰 함성으로 선수들을 성원해주신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what@osen.co.kr 손찬익(ksl0919@osen.co.kr)

2024-05-01

이게 우승팀 본모습이다. 선발 7이닝 1실점+15안타 10득점 폭발...염갈량 "최원태 1선발다운 피칭..문보경 좋은 수비로 흐름 만들었다"

[OSEN=창원, 한용섭 기자] 프로야구 LG가 투타 완벽한 조화로 NC에 대승을 거뒀다. LG는 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경기에서 10-1로 승리했다.  경기 전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가 요즘 우리 1선발이다"고 기대했다. 최근 외국인 투수 엔스와 켈리가 나란히 2경기 연속 부진하면서 선발진이 불안한데, 이날 선발 투수로 등판한 최원태의 호투를 기대했다.  최원태는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최원태가 7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째를 기록했다. 올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피칭이었다. 최근 3경기 연속 6이닝 이상 1실점 이하의 호투를 이어갔다.  최원태는 3회 선취점을 허용했다. 선두타자 천재환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박민우 타석에서 2루 주자 천재환의 3루 도루를 허용했다. 박민우의 1루수 땅볼 때 3루주자가 득점했다.  최원태는 4회 박건우에게 2루타를 맞고, 위기였다. 데이비슨의 3루 선상 강습 타구를 3루수 문보경이 다이빙캐치로 잡아서, 1루로 던져 아웃시켰다. 빠졌더라면 실점하고 다시 위기 상황이 이어질 장타가 될 타구였다. 이후 뜬공과 삼진으로 위기를 넘겼다. 5회 2사 2,3루에서 손아섭을 뜬공으로 처리했다. 6회와 7회는 삼자범퇴로 막았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최원태가 최근 경기에서 팀의 1선발로서 기둥 역할을 해주고 있었는데 오늘 꼭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1선발다운 피칭으로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고 칭찬했다.  또 염경엽 감독은 "4회 흐름을 완전히 넘겨줄수 있는 상황에서 문보경의 좋은 수비로 대등한 흐름을 만들수 있었고, 5회 문보경의 홈런을 시작으로 상대의 실책에 의한 찬스에서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해 빅이닝을 만들면서 경기의 흐름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LG는 5회 역전시켰다. 4회말 좋은 수비를 보인 문보경이 선두타자로 나서 카스타노의 슬라이더를 때려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어 김범석의 안타, 허도환의 사구로 1,2루가 됐고, 신민재의 빗맞은 타구는 유격수 앞 느린 땅볼이 됐고, 김주원이 잡아서 1루로 던진 것이 1루수 뒤로 빠졌다. 내야 안타에 이은 송구 실책. 3루로 진루한 김범석이 역전 득점을 올렸다. 1사 2,3루에서 박해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1로 달아났다.  2사 2루에서 문성주가 좌익수 앞 안타를 때렸고, 2루 주자 신민재는 아웃타이밍이었으나 포수 김형준의 태그에 왼손을 빼는 신기의 슬라이딩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처음에는 아웃이었으나, LG가 비디오판독을 신청해 세이프로 번복됐다.  LG는 6회 1사 후 김범석이 투런 홈런을 쏘아올려 6-1로 점수 차를 벌렸다. 이후 구본혁의 좌선상 2루타, 허도환의 좌전 안타로 1사 1,3루가 됐다. 신민재의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1타점을 올렸다. 박해민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8-1로 달아났다.  LG는 7회 1사 3루에서 문보경의 좌전 적시타로 9점째를 뽑았고, 8회는 무사 2루에서 이날 정식선수로 등록돼 1군에 콜업된 최원영이 대타로 나와 중전 적시타를 타점을 올렸다. 데뷔 첫 안타와 첫 타점을 동시에 기록했다.  염 감독은 "추가점이 필요할 때 김범석의 투런 홈런으로 전체적으로 여유있게 운영할수 있었다. 최원영의 프로 데뷔 첫 안타와 첫 타점 축하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멀리 마산까지 원정 오셔서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에 연패를 끊을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orange@osen.co.kr 한용섭(cej@osen.co.kr)

2024-05-01

[사설] 윤·이 회담 끝나자마자 입법 폭주, 민주당 협치 의지 있나

━ 2일 본회의 열고 쟁점 법안 강행 처리 태세 확고 ━ ‘이태원 특별법’ 합의는 다행, 타협 물꼬 이어지길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9일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쟁점 법안들을 잇따라 강행 처리할 태세다. 민주당은 오늘 국회 본회의를 열어 예고했던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비롯해 간호법과 노란봉투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도 처리를 벼르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여야가 어제 전격 합의를 끌어냈다. 특조위 구성과 활동 기간은 민주당 입장을 수용하되 특조위 권한은 국민의힘 주장대로 당초 안보다 축소해 타협을 도출했다. 정치권의 합의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요구한 유족들 뜻대로 여야가 타협을 이룬 점에선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다른 쟁점 법안들에 대해선 여야가 한 치 양보 없이 맞서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양당 간 합의가 이뤄져야 본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김 의장이 오늘 본회의를 열지 않으면 4일 의장의 미주 순방길에 홍익표 원내대표가 동행하지 않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입법 폭주는 사흘 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회담 취지에도 역행한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결과물 없이 끝난 회담이지만 협치의 물꼬를 튼 출발점으로 의미가 작지 않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회담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쟁점 법안들만 콕 찍어 강행 처리에 나섰다. 이번 국회 끝까지 정부·여당을 흔들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국민의힘이 108석으로 줄어들 22대 국회는 민주당의 독주가 더 심해질 게 명약관화하다. 여기에다 ‘윤석열 정권 심판’을 내걸고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과 민주당 간에 선명성 경쟁이 불붙으면 여야 대치는 극에 달할 것이다. 이에 더해 국회의장 도전을 선언한 민주당 다선 의원들마저 친명계의 지지를 얻겠다며 의장의 중립 원칙을 부인하는 극언을 쏟아내고 있다. 5선 정성호 의원은 “협의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6선 추미애 당선인은 “의장은 중립 기어를 넣으면 안 된다”고까지 했다. 22대 국회 최고령 의원이 될 박지원 당선인은 유튜브에서 “김진표 의장이 채 상병 특검법 등을 직권상정하지 않고 해외 순방 간다”며 ‘개××’ ‘놈’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국회의장 직은 사회 통합과 대화·타협이 특성인 의회주의의 표상으로 중립 의무를 지키는 게 옳다. 그럼에도 이를 겁박하는 문화가 민주당의 관행으로 자리 잡는 것 아닌지 심히 우려될 뿐이다. 여든, 야든 상식에서 벗어난 폭거를 일삼으면 국민은 반드시 회초리를 들게 돼 있다. 민주당이 지지율 낮은 대통령과 지리멸렬 여당을 상대로 마음껏 입법을 요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려면 총선 민심을 잘 헤아려 폭주 대신 타협의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2024-05-01

