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수 속병 클리닉] 의사 처방 협력해야 치료 효과 극대화

성공적인 임상의 비결 중 하나는, 자신의 건강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의료진에게 협조하는 환자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임상의 현실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심각한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데도 아무 증상이 없다고 약 복용을 거부하거나, 심지어 혈압과 당을 정기적으로 확인하지도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비즈니스 때문”이라는 명분으로 술과 담배를 전혀 줄일 생각이나 노력을 하지도 않으면서 속이 계속 불편하다는 사람들, 간염이 있는데도 검증되지 않은 어떤 버섯과 민간요법이 좋다고 매일 이를 복용하는 사람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의사에게는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이 씨는 1년 전부터 비리아드라는약을 먹기 시작했다. 비리아드는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로, 대부분 복용 후 3~4개월 정도 안에 효력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약이다. 약을 먹고부터는 간 기능 검사인 ALT 수치가 350이던 것이 서서히 70 아래로 줄어들었고, 9개월 후에는 DNA 수치도 많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러던 이 씨가 갑자기 피곤이 심하다고 병원을 찾은 것은 비리아드를 복용하기 시작한 지 1년 후의 일이었다. 검사를 해보니 ALT가 900으로 올랐고, 약간의 황달까지 있었다. 바이러스 DNA 수치 또한 비정상으로 상승되어 있었다. 비리아드 외에는 아무 약도 먹지 않는다는 이 씨는 다시 활동성 간염 증세를 나타낸 것이었다.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내성 문제, 새로운 간염 바이러스 감염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였으나, 답이 쉬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이 씨를 다시 불러 물어보았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지난 3~4개월 동안 다른 병원이나 약국에 가신 적은 없습니까? 주사를 맞거나 약을 지어 먹거나, 아니면 간에 좋은 음식이라고 해서 새로 먹기 시작한 것은 없습니까? 아무 부담 느끼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이 씨는 좀 주저하더니 말을 시작했다. “제 생각엔 별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서 말씀을 안 드렸습니다만… 2개월 전부터 다른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알약 세 가지를 매일 복용해 왔습니다. 간염 치료는 그렇게 몇 달만 받으면 낳는다고 해서…친구 한 사람이 너무 좋아졌다고 해서요. 그런데 왠지 기분이 이상하고 몸도 가렵기 시작해서 그곳엔 더는 안 가게 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씨가 찾아갔다는 병원은 병원이 아니었고, 그에게 주사를 주고 약을 처방해 준 사람도 정식 의사가 아니었다.

참으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필자의 병원에서 꾸준히 진료를 받아 오던 인텔리인 이 씨가 잘못된 의료 정보에 현혹된 것이 믿기 어려웠다. 여기에는 의사인 나 자신의 책임도 있을 것이었다. ‘내가 이 씨에게 충분한 설명과 진료를 못 해주어서 그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내 나름대로 자책도 해보았다.


아무튼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상호의 쌍방향의 관계를 말하며, 한번 이러한 관계가 성립되면 환자는 의사의 치료에 전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최대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환자가 올바르게 순응할 수 있도록 의사가 뒷받침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현철수 박사 - 마이애미 의대 졸업. 예일대병원 위장, 간내과 전문의 수료. 로체스터 대학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스토니브룩, 코넬 의대 위장내과, 간내과 겸임 교수. 현재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를 창설,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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