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출생 자녀 시민권 부여 성차별 ‘위헌‘

대법원, 이민국적법 해당 규정 철폐 판결
긴즈버그 대법관 "놀랄 만큼 시대착오적
미혼부는 책임감 덜하다는 고정관념 탓"
[뉴욕 중앙일보] 06.13.17 18:43
외국에서 출생한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때 결혼하지 않은 생물학적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성별에 따라 각기 다른 조건을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본지 5월 25일자 A-5면>

국무부의 이민국적법(INA)은 1986년 이전 해외에서 출생한 자녀의 시민권을 신청하려는 결혼하지 않은 미 시민권자 어머니는 출산 전 미국에 1년 이상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면 해외 출생 자녀의 시민권을 신청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권자 아버지는 최소 10년 이상 미국에 거주했고 이 중 최소 5년은 14세 이상이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12일 열린 상고심에서 "이 같은 규정은 깜짝 놀랄 정도로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며 규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성별에 따라 조건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모든 국민은 법에 의해 균등한 보호를 받는다'는 원칙에 어긋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는 또 "해당 법은 지난 1940년 의회를 통과했는데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가 어머니에 비해 자녀에 대한 책임감이 덜하다는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문은 존 로버츠.앤서니 케네디.스태픈 브레여.소니아 소토마이어.일레나 캐건 대법관 등이 함께 작성했다.

대법원의 이번 위헌 판결은 결혼을 하지 않은 미 시민권자 아버지와 도미니카공화국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모레일스-산타나가 수차례 중범죄를 저질러 추방 명령을 받은 후 "아버지의 미국 거주 기간이 해당 규정에서 20일 미달된다는 이유로 시민권을 받지 못했다. 해당 규정은 수정헌법 제5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국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케이스를 맡았던 스테픈 브룸 변호사는 "국무부가 클라이언트의 시민권 부여를 거절하는 근거가 된 위헌적인 차별 규정에 대해 대법원이 철폐 결정을 내려 기쁘다"고 말했다.

서승재 기자 seo.seungjae@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