[사설] 주한미군 주둔비 대폭 인상 예고 트럼프…모든 리스크 대비를

━ 트럼프, “부유한 한국, 왜 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나” ━ 한국 관련 정확한 정보 사전 입력할 채널 가동해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발간된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들(한국)은 아마 거의 돈을 내지 않고 있을 것(paying very little)”이라며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그들은 부유한 나라인데 왜 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느냐”라고도 했다. 그가 대선 레이스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이 집권할 경우 한국도 ‘흥정’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5년마다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해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수준을 정한다. 현재 한국은 2021년 합의에 따라 당시 1조1833억원을 기준으로 삼고, 다음 SMA를 체결할 때까지 매년 한국 국방비 인상률을 반영해 올려준다. 트럼프 정부는 2019년 제11차 SMA 협상 때 당시 한국의 연간 분담금(1조389억원)의 6배에 가까운 50억 달러(약 6조9000억원)로 증액을 요구했었다는 게 외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50억 달러를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우리 입장에선 여간 난감한 상황이 아니다.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며 중국·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다, 한국의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미·일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안보의 핵심인 동맹의 방어적 군사력을 거래의 수단으로 삼거나, 한·미 동맹보다 북·미 직거래에 나선다면 가뜩이나 불안정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안보의 위기는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의 숫자를 3만5000명이라고 부풀리거나 “한국이 거의 돈을 내지 않고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언급을 반복하고 있다. 그의 이런 언급이 의도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안보를 돈과 직결시키겠다는 뜻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미국 대선 결과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초박빙 상황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트럼프 리스크에도 철저히 대비하길 바란다. 미리미리 트럼프 캠프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잘못된 사실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가동해야 한다. 지난달 시작한 SMA를 조기에 매듭짓고,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동맹 안보의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다. 정치권 역시 국익에는 여야가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초당적 대미 외교 지원에 나서야 마땅하다.

2024-05-01

[이현상 칼럼] 지옥의 문 앞에 선 보수

“도덕이 무력해진 선거.” 총선이 끝나고 나간 모임에서 보수 성향의 지인이 울분을 토했다. 이해가 간다. 어려운 중소 자영업자가 받아야 할 돈을 주택 구입용으로 불법 대출받은 후보가 너끈히 당선되는가 하면,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발언을 떠벌리던 ‘역사학자’도 국회에 입성했다. 대장동·백현동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오히려 굳건한 방탄성을 쌓았다. 민주당의 도덕적 문제들이 ‘이채양명주’(이태원, 채 상병, 양평 고속도로, 명품 백, 주가 조작 의혹) 주문 앞에서 묻혀 버리고 말았다는 한탄이 나올 법하다. 인구학적 지형 보수에 불리하지만 선거는 여러 변수 얽힌 역동적 과정 창의적 전략과 외연 확대가 더 중요 육참골단의 각오로 변신 도모해야 이런 무력감은 급기야 정치인구학적 지형이 보수에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는 분석에까지 이른다. 보수 정당의 강력한 지지세력인 고령층의 퇴장은 빨라지는데, 새롭게 고령층에 편입되는 86세대는 기존의 ‘반(反)보수’ 성향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굳건한 기반인 4050세대에 이어 60대마저 친(親)진보 세대가 된다면 보수 정당의 입지는 점점 좁아진다. 보수 정당에는 그야말로 ‘지옥의 문’이 열리는 셈이다. 그렇다고 보수는 지옥의 입구에 쓰여 있다는 문구처럼 ‘모든 희망을 버려야’만 되나. 정치인구학적 결정론이 지배한다면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선거는 반드시 구조적 요인에 좌우되지 않는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좋은 예가 미국 선거다. 인구 구성으로 봤을 때 미국 대선의 운동장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기울어지고 있다는 분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0년 미국의 백인 인구는 57.8%였다. 10년 전 63.7%에서 보듯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 반면에 히스패닉(16.3→18.7%)과 아시아계(4.8→6%)는 늘고 있다. 흑인 비중(12.6→12.4%)은 거의 변화가 없다. 미국은 투표행위에서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가 비교적 작동하는 나라다. 정체성 정치란 인종·성·종교·지역 등 여러 기준으로 분화된 집단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하는 현상을 말한다. 정체성 정치는 한국에서는 지역주의 외에는 뚜렷한 사례를 찾기 힘들지만, 미국에서는 꽤 많이 적용되는 분석 틀이다. 2008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이런 정체성 정치를 잘 이용한 케이스다. 오바마는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소수 인종을 중심으로 백인 대졸자, 미혼여성, 젊은 층으로 지지층을 넓혀 당선됐다. 일종의 ‘유권자 연합’ 전략이었다. 그러나 인구 구성 변화만 보면 2016년 백인 우월주의자 트럼프의 당선은 설명하기가 어려워진다. 오바마 때보다 분명 백인의 비중은 줄었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가 선택한 전략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박탈감에 시달리는 백인 중산층과 노동자층의 결집이었다. 그 전략이 정체성 정치의 또 다른 부정적 면모를 낳았지만, 어쨌거나 트럼프는 성공했다. 트럼프의 ‘도덕’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트럼프의 ‘전략’에 주목했을 뿐이다. 그 후 8년이 지난 현재, 백인 인구 비중이 더 줄었음에도 트럼프는 여전히 바이든과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선거에서 정치인구학은 수많은 변수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이번 총선에서 불리한 정치인구학적 조건을 확인한 이상, 보수 정당의 전략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져야 한다. 객관적 조건을 상수가 아니라 변수로 만들려면 창의성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 분석가들은 유권자 중 민주당 무조건 지지는 30%, 국민의힘 무조건 지지는 20% 정도로 본다. 결국 31%를 어떻게 더 확보할지가 보수 여당으로선 관건이다. 분명한 것은 부지런히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히는 전략 없이 ‘안보 보수’ ‘아스팔트 보수’에만 기대는 ‘유사 정체성 정치’로는 승산이 없다는 사실이다.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선 ‘선거 연대’ 같은 정치공학적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곪은 문제를 도려내 등 돌린 중도층을 되돌이키는 결단이다. 자기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자세가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김 여사 문제든, 채 상병 특검이든 잘라낼 ‘살’을 고민할 때다. 그 살을 아끼다가 병독이 뼈로 스며들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거야말로 보수로선 지옥이다. 희망은 절망 속에서 싹튼다. 그리스 신화의 페르세포네는 죽은 자들의 세계인 명부(冥府)의 여신이지만, 씨앗의 신이자 봄의 신이기도 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총선 뒷수습을 하는 용산과 여당의 모습에선 하늘이 무너졌다는 위기감이 없어 보인다. ‘찐윤’ 원내대표 출마설이 나오는 게 그 예다. 개헌·탄핵 저지선 초과 8석이 잔해 더미를 받치고 있지만, 그 8석이 과연 끝까지 버틸지는 알 수 없다. 진짜 지옥의 문이 열리기 전에 A부터 Z까지 달라져야 한다. 이현상(leehs@joongang.co.kr)

