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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자동새총, 젤리자판기, 홀로그램…직접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미래 인재 키우는 '메이커 교육'

공작도구, 3D 프린터 갖춘 공간서
학생들이 아이템 정해 물건 제작
문제 해결하며 창의력·협동심 길러
SNS로 아이디어·노하우 공유도


한때 '메이커(maker)'는 전문적 제작자.제조업체를 일컫는 용어로 통용됐다. 하지만 이젠 일반인.소비자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제작자.창작자가 될 수 있는 '셀프 메이킹(self-making)' 시대가 열렸다. 인터넷에서 전문지식을 손쉽게 구해 3D 프린터로 원하는 형상을 제작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런 변화를 내다본 '메이커 교육'이 10여 년 전 미국.유럽에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자기 아이디어를 토대로 제품 제작에 도전하며 창의력, 협동심, 융합적 사고를 기르는 교육이다. 교사는 최소한의 정도로만 개입하며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력자 역할만 맡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교육이다. 한국의 '메이커 교육' 현장을 소개한다.

"고무줄 탄력이 너무 약한 것 같은데…"

"연속 발사도 잘 안 되잖아. 해결 방법이 없을까?"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이문238' 공작실. 중학교 1학년인 오재민(13).최지웅(13).정재훈(13)군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 세 학생은 자신들이 설계한 '연속 발사 자동 고무줄 총'을 놓고 고민 중이었다. 종이로 된 50㎝ 길이의 총신에 장착한 모터가 회전하면서 고무줄을 자동 발사케 하는 구조다.

'메이커교육실천'이라는 이름의 민간단체는 이곳을 포함해 전국 10개 센터에서 '영 메이커 프로젝트'를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초등 3학년부터 고교생까지 600여 명이 지난달부터 매주 토요일에 모여 하루 3시간씩 작업해 16주에 걸쳐 작품을 완성한다.

고무줄 총을 놓고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박주용(43)씨가 다가섰다.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고무줄 총 제작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박씨는 문화공연기획사 컨설턴트다. 이곳에선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세 학생의 멘토 역할을 한다.

박씨의 조언에 학생들은 노트북을 꺼내 인터넷을 검색했다. 이윽고 "모터를 좀 더 뒤로 옮겨 고무줄을 길게 늘여 볼까" "기관총 모양으로 다시 디자인하자"며 새 아이디어를 서로에게 꺼냈다.

박씨에게 물어보니 이곳에서 멘토는 공구 사용법을 알려 주거나 간단한 조언만 할 뿐 답을 알려 주지 않는 게 원칙이다. "아이들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게 하는 게 메이커 교육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날 이곳엔 19명의 학생이 모였다. 패트병을 활용한 무선 진공청소기, 집에서 쓸 수 있는 '저소음 농구대', 젤리.음료수자판기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김지만(서울 온곡중 3)군은 드론에 부착할 수 있는 3D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제작 중이었다. 김군은 "만들다 막히면 제품 제작 동영상을 참고하면서 혼자 힘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힘으로 해결하는 것을 경험해 보니 성취감이 생기고 더 높은 단계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절로 생긴다"고 했다.

이처럼 메이커 교육은 말 그대로 메이커, 즉 창작자를 기르는 교육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메이커교육실천은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단체에는 교수.교사.연구원.대학생 등 70여 명이 멘토로 활동 중이다.

지자체, 창조경제혁신센터,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교육을 진행한다.

이 대표는 "기획.제작.완성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학생이 주도한다.

스스로 문제 해결방법을 찾고 작품을 보완하면서 창의력과 도전정신,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게 하는 교육"이라고 소개했다.

또 다른 장점은 학생들이 자연스레 공유와 협력의 가치와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아이디어와 제작 과정을 프로젝트 전용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한다. 누군가 제작 과정 중 부딪힌 어려움을 호소하면 다른 학생이 조언을 해 준다.

서로 질문하고 조언하는 덴 거주 지역이 한계가 되지 않는다. 메이커교육실천이 전국에 운영 중인 10개 센터에 참여하는 학생 전체가 하나의 네트워크 속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경기도 판교 창조경제혁신센터 작업실에 나오는 용인 태성고 3학년 심재광(18)군은 미세먼지 농도 측정센서에 관한 질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자 적합한 센서를 추천하는 댓글이 수십 개 붙었다.

심군은 회원이 20명인 태성고 과학동아리의 일원이다.

이 동아리는 팀 단위로 메이커교육에 참여 중이다. 깡통 크기의 작은 위성 '캔셋(cansat)'을 쏘아 올려 고도에 따른 미세먼지 농도를 관측하는 것이 목표다. 심군은 "우리끼리만 하려 했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수도 많았을 것"이라며 "지식을 나누고 협력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커 교육의 등장은 시대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기 아이디어에 따라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정보기술(IT)이 발달하고 3D 프린터가 출현하고 오픈소스(디자인.제작 공정을 공개하는 흐름)에 기반한 창작문화가 확산된 데 따른 변화다.

함진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은 국가 차원에서 학교에 메이커 교육를 보급 중이다. 메이커 교육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창의형.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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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교육에 도움 되는 홈페이지

-메이크올(www.makeall.com):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운영하는 사이트로, 전국 공공.민간 메이커 스페이스 및 메이커톤 대회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무한상상실(www.ideaall.net): 미래창조과학부.특허청 등 이 운영하는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볼 수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www.creativekorea.or.kr): 전국 센터에서 운영 중인 3D 프린터 교육 등 메이커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인스트럭테이블(www.instructable.com): 전 세계 메이커들이 제품 제작 동영상을 올려 공유하는 사이트. 다양한 제품 제작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싱기버스(www.thingiverse.com): 3D 프린터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컴퓨터 모델링 기법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플레이메이커(www.playmaker.or.kr):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국내 메이커 사이트.

-디아이와이(www.diy.org): 전 세계 메이커들이 많이 찾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간단한 공작물부터 복잡한 제품까지 여러 제품의 제작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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