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겨울수영도, 신분·행적도 수상…'헤엄귀순' 미스터리

군 "패딩 입어 보온, 바다에 익숙" 설명
군 자료 "해수온도 8℃엔 2시간 생존"
"귀순한다면서 검문소 보고도 비켜가"
"패딩·잠수복 등 양품…일반인일지 의문"

"두꺼운 패딩을 입고 누운 채 낙엽을 덮고 있었다."
지난 16일 '헤엄 귀순'한 북한 남성이 수색 대원에게 발견됐을 당시 행색에 대한 군 당국의 설명이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헤엄 귀순 사건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이 남성의 구체적인 신원에 대해선 함구했다. "북한에 남아 있을 가족의 신변안전 등을 고려했다"면서다.

강풍이 부는 추운 겨울날 6시간 동안 수영한 것을 둘러싼 세간의 의혹을 놓고는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남성이) 어업 관련 부업을 하고 바다에 익숙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런 특성을 미뤄 장시간 수영이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과 신체가 분리되는 다소 헐렁한 형태의 잠수복 안에 두꺼운 패딩과 양말을 착용해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두꺼운 옷을 입어 어느 정도 부력으로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했다. 또 "사건 당일 파도가 높았지만, 해류가 북에서 (육지인) 남서쪽으로 흘렀다"며 "미 해군 잠수 교본에 따르면 7℃에서 5시간 이상 바다 활동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는데, 당일 해수 온도가 6~8℃였다"고 덧붙였다.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시작되는 DMZ 평화둘레길 입구. 뉴스1





그러나 '해수 온도에 따른 생존 가능 시간'이란 군 내부자료에 따르면 방수복을 입어도 해수 온도 8℃에선 생존 가능 시간이 2시간 15분에 불과하다. 7℃의 경우 2시간, 6℃에선 1시간 45분이었다. 더욱이 의식 지속 시간은 해수 온도 8℃에서는 방수복 상태라도 45분 남짓이다. 이때문에 합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겨울 바다에서 체력에 의지해 6시간을 헤엄치고 떠다니는 게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군 당국은 동력이 있는 추진체나 부유물을 이용해 남하했을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합참 관계자는 "잠수복과 오리발 이외에 따로 발견된 장비는 없다"고 답했다.

군 당국은 북한 남성을 "현재 귀순자로 추정하고 있으며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일반적인 북한 주민으로 보기에는 수상한 행적이 한둘이 아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잠수복과 오리발은 해안 상륙 지점에서 가까운 바위틈 사이에 마치 숨기듯 놓여 있었다"며 "과연 그럴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헤엄귀순’ 당시 상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 남성이 검문소를 보고 그냥 지나친 것도 미스터리다. 한 정부 소식통은 "검문소를 보고도 바로 자수하지 않고 야산에서 자다가 적발되는 등 일반적인 귀순자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서욱 국방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 남성이 왜 군 초소를 피해 다녔느냐'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군 초소에 들어가 귀순하면 '나를 북으로 다시 돌려보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고 이 남성의 진술 내용을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민가로 가려고 했다고 한다"며 "군인들이 무장을 하고 있어 총에 맞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색대가 발견할 당시 북한 남성은 눈을 감은 채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었다. 패딩에 달린 모자도 덮어쓰고 체온을 유지하려는 듯 다리는 낙엽으로 덮은 상태였다. 바로 옆 나뭇가지에는 남성이 쓰고 온 것으로 보이는 천 마스크도 걸려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삼척항 목선 귀순 사건 당시 북한 어민의 모습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한 옷차림"이라며 "패딩뿐 아니라 잠수복과 오리발 등도 상당히 양품이어서 북한에서 구하기 쉬운 물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철재·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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