2024-05-01

[이상렬의 시시각각] 대통령은 아직도 소통을 모른다

관전자 입장에서 보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양자회담의 승자는 이 대표다. 이 대표는 퇴장하는 취재진을 붙잡아 두고 15분간에 걸쳐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을 주자고 했고, 채 상병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도 요구했다. 잦은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도 요청했다.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가면 좋겠다”며 김건희 여사 문제도 거론했다. 회담에 앞서 혼자만 준비된 원고를 읽은 이 대표의 돌발 행동은 반칙에 가깝다. 그로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의 발언 영상은 인터넷에 그대로 남았고, 지지자들은 “역시 이재명”이라며 열광하고 있다. 영수 회담 정치 복원 지켜볼 일 윤 대통령, 의혹에 더 솔직해야 국민 지지가 여소야대 정국 해법 문제는 윤 대통령 쪽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언론 앞에서 말하지 않았다. 비공개 회담에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발언량 비율이 85대15라고 한다. 발언 중 극히 일부만 배석자들의 전언을 통해 알려졌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국정 현안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국민에게 전달되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그걸 극대화했고, 윤 대통령은 그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가령 민생회복지원금만 해도 왜 전 국민 지원금이 민생에 도리어 독이 되는지 국민에게 알릴 절호의 기회였다. 벌써 지난해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섰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국가채무가 늘고 있는 나라에 속한다. 물가도 물가지만 정부가 빚을 내 현금을 나눠준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그럴 형편도 안 된다. 그러나 알려진 설명은 충분치 않았다. “더 크게 지원하자는 얘기가 있었지만 재정이나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기 때문에 내가 단칼에 잘랐다”는 발언 정도가 눈길을 끌었다. 민생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야당 대표의 청을 대통령이 박절하게 물리친 형국이 되고 말았다. 채 상병 특검과 김 여사 문제는 본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한 사안들이었다. 민주당이 특검법 처리를 벼르고 있지 않나. 사실 4·10 총선에서 민심이 분노한 대목 중 하나는 윤 정부에서 국민 상식과 어긋나는 일이 잇따른다는 점, 그런데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었다. 채 상병 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대사로 내보낸 것,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도 그중 일부였다. 국민의 궁금증과 의구심은 이번에도 해소되지 못했다. 국민연금 논의는 특히 아쉬운 대목이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처리 독려를 요청한 것은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의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 안이다. 소득 보장 강화라는 장점이 있지만, 2093년 누적 적자가 702조원 증가하는 등 미래 세대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상당수 전문가로부터 ‘개악’이란 비판을 받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도 지속 가능성을 우려한다. 찬반이 맞서는 만큼 이번 회담이 절충점을 찾는 자리가 돼야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미래 세대의 짐을 줄여주는 쪽으로 수정·보완하자고 이 대표를 설득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시간은 없는데 귀한 찬스가 날아갔다. 윤-이 회담이 정치 복원의 계기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일단 1일 첫 성과가 나왔다. 여야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수정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양보와 타협의 결과다. 그러나 법안 강행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되풀이되면 정치는 다시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다. 어쨌든 윤 대통령 앞에는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 거대 야당(민주당 175석, 야권 전체 192석)이라는 22대 국회의 현실은 윤 대통령의 많은 구상을 좌절시킬 것이다. 길이 없지는 않다. 여소야대든, 여대야소든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결국 국민 지지에서 나온다. 진심을 다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윤 정권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렬(isang@joongang.co.kr)

