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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달력과 함께 떠나는 여정

귀하게 받아온 달력 하나, 새해 소띠 해 달력이다. 그림도 없고 그나마 날짜만 표기된 달력, 그것도 고마워 두 손으로 받아왔다. 달력 주는 데가 별로 없다. 확실히 코로나 바람이 인쇄소도 강타했나 보다. 다행히 거래처 은행에서 준 탁상달력 하나 품고 돌아왔다.

이곳 미국에서 한복을 입고 우아하게 세배하는 달력이 인기 있었다. 이런 유행성 달력과 함께 때로는 성지나 절경의 경치, 자연풍물과 꽃, 새 또 불후의 명화나 사진, 다양한 세계풍경이 장식용 벽걸이로 일년치 풍성한 시간을 선물해주곤 했다.

사람들은 달력에 관해 추억이 많다. 사업체의 광고용으로 인쇄소가 흥하던 시절 얘기다. 달력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공짜다. 흔해서 귀한 줄 몰랐다. 여기저기 광고용으로 거저였다. 방마다 달력이, 부엌에도 화장실에도 차고에까지 달력 풍년이었다.

성구가 적힌 교회 달력, 또는 매 월마다 담임목사 이름이 강력하게 인쇄된 달력과 담임목사 이름 없는 ‘겸허’한 달력도 있었다. 지금은 디지털 세대라 달력이 휴대폰과 손목시계에도 따라 다닌다. 작은 손바닥 안에 그 넓은 공간과 시간이 다 있다. 코로나에 불경기가 겹쳐 답답한 세월, 이제 그 기간이 너무 절박하게 느껴진다. TV보도에 의존, 조마조마하게 사는 인간의 세월이 무서워졌다. 사람 대면이 자연스럽지 못한 작금에 시간 의식은 코로나 사망자 숫자에 가서 꽂힌다.



달력은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날과 일을 계산한다. 시간 빨리 가는 걸로 치자면 작년 3월 시작한 거리두기가 1년이 돼 간다. 손주들이 쭉쭉 자라 대학을 선택, 온라인 수업을 하는 뉴노멀 시대다. 정말 “우리가 날아가나이다”란 성구가 실감 날 정도이다.

지도는 가는 길을 미리 보여준다. 달력은 1년을 계획하도록 도와준다. 지도에서 본 지명이 도착해보면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을 경험한다. 달력도 마치 날짜를 우리에게 미리 보여주는 듯 그때가 되면 우린 그 시간에 도착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몇년 전부터 출강한, 늘 푸른 대학의 특강시간에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을 강조하며 웰다잉을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것도 달력이 준 힘이란 생각이다. 자신의 임종 시간에 열차 시간표를 읽고 있었다던 안톤 체호프는 좀 특이한 경우다.

하여튼 달력을 보면 이렇게 맞이하는 시간을 생각나게 해서 죽음의 공포가 줄어들게 된다.

반려견과 함께 아들 가족의 음식 배달, 그리고 팔꿈치 인사로 헤어졌다. 줌으로 만난 크리스마스는 각자 집에서 선물 풀며 체온 느끼는 ‘함께’ 와 ‘떨어져 함께’한 특별 가족 시간을 가졌다. 소속 교회 새해 온라인 예배, 온라인 성찬식, 그리고 마음으로도 가능한 따스한 코이노니아!

‘계획은 우리 것이지만 발걸음을 옮기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의 달력에서 인류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 하나님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내려온 역사적 사건, 그것도 아기로 오신, 사람들의 달력으로는 ‘성탄절’ 사건이다. 당신과 내 가슴이 맞이하는…. 그리고 소띠 해 새날들이다. 사람 달력에 명기되어 있지 않아도 새해 하루하루가 성탄일이다.


김영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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