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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이민자, 미국인 모두의 이야기

미나리(Minari)

‘미나리’는 12일 일부 극장 개봉에 이어 26일부터 VOD를 통해 집에서 관람할 수 있다. A24는 25일까지 별도의 제한된 온라인 유료 시사회(screeningroom.a24films.com)를 운영한다. [A24]

‘미나리’는 12일 일부 극장 개봉에 이어 26일부터 VOD를 통해 집에서 관람할 수 있다. A24는 25일까지 별도의 제한된 온라인 유료 시사회(screeningroom.a24films.com)를 운영한다. [A24]



한국 문화권에서 태동하여 지구촌 사람들을 열광시켰고 한국인들도 덩달아 즐거워했던 일련의 문화현상들인 ‘BTS 현상’,‘기생충 현상’에 이어 ‘미나리’도 조용히 이 신드롬의 기류 안으로 진입해 가고 있는 느낌이다. ‘미나리’가 굳이 앞의 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발생지가 한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나리’는 한인 2세 감독이 만든 ‘미국영화’다.

지난해 2월 선댄스영화제에서의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수상을 필두로 현재까지 ‘미나리’가 이어오고 있는 수상은 60개에 이른다. ‘미나리’는 4월의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꾸준히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연기상, 주제가상 등 다양한 부문에서 후보로 거론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인들은 앞으로 해마다 오스카 시상식장을 한국영화의 안방 정도로 여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집안의 큰아들 같은 봉준호와 ‘기생충’이 닦아 놓은 길을 올해는 막내아들아이삭 정과 ‘미나리’가 걷고 있다.



‘미나리’는 저예산 독립영화다. 대중적 흥행에 집중하는 할리우드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미나리’가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이유는 인간주의에 바탕을 둔 작품성 때문이다. ‘미나리’는 그간 영화제 관객들의 마음에 ‘그들의 이야기’로 전달되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미나리 현상’을 태동시키며 메아리로 퍼져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미나리’는 비단 한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나리’는 미국인 모두에게 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민의 나라, 모두가 이민자인 이 나라에서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아메리칸 드림이며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가족 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영화다.

“한국에서는 너무 살기 힘들었어. 결혼하면서 했던 말 기억나? 미국 가면 서로를 구해주자고 했어. 그런데 지금 우리는 구해주기는커녕 싸움만 하고 있네.” 남편 제이컵이 갈등 중인 아내 모니카에게 하는 말이다. 이 한마디 대사에 담긴 애달픈 사연은 우리의 이야기이고 그들의 이야기이며 또한 누구나의 이야기이다.

‘미나리’의 부상과 함께 지구촌에 흩어져 사는 한인들은, 향긋한 미나리 향처럼 우리가 모국으로부터 가져온 한국인만의 은은한 향기를 뿜어낼 것이다. 그 향기란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우리 전통문화의 향기이며 한국인의 피에 흐르는 독창성과 창의성의 향기다. 우리의 할머니들이 미국으로 씨를 가져와 아칸소주 시냇가 한편에 심었고 스스로 잘 자라난 미나리의 향기다.

‘미나리’와 더불어 한국문화가 다시 한번 세계를 흔들 것이다. 본격적인 ‘미나리 현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처음엔 영화화 기대도 안 했다”
[인터뷰] 아이삭 정 감독


아이삭 정 감독의 데뷔작 ‘Munyurangabo’가 2007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되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덴버에서 태어나 아칸소에서 성장한 그는 의사의 꿈을 안고 예일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다 영화에 빠져들었다.

-2020년 ‘기생충’의 해에 이어 2021년은 ‘미나리’의 해가 될 전망이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결과다. 대본을 쓸 당시는 영화로 만들어질 거란 기대조차 안 했다.”

-의대를 포기하고 영화를 택하게 된 배경은.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채우기 위해 아트 클래스를 듣던 중,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는 오로지 영화에만 관심을 가졌고 전공분야 학점은 바닥을 쳤다. 그때 나는 영화가 나의 삶을 표현할 수 있고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실망했지만 반대를 하지는 않으셨다. 아버지는 지금 그때 일을 상기하신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영화인들은.

“이창동 감독을 특별히 좋아하고 홍상수, 봉준호, 스티븐 스필버그, 마틴 스코세지, 스파이크 리 감독을 좋아한다. ‘기생충’이 한국 영화라는 사실이 많은 자긍심을 주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옛날 한국영화들을 찾아보곤 한다. 윤여정과는 다시 한번 작업을 하고 싶다.”

-기독교에 관한 장면들이 여러 번 나온다. ‘폴’이라는 캐릭터는 십자가를 지고 예수의 골고다 고행을 재연한다.

“폴은 실제 존재했던 인물이다.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리고 싶었다. 폴의 종교관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독교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그만의 종교’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인들의 이민생활에 기독교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 역시도 크리스천 가정에서 태어나 크리스천으로 성장했다. 종교는 휴머니즘을 이해하는 한 방편이다. 종교는 인격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인들 감사한 존재임을 느껴”
[인터뷰] 한예리 주연배우


한예리는 ‘미나리’에서 남편 제이콥을 따라 이민을 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과정에서 남편과 잦은 갈등을 빚는 아내 모니카를 연기한다. 모니카는 어머니, 남편, 그리고 두 남매의 엄마로서 이들의 중간에서 가장 많은 심리적 갈등을 겪는 캐릭터이다. 마침 한예리가 부른 엔딩곡 ‘레인송’이 아카데미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올랐다.

-‘미나리’가 개봉하기도 전에 비평가들로부터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오늘의 결과를 예상했었나.

“선댄스 영화제에 참가했을 때만 해도 오늘과 같은 결과로 이어지리라고는 전혀 예상못했다. 오히려 언론에 너무 크게 이슈가 되는 것 같아 걱정을 했다.”

-영화를 마친 후 소감은

“모니카를 연기하는 동안 행복했다.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선택들에 관해 많이 생각했고 내게 주어진 기회에 감사했다. 모니카가 남편 제이콥을 참 많이 사랑했고 오로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았던 여자였다. 복잡한 심경에도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았으니까.”

-한인 이민사의 한 장을 간접 경험했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내내 이 땅에 와서 잘 살아오신 모든 한인들이 참으로 감사한 존재들이라 생각했다. 1세대와 2세대가 소통할 수 없는 상황들, 소속감 없이 방황했을 2세들의 고충 등에 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스티븐이나 정 감독이 모두 그런 삶을 살았던 한국인들이다.”

-‘미나리’의 어떤 점이 미국의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미나리는 악역이 없는 아름다운 영화다.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없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꺼내볼 수 있게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감정적으로 호소 하지 않고 ‘이게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이야’ 하며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영화라 할까.”

-동포들에게 전하는 ‘관전 포인트’라면.

“할머니의 대사에 중요한 메시지들이 담겨있다. 엔딩 노래를 직접 불렀다. 일어나지 마시고 끝까지 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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