2024-05-01

[시론] 전쟁·기아로 고통받는 지구촌 어린이들

오는 5일은 102주년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는 미래의 주인공이자 어른의 거울이다. 어린이가 가난·기아·전쟁의 위협을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어른의 책임이다. 그런데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어린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1950년 6·25전쟁 당시 한반도에서 300여만 명이 희생됐다. 그 와중에 많은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전쟁 이후 한국에서는 5만여 명의 전쟁고아가 아동복지기관을 통해 해외로 입양됐다. 화제의 영화 ‘독립전쟁’을 만든 김덕영 감독의 다른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을 보면 북한에서도 전후에 1만 명의 전쟁고아가 동유럽으로 집단 이주됐다.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 장기화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 희생 커 절망을 딛고 희망 갖도록 도와야 북한의 핵 개발로 다시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 나라 밖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의 불길이 어린이들을 위협한다. 지진 등 자연재난은 물론이고 어른들이 만든 전쟁이라는 인적 재난 와중에 희생되는 어린이들의 비극이 외신을 타고 계속 보도된다.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해온 가자지구에서 참담한 소식이 들려왔다. 죽어가는 엄마의 뱃속에서 가까스로 태어난 아기가 결국 나흘 만에 숨졌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6개월을 넘기는 동안 가자지구에서 최소 1만4000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다친 어린이도 1만 명을 넘는다. 1만9000명의 어린이는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됐다. 살아남은 아이들도 전쟁 트라우마와 굶주림·질병의 위협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부족한 식량과 의약품, 식수난과 열악한 의료 시설 등으로 가자지구 어린이들은 말 그대로 생지옥에 놓여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로 접어들면서 2만명에 가까운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무장세력들로 무법천지가 된 아이티에서는 영양실조와 콜레라 등으로 300만 명에 가까운 어린이들이 인도주의적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다. 내전이 끊이지 않는 수단에서는 400만 명의 어린이가 집을 잃고 길 위에서 살아간다. 어른들의 분노가 일으킨 전쟁과 분쟁의 대가는 이처럼 지구촌 어린이의 삶을 파괴한다. 부모와 형제를 앗아가고 집과 학교는 물론 병원·상하수도 등 주요 사회 인프라를 파괴해 영양과 보건, 식수위생, 교육 기회를 송두리째 빼앗아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트라우마는 더 심각하다. 세상을 향한 신뢰를 쌓아야 할 유년기에 아이들은 상실과 분노를 먼저 배운다. 어른들의 싸움으로 어린이들의 삶 전체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어린이의 삶에 깊은 상처를 입히기는 자연재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대지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3월 필자가 방문한 지진 피해 현장에서 마주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그러했다. 현장에 머무는 내내 “한 사람이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의 크기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란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어린이들의 상처와 삶의 무게를 느끼면서 마음이 먹먹했다. 문득 한국전쟁의 한 복판에 놓여있던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떠올랐다.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구호 물품을 애타게 기다리던 우리가 어느새 이렇게 온정의 손길을 보내며 그 구호의 현장에 와있다는 사실에 새삼 벅찬 감정이 솟구쳤다.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다가 이제는 지구촌의 어려운 나라에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된 지 30년. 올해는 마침 국제구호단체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설립된 지 30주년을 맞는다. 전 세계로부터 받은 사랑을 다시 지구촌에 돌려준 지 30년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한국의 어린이들을 위해 조건 없는 사랑을 보내줬던 그때 그 시절 좋은 어른들의 온정이 보은의 30년을 맞게 했다. 70여년전 한국 어린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따뜻한 선의와 관심이 세상을 다시 아름답게 만들고, 아픈 상처를 회복하게 하는 큰 힘이 된다고 믿는다. 다시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어른들의 노력이 지속되길 바란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어린이가 절망을 딛고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행복한 5월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미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2024-05-01

