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리딩 우먼] 윤재은 UCLA 한국어 강사 "한글 가르치며 우수함에 감동"

부모가 집에서 가르치면
한글 세계화 먼 얘기 아냐

주시경 선생이 우리글에 붙여준 한글에서의 '한'의 뜻은 '크다', '바르다' 그리고 '하나'를 뜻하는 고유어에서 비롯됐다. 한류와 함께 우리 글이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은 매 순간 한글이 얼마나 크고 바른 글인지 감동한다고 말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교사의 경우에는 더욱 특별하다. 뿌듯함을 넘어 훌륭한 글을 쓰는 모국이 자랑스럽고 한인으로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에 매일 감사하게 된다는 것. UCLA에서 오랜 시간 한국어를 강의해 온 윤재은씨도 한글을 가르친다는 일은 '삶의 행복이며 소중함'이라고 고백한다.

윤재은씨가 모국어에 깊이 빠지게 된 것은 연세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였다.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에서 국어교육과 한국어를 전공한 제 꿈은 원래 기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TV방송의 앵커 우먼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졸업 후 연세대학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면서 완전히 꿈이 바뀌었지요. 연세대 한국어학당은 당시에도 외국 학생이나 해외에서 살아가는 한인 2세에게 한국어를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대표적 기관이었거든요. 그 명성만큼 전세계에서 모여드는 학생들 면면도 흥미로웠고요.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그들 앞에 서서 모국의 언어를 가르치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어요."

이처럼 뜨거운 열정과 흥미로움으로 한국어 강습에 푹 빠져있던 윤재은씨 앞에 운명처럼 한 남자가 나타나면서 그는 삶의 방향을 틀어야 했다. 한국으로 모국어를 배우러 왔던 현재의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되면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두 살 때 네바다로 이민온 남편은 한국어와 문화를 접하지 못하다 대학 졸업 후 한국을 배우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게 일었다고 해요. UCLA에서 한국어를 배웠는데 너무 흥미로운 나머지 직장도 그만두고 연세대로 공부하러 온 거였어요. 그곳에서 저를 만났고요."

결혼과 함께 미국에 온 윤재은씨에게 기적처럼 한국어를 다시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불과 미국에 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UCLA에서 한국어 강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다행히 연세대에서의 경력이 도움이 돼 합격이 되었어요. 한국어 강의라고는 해도 영어 실력이 따라주어야 하기 때문에 미국온 지 얼마 되지않은 저로서는 겁이 날수 밖예요. 행운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기회를 잡은 거였어요."

이때부터 UCLA(1996~1999ㆍ2004~2018)에서의 강의를 시작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윤재은씨는 이어 CSUN(California State University Northridge: 2000~2001)과 글렌데일 커뮤니티 칼리지(2000~2004)에서 한해도 쉬지 않고 한국어를 가르쳤다.

LA 한국문화원(1999~2003)에서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타인종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시간도 그에게는 귀한 경험이었다.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우리글의 우수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언어를 많이 접할수록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과학적으로도 입증되었듯 한글은 습득하는데 시간이 적게 걸리고 표음문자로 자음과 모음 체계를 이용하여 모든 단어를 만들기 용이할 뿐 아니라 의사 소통을 하는데도 편리하지요. 표현법이 다양해 상황 설명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언어로 우리글에 견줄 수 있는 언어는 이 세상에 별로 없습니다."

그는 한국어 교육에서 가장 난해한 점을 존칭어라고 지적한다. 특별히 영어처럼 존대어와 겸양어가 따로 없는 언어권의 학생들은 친구에게 '밥 먹었니?' 하고 묻다 어른에게 '식사하셨어요?' 해야 하는 부분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난감해 한다는 것.

"하지만 어느 정도 존칭어를 익힌 학생들은 오히려 이 점을 유니크하고 격조있다며 사랑하기도 하지요."

20년 넘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많은 보람을 경험했지만 특별히 스승의 날, 교실에서 학생들이 어눌한 발음으로 불러주는 '스승의 은혜' 노래 소리는 삶의 청량제라며 "언어를 통해 정을 나눈 것이 가장 귀중하다"고 회상한다.

한류 열풍에 따른 한국어 관심 증폭으로 한국어반에 비한국계 학생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기뻐하는 그의 바람이라면 학교 이외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습득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관이 있었으면 하는 것. 또한 윤재은씨는 한국어를 배운 사람들이 배운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에서 많은 기회를 제공해 주었으면 하는 기대도 한다

큰아들이 '아빠처럼 한국에 가서 모국을 배우고 싶다'고 해 기쁜 마음으로 수속 중이라는 윤재은씨는 '후세에게 한국어를 철저하게 가르치는 것이 한국어 세계화의 초석일 것'이라며 모든 부모가 가정의 한국어 교사가 되어줄 것을 당부한다.


유이나 객원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