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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종교 기관이 필요한 이유

코로나 이후 주목 받기 시작한 온라인 '교화'는 교육 효과와 정서적 교감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시간과 거리의 제약이 없다보니 특정 모임은 오히려 이전보다 많은 교도님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교당을 멀리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당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마주하게 된다.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규칙적인 출석을 강조한다. 단순히 교세확장이나 헌금을 더 걷기 위해서일까.

교당을 가까이 하면 첫째 성자의 가르침을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 신앙 수행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대동소이하다. 공동체에는 실력 있는 선생님(성직자)과 이미 어려움을 극복한 선배들이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독학한 사람이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보다 실력이 나은 경우는 거의 없다. 유튜브에 엄청난 양의 운동관련 동영상이 있음에도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면서 개인트레이닝을 받는 이유이다.

둘째 인연을 맺을 수 있다. 불법에 인연이 없는 사람은 부처님도 제도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부처님께서는 "도반과 스승을 얻으면 이미 성불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하셨다. 교당에 오게 되면 스승 도반은 물론 진리 법과도 인연을 맺을 수 있고 이는 세세생생 성불의 종자가 된다.

셋째 서울 태생이지만 지방에서 1년 여 생활을 한 적이 있다. 9개월쯤 되었을 때 서울에 있던 누나와 통화를 했는데 고작 몇 개월 살아놓고 사투리가 왜 그리 심하냐며 핀잔이다. 의식 못하는 가운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사투리가 몸에 밴 것이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는 속담이 의미하듯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주로 지내느냐는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인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넷째 자기 점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작심 3일' 이라는 말이 있다. 결심을 지속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우스갯소리지만 3일 만에 한 번씩 다시 결심을 하면 된다. 학원보다 혼자 공부가 편했던 필자도 순전히 이러한 자극을 받기 위해 학원을 다녔던 기억이 있다. 신앙 수행을 혼자 하게 되면 스스로를 점검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다섯째 함께 하면 효과적이다. 힘든 등산길도 친구와 함께 이야기 하다보면 어느 새 정상에 있는 본인을 발견하게 된다. 통역대학원 입학이나 각종 고시를 준비할 때 스터디 그룹이 필수인 이유이다.

승가(僧家)는 본래 '출가자 모임'을 의미하지만 보통은 '수행자 모임' '화합대중' 쉽게 말하면 교회나 절 교당이라 할 수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떠나 진리공부와 마음공부에 있어 종교공동체의 역할은 위와 같은 이유들로 코로나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게으름을 피우더라도 수업만 빠지지 않으면 어느 정도의 학점은 보장된다. "어떻게 하여야 공부를 잘 할 수 있겠습니까" 제자의 질문에 대종사께서는 "법회만 빠지지 마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승가를 부처님 교법과 함께 불교의 세 가지 보물 중 하나로 강조하신 이유를 새겨봐야 한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 원불교 미국서부훈련원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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