[강찬호의 시선] 이화영 옥중서신 ‘속편’은 언제 나오나

“법원과 검찰을 흔들어 사법 시스템을 공격한다고 있는 죄가 없어지지 않고 죄가 줄어들지도 않습니다. 중대 부패 범죄자가 허위 주장으로 사법 시스템을 붕괴하려는 시도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달 23일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검찰 술자리 회유’ 주장에 대해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 검찰총장이 특정 사건에 이렇게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2003년 송광수 총장이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려는 노무현 청와대를 향해 “내 목을 쳐라”고 맞섰고, 2005년 김종빈 총장이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해 사표를 낸 것 외엔 가장 강도가 높다. 총선 직전 “검찰이 술자리로 회유” 장소·일시 오락가락, 음주도 번복 검찰총장 일갈 뒤 민주당은 침묵 이화영은 지난달 4일 법정에서 “술도 한 번 먹었던 기억이 있다. 소주였고 얼굴이 벌게져 한참 진정되고 난 다음 귀소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변호인은 “종이컵에 입만 대고 내려놓은 것”이라고 음주 사실을 부인했다. 음주 일시도 지난해 6월 30일로 주장했다가 ‘6월 28일, 7월 3일, 7월 5일 중 7월 3일이 유력’으로 바뀌었고, 음주 장소는 ‘1313호 검사실 앞 창고’에서 ‘검사실 내 영상녹화실’로 바뀌었다. 이화영은 1년 반 넘게 재판받는 동안 ‘술판’ 주장을 꺼낸 적이 없다. 그런데 지난달 4일 결심 공판을 나흘 앞둔 마지막 재판에서 느닷없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이다. 4·10 총선을 6일 앞둔 시점인 점도 묘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주장의 신빙성부터 따져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총선 엿새 뒤인 지난달 16일 “100% 사실로 보인다”며 ‘국기 문란 사건’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특별대책단까지 구성하고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하며 검찰에 포화를 퍼부었다. 그 의도는 능히 짐작됐다. 오는 6월 7일로 예정된 1심 최종 공판에서 이화영이 유죄 선고를 받으면 이 대표의 기소 가능성도 크게 높아진다. 도 차원에서 부지사가 북한과 큰돈이 오가는 위험한 협상에 나섰다면 지사에게 보고하고 지시받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총선 압승으로 자신감이 붙은 가운데 이화영 유죄 선고를 막기 위해 ‘술자리 회유’ 주장을 띄워봄 직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총장의 발언 다음날부터 민주당에서 ‘이화영’이란 말이 쏙 들어갔다.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는 ‘채 상병 특검’ 얘기만 했다. 최고위원들도 ‘채 상병’만 입에 올렸다. 그 이후에도 민주당에선 ‘이화영’ 얘기를 듣기 어렵다. 오히려 조국혁신당에서 이 문제를 입에 올리고 있다. 검찰 출신 법조인의 분석이다. “민주당은 이원석 총장의 작심 발언에 ‘이건 아닌데’라며 당황했을 거다. 검찰은 이화영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와 교도관 38명 전원 등의 진술을 일일이 받고, 출두 기록과 교도관 근무일지 등도 제시하면서 이화영 주장을 족족 반박했다. 반면 이화영 측은 장소·일시 등에서 계속 말이 바뀌더니 음주 여부까지 뒤집었다. ‘회유’ 주장이 공갈로 끝나는 형국이다. 민주당도 더 문제 삼았다가는 ‘이재명과 이화영은 한 몸’이란 인식만 굳어질 것을 우려해 공세를 접었을 거다.” 이화영은 골수 운동권 출신으로 이해찬 전 대표 최측근이고 민주당 국회의원을 한 사람이다. 이런 그에게 술과 연어 접대한다고 회유가 될까? 또 이 전 부지사는 문제의 술자리 일시를 6월 30일이나 7월 3일이라고 했는데, 그는 이미 지난해 6월 9일 “이 지사에게 ‘북한이 방북 비용을 요구하는데 김성태가 처리할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변호인 입회하에 검찰에 진술했다. 이렇게 ‘월척’(이 지사의 연루 정황 진술)을 낚은 검찰이 뭐하러 20일 뒤 진술 조작 회유를 한단 말인가. 요즘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세 번 연속 발부되는 피고인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이화영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세 번 발부해줬다.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음을 법원이 인정했기에 ‘3관왕’에 오른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요즘 법조계에선 “이화영의 옥중 서신 ‘속편’은 어디 갔나?”란 말이 떠돈다. 이화영은 지난달 22일 A4 2장 분량의 ‘옥중 서신’을 공개하며 “검찰이 ‘전관 변호사’를 동원해 날 회유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변호사로 지목된 인사가 “사실이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는 입장문을 내면서 의혹은 확대되지 못했다. 당시 이화영은 ‘옥중 서신’ 옆에 ‘1’이라고 적어 추가 폭로 가능성을 흘렸다. 그러나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옥중 서신 2’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계속하면 법원의 선고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 않았을까.” 검찰 출신 법조인의 분석이다. 강찬호(stoncold@joongang.co.kr)

2024-05-01

[김정하 논설위원이 간다] 윤석열 이탈층에 미친 영향, 명품백 > 이종섭 > 물가

동아시아연구원 22대 총선 심층 분석 선거는 수천만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사회과학의 실험 무대로 볼 수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필수적이다.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손열 연세대 교수)은 4월 24일 정치학자들을 초청해 ‘제22대 총선 표심 분석과 정치 개혁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분석하는 첫 학술 행사였다. 이 자리에선 EAI가 총선 직후인 4월 11~15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유권자 15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토대로 선거 민심을 다각도로 조망한 논문들이 발표됐다. 논문들이 대부분 전문적인 통계분석이어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긴 쉽지 않지만, 22대 총선 결과와 관련해 여러 가지 유의미한 시사점들이 많다. 윤석열 투표자 75.4% 여당 투표 이재명 투표자 79.4% 민주 투표 대선은 윤·이 호감도 〉 소속 정당 총선은 윤·이 호감도 〈 소속 정당 공천만족도 민주당 지지층 우위 조국당 지지율 자산 중상위 최고 윤석열 지지층이 총선서 이탈한 이유 이번 조사에서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의 75.4%만 이번 총선 지역구 투표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고 응답했다. 10.1%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답했다. 반면 대선 때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의 79.4%가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고 했고, 5.1%가 국민의힘 후보로 이동했다. 여당 지지층보다 야당 지지층의 결속력이 강했던 것이다. 개별 이슈가 유권자들의 지지 후보 선택에 미친 영향력을 조사했을 때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은 ‘대선 윤석열 지지→총선 민주당 지지’ 그룹엔 영향력이 3.95(5점 척도, 1=전혀 영향 없음, 5=매우 큰 영향)로 나타났다. 이어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과 황상무 수석 실언’이 3.88, ‘물가 상승’이 3.85, ‘의사 정원 확대와 의료계 반발’이 3.54의 순서였다. 반면 ‘대선·총선 계속 국민의힘 지지’ 그룹에 ‘김 여사 명품백 논란’의 영향력은 3.28에 그쳤다. ‘윤석열 지지→민주당 지지’ 그룹과 ‘계속 지지’ 그룹 간 영향력 지표 차이가 가장 큰 이슈가 ‘명품백 논란’이었다. ‘명품백 논란’ 하나 때문에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대통령 지지층 이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슈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가 상승’ 이슈도 ‘계속 지지’ 그룹에선 영향력 지표가 3.26에 그쳐, ‘윤석열 지지→민주당 지지’ 그룹과 비교했을 때 ‘명품백 논란’과 비슷한 수준의 영향력 지표 차이가 나타났다. 선거 막판에 불거진 윤 대통령의 ‘대파 발언’ 논란이 미친 파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흥미로운 점은 이번 총선 국민의힘 투표층에서 윤 대통령 호감도의 영향이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다만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클수록 국민의힘 지지가 커진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재명이 싫어서 국민의힘을 찍는다’는 여의도의 속설이 통계학을 통해 입증됐다는 얘기다. 대선 때보다 떨어진 윤·이 호감도 EAI가 2022년 대선 당시 실시한 정당·후보 호감도 조사(가장 부정적 0, 가장 긍정적 10)에선 국민의힘 지지층의 경우 국민의힘 호감도 7.2, 윤석열 후보 호감도 7.6이 나왔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민주당 6.8, 이재명 후보 7.5가 나왔다. 지지 정당보다 지지 후보의 호감도가 더 높았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국민의힘 7.3, 윤 대통령 6.0이 나왔고 민주당 지지층에선 민주당 7.5, 이 대표 6.3이 나왔다. 대선 때와는 거꾸로 지지 정당보다 당 리더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진 것이다. 분석을 담당한 고려대 길정아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교수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약 40% 정도가 당 호감도보다 윤 대통령의 호감도가 낮았고, 민주당 지지층에선 약 45% 정도가 당 호감도보다 이 대표의 호감도가 낮았다”고 밝혔다. 총선 참패로 곤경에 처한 윤 대통령은 물론이고,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이 대표에게도 잠재적 불안 요소가 있는 셈이다. 공천 평가 민주당이 더 높아 이번 총선에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신조어가 유행했을 정도로 민주당의 비명계 학살 공천이 큰 이슈였다. 이 때문에 한때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세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각 당 공천에 대한 평가를 해보니 민주당 공천에 대해 잘했다는 평가는 33.9% 못했다는 평가는 50.5%지만,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선 22.0%가 잘했다, 60.8%가 못했다고 했다. 이런 경향은 당 지지층 내부 평가에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지지층은 민주당 공천에 대해 4점 척도(1:매우 잘함, 2:잘한 편임, 3:못한 편임, 4:매우 못함)에서 평균 2.14점을 매겼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층은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 평균 2.52점을 매겼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공천 만족도가 민주당 지지층보다 낮은 것이다. 무당파층에서도 민주당 공천 평가(3.11)가 국민의힘(3.25)보다 다소 높았다. 공천에 대한 평가는 실제 투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민주당 공천 평가를 긍정적으로 한 그룹은 56.1%가 ‘민주당(지역구)+민주당(비례대표)’ 조합으로 투표했다. 이어 ‘민주당(지)+조국혁신당(비)’ 35.9%, ‘민주당(지)+기타 정당(비)’ 3.7% 등의 순이었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층에서 민주당 공천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그룹은 ‘민주당(지역구)+민주당(비례대표)’ 37.7%, ‘민주당(지)+조국혁신당(비)’ 34.0%, ‘민주당(지)+기타 정당(비)’ 11.3%, ‘국민의힘(지)+기타 정당(비)’ 9.4% 등으로 나타났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에서 이탈자가 꽤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국민의힘 공천 평가를 긍정적으로 한 그룹은 87.3%가 ‘국민의힘(지)+국민의힘(비)’ 조합으로 찍었다. 이어 ‘국민의힘(지)+기타 정당(비)’ 8.8%, ‘국민의힘(지)+개혁신당(비)’ 1.8%의 순이었다. 반면 국민의힘 공천 평가가 부정적인 그룹은 ‘국민의힘(지)+국민의힘(비)’ 조합이 73.7%였고 ‘국민의힘(지)+기타 정당(비)’ 14.3%, ‘국민의힘(지)+개혁신당(비)’ 3.7% 등으로 나타났다. 민주당보다 이탈 비율은 낮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이탈자가 생겼다. 성신여대 서현진(사회교육)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공천은 중앙당 공심위에 절대적 권한을 주는 방식이었다”며 “이런 하향식 공천은 민주적 대표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서 공천심사 기준 및 방식에 대한 사전 공개와 명문화를 통해 공천과정의 정쟁화를 막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산 규모와 투표 성향 수도권 응답자들을 자산 규모에 따라 5단계(상위 9억원 이상, 중상위 5억~9억원, 중위 3억~5억원, 중하위 1억~3억원, 하위 1억원 미만, 설정 기준: 2023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분류하고 자산 규모와 투표 성향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지역구 투표에선 상위 민주 37.0% 국민의힘 63.0%, 중상위 민주 55.6% 국민의힘 44.4%, 중위 민주 64.5% 국민의힘 35.5%, 중하위 민주 60.9% 국민의힘 39.1%, 하위 민주 55.6% 국민의힘 44.4%로 나타났다. 상위에서 중위까진 자산이 적을수록 민주당 지지가 높아지지만, 그 밑으로 가면 오히려 민주당 지지가 감소하는 패턴이다. 비례대표 투표에서 자산 규모에 따라 조국신당에 투표했다는 응답 비율은 21.1%(상)-34.0%(중상)-32.6%(중)-31.5%(중하)-20.0%(하)로 변화했다. 조국신당의 지지율이 자산 중상위 계층에서 가장 높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분석을 담당한 서울대 정치학과 김수인(박사과정)씨는 “자산 상위 집단은 고령층이 많기 때문에 연령 효과에 따른 착시가 생길 수 있어 50대 이상 유권자를 제외한 분석도 했는데, 여전히 자산 상위 집단에서 보수 정당 투표 성향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히 김 씨는 “수도권 20~40대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선 자산을 제외하면 성별과 출신 지역 변수들의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심화로 계층적 분열이 커질수록 보수 정당은 집권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김정하(wormhole@joongang.co.kr)

2024-05-01

'0이닝 4실점'1점 못 지킨 소년가장 전미르 누가 탓하리…득타율도 꼴찌, 각성 없는 새가슴 타선 [오!쎈 부산]

[OSEN=부산, 조형래 기자] 결국 또 역전패를 당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빈공을 거듭한 끝에 선취점을 지키지 못했다. 필승조로 고군분투했지만 이날 블론세이브와 패전 투수가 된 ‘소년가장’ 신인 전미르를 누가 탓할 수 있을까. 프로야구 롯데는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3-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롯데는 5연패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롯데는 이날 상대 선발 신예 이종민을 맞이했다. 롯데 입장에서는 낯선 투수지만 그래도 공략해 볼 여지가 있는 투수였다. 그러나 롯데는 쩔쩔 맸다. 출루를 못한 것은 아니지만 득점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1회부터 기회가 있었다. 1회 1사 후 정훈이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고 레이예스의 우익수 방면 2루타로 1사 2,3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전준우가 삼진, 손호영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2회에도 선두타자 나승엽이 우선상 2루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김민성의 우익수 뜬공으로 1사 3루 기회를 이어갔지만 고승민의 1루수 땅볼로 3루 주자가 횡사 당했고 손성빈도 삼진을 당해 기회가 무산됐다. 4회에도 선두타자 전준우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2사 후 김민성의 볼넷으로 기회가 이어졌지만 고승민의 3루수 땅볼이 나오며 득점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5회 겨우 선취점을 뽑았다. 1사 후 윤동희의 볼넷과 정훈의 2루 땅볼로 2사 2루 기회를 만들었고 레이예스의 좌전 적시타로 1-0으로 앞서갔다.  선발 박세웅이  6이닝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내려갔고 7회부터 필승조가 가동됐다. 하지만 앞서 살리지 못한 기회들의 역풍을 제대로 맞았다. 7회 전미르는 선두타자 김재현에게 2루타를 맞았다. 유격수 손호영의 글러브를 맞고 외야로 느리게 굴러갔고 이 틈을 김재현이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김휘집에게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1-1 동점을 허용했다. 간신히 1점을 뽑은 롯데는 허무하게 1점을 잃었다. 이후 전미르는 흔들렸다. 폭투를 내줬고 이용규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무사 1,3루에서 도슨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1-2로 역전을 당했다. 전미르는 어두운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뒤이어 올라온 좌완 스페셜리스트 임준섭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계속된 무사 1,2루에서 김혜성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최주환에게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했다. 김상수가 송성문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병살타가 되지 않았다. 이후 이원석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까지 내줬다. 추가로 2실점 했다. 7회 5실점 중 4실점이 전미르의 책임이었다. 그리고 전미르는 패전 투수가 됐다. 어느덧 3경기 연속 실점에 시즌 평균자책점은 5.87까지 치솟았다. 불펜의 소년가장 전미르가 감당하기 힘든 하루였다. 하지만 누구도 전미르를 탓할 수는 없다. 초반 득점 기회를 못 살린 타선의 문제도 심각하기 때문. 이날 경기 전까지 롯데 타선의 득점권 타율은 2할3푼7리로 리그 최하위였다. 팀 성적도 꼴찌이고 득점권 타율도 꼴찌다. 득점권만 되면 새가슴이 되는 타선 때문에 롯데는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jhrae@osen.co.kr 조형래(foto0307@osen.co.kr)

2024-05-01

[조세린 클라크의 문화산책] 자연과 멀어지는 시간의 개념

지금보다 시력이 훨씬 좋았던 어린 시절, 나는 할머니의 고장 난 시계를 분해한 뒤 재조립하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재조립한 시계가 다시 작동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지만, 시계 수리 작업 자체보다 용수철, 숫자판, 톱니바퀴 같은 부품들과 시계의 작동 원리 간의 관계를 파악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아지경에 빠지는 것이 좋았다. 더 큰 뒤에는 작은 시계 내부의 작동 방식이 천체 순환 운동과 매우 유사하며, 이를 기반으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시간 측정 방식을 고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년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공전하는 시간으로 약 365일이다. 지구의 미미한 궤도 이탈과 자전 속도의 변형으로 인해 매년 발생하는 시간적 오차는 ‘윤년’으로 보충한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천체 순환 주기를 기반으로 ‘율리우스력’을 제정한 기원전 50년경에는 천체의 운동을 인간의 영향력을 초월하여 영원히 반복되는 자연의 순환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천체 운동서 시작된 시간 측정 음악 같은 문화 관념에도 영향 빙하 유실로 지구 공전 늦어져 급기야 원자시계로 시차 보완 2024년으로 돌아와 보자. 보고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한 빙하 유실이 지구의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쳐,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라 시간도 지연된다고 한다. 이 지연 때문에 매년 윤초(閏秒)가 점점 더 길어져 정밀한 원자시간(세슘 원자시계로 측정하며 1억5800만 년마다 1초의 오차만 발생)과 자연시간 간의 시차를 보충해야 한다. 첨단기술 기업부터 산업형 농업 종사자, 초단타 매매자, 우주비행사, 군 지휘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의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초정밀 표준시각을 제공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의존하는 오늘날에는 윤초를 변수에 넣는 일에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는다. 음악과 시간 측정법의 관계 카이사르의 율리우스력은 기존의 변덕스러운 역법들을 대체했다. 그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역법은 계절에 따른 태양 주기를 불균등한 일광 시간이 적용된 달력에 옮겨 놓은 ‘불균형적 시간 측정법’이다. 이는 당대인들, 특히 일출과 일몰 시간에 활동하는 정규 의례 참석자들과 음악가들에게 효율적인 시간 측정법이었다. 이 측정법을 알아보면서 나는 이것이 문화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옥타브를 나누는 음계와 유사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서양 음악에서 사용하는 ‘평균율’은 한 옥타브를 12음으로 균등 분할하여 서양음악의 두 가지 주요 특성인 조바꿈과 화음을 지지하는 방식이다. 평균율의 기반이 되는 발상은 동아시아에서 유래했는데, 1584년 중국 명나라 왕자이자 수학자·물리학자·안무가·음악이론가였던 주재육(朱載堉)이 쓴 ‘율학신설(律學新說)’에 처음 등장한다. 명나라 당대에는 불균등한 음계를 선호했기에 평균율은 사용되지 않았다. 예컨대 금(琴) 연주는 줄을 13개의 점으로 분할해 단선 배음렬에서 비롯되는 음조를 기반으로 한다. ‘순정률’이라고 하는 이 음계에서는 3:2나 4:3 같은 음정 비율에 따라 음간격을 설정한다. 주재육으로서는 5세기 후 동아시아인들이 K팝부터 클래식 음악에 이르기까지 그가 만든 ‘평균율’로 이루어진 음악을 들으며 자라게 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통 음악은 불균등한 음계를 기반으로 형성돼 이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는 음정이 맞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 평균율이나 원자시간의 등장은 모두 인간의 시간 측정이 아날로그적/자연적 사고방식에서 디지털/컴퓨터로 전환됐다는 점을 나타낸다. 2035년 윤초 없어져 4월 초에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달에서 쓰일 시간대를 만들 계획이라는 토막 뉴스를 접했다. 지난 달 2일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에서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연방정부에서 우선 달 표면과 시스루나 공간에서 수행하는 임무에 집중하여 다른 천체에 대한 임무를 지원하기에 충분한 추적성을 갖춘 달 표준시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스루나 공간’(Cislunar space)이란 달의 궤도 내 영역을 의미하고, ‘추적성’ (traceability)이란 지구 시간대를 비롯한 다른 천체들과 동기화를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 나사는 달 표준시의 명칭으로 ‘협정 달시’(Coordinated Lunar Time, CLT)라는 이름도 이미 정해 두었다. 2035년에는 윤초가 폐지된다. 이후에는 오로지 원자시계로만 시간이 측정된다. 낮과 밤의 주기는 인간의 신체 리듬에 영향을 미쳤고,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그림자 길이에 처음 주목한 시절부터 문화적 시간 관념의 기초가 되었다. 하지만, 원자시계는 낮밤의 주기에 구애받지 않는다. 천체에 기반한 시간 측정법은 인간을 지탱하는 거대한 우주와 우리 인간과의 관계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나로서는 지구와 태양, 달 간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시간 계산법을 포기함으로써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세린 클라크 배재대 동양학 교수

2024-05-01

[이은형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볼턴, 와트의 마음을 헤아리다

매월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영국 버밍엄 소호 지역의 한 저택에서 모임이 열렸다. 집주인은 기업가 매튜 볼턴, 참석자는 웨지우드 도자기의 경영자 조사이어 웨지우드, 과학자 조셉 프리스틀리, 의사이자 작가인 에라스무스 다윈(찰스 다윈의 할아버지), 증기기관 기술자 제임스 와트 등이었다. 늦은 밤 집에 돌아갈 때 불빛이 필요해서 보름날 모였다는 이 모임을 사람들은 루나 소사이어티라 불렀다. 경제사학자들은 이런 모임들이 영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었으며 산업혁명의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한다. 기업가와 창의적 기술자의 협업 증기기관 완성, 산업혁명 동력 돼 리더·창작자는 서로 보완적 존재 상호 존중 없으면 상처뿐인 결말 1760년대 영국의 버밍엄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성장하고 있었다. 소호 지역에는 40개 이상의 공장이 모여 단지를 이루고 있었고, 복합적이며 광범위한 산업구조가 형성된 최초의 현대 산업도시였다. 소호 공업단지의 유력한 기업가 매튜 볼턴은 루나 소사이어티를 주도하면서 자신의 사업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를 바꿀 기회를 맞이했다. 바로 와트와 함께 증기기관의 완성을 이루어낸 것이다. 루나 소사이어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와트와 볼턴의 ‘콜라보’는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1769년 증기기관에 대한 특허를 받은 사람은 와트였지만 실제로 이를 산업혁명의 동력으로 연결하는 데는 볼턴의 공이 컸다. 기록에 따르면 와트는 제대로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기계의 원리를 기가 막히게 이해하고 해체 및 조립을 능숙하게 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당시 뉴커먼 엔진의 생산성을 4배나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는 새로운 증기 기술을 발명했지만 이를 사업화할 자금이나 능력은 부족했다. 와트는 특히 회계나 사업적 협상 등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아주 싫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운이 좋게도 와트에게는 볼턴이 있었다. 볼턴은 공장을 운영하면서 동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와트의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두 사람은 장문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증기기술에 대해 의논했다. 볼턴은 와트를 설득해 버밍엄으로 이사하도록 했고 마침내 증기기관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완성했다. 그 과정은 기업가와 창의적 기술자가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볼턴은 다양성과 포용을 통한 융합적 문제 해결을 중시하고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의 자유로운 토론그룹이었던 루나 소사이어티를 통해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고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해 자신의 공장에 적용했다. 14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정규교육 못지않은 다양한 기회를 통해 학습하면서 사업을 키웠고 타고난 마케팅 감각을 발휘했다. 볼턴은 와트의 기술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 이것이 사업적으로 어떻게 연계될 것인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볼턴은 자신이 가진 인맥과 영향력을 발휘하여 증기기관의 특허 기간을 연장했다. 16년에 불과한 특허 기간 내에는 상업적 가치를 가진 신제품을 출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의회의 분위기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볼턴은 끈기있게 요청하고 설득한 끝에 15년을 추가로 연장했다. 신제품이 나온 것이 1795년. 만약 예정대로 1785년에 특허만료가 되었다면 연구는 중단되었을 것이며 세계 역사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볼턴이 와트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격려하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와트는 완벽주의자답게 늘 비관적이었으며 자주 우울증에 빠지곤 했다. 자신의 기술이 완성될 수 있을지 고심하며 괴로워하는 와트를 지지하고 북돋우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볼턴의 중요한 임무였다. 볼턴은 와트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질수록 기업이 풀어야 할 문제는 복잡해진다. 그럴수록 논리와 직관, 모두 필요하다. 글로벌 엔터기업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과 당대의 뛰어난 프로듀서로 평가받는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자본과 인맥, 사업적 마인드를 가진 리더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창작자, 기술자는 서로에게 보완적 존재다. 그래서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마음을 헤아리고 존중할 때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가 되면 모두에게 상처뿐인 결말만이 남게 된다. 최근 사태를 보면서 와트와 볼턴의 보완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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