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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칼럼] 김치, 그리고 김장

한국의 김장철이다. 올해 배추와 무 가격은 안정세를 찾은 반면 고추·마늘값은 평년보다 크게 치솟았다고 한다.

한국인에게 겨울 김장 김치는 식량의 반이다. 1970년대 서울 안암동 산동네에 열 가족이 모여 살던 내게 초겨울은 배추 100포기를 나르는 노동의 시간이었다. 마당에서 배추를 절이고 속을 채우고 돼지고기를 삶아 겉절이와 함께 먹던 작은 축제 덕에 우리 가족은 겨울을 즐겁게 났다.

한민족과 김치는 불가분이다. 특히 김장 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며 한국인의 공동체적 정체성을 대표하게 됐다. 반면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김치는 담가 먹는 문화에서 사서 먹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인의 김치 사랑이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2016년 국민 1인당 김치 소비량은 36.1㎏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019년 1인당 쌀 소비량(59.2㎏)의 절반을 넘는다.



김장은 고려 문인 이규보(1168~1241)의 시 ‘가포육영’(家圃六詠)에 처음 등장한다. ‘(무는) 소금에 절이면 긴 겨울을 넘긴다’(漬鹽堪備九冬支)란 구절이다. 조선시대엔 음력 10월에 담가 겨울철 궁핍함을 대비했다.

진미는 아니지만 매일 맛볼 수 있는 일용할 양식(권근 ‘양촌집’)이었다. 18세기 들어 배추·고추·생강·파·젓갈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19세기 중반 지금 배추와 같은 결구 배추 재배에 성공하고, 새우젓을 본격 사용하면서 오늘날의 통배추김치가 완성됐다. 무는 채의 형태로 배추와 통합됐다.

1950년대 도시화는 김치 문화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대도시 인구 급증과 먹거리의 부족으로 저렴한 김치가 도시 서민의 주식 같은 부식이 됐다. 사실 배추는 19세기에 중국 산둥 결구 배추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줄곧 가을에만 재배됐다.

하지만 배추김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시사철 신선한 김치를 맛보고 싶어하는 요구가 생겨났다. 남북으로 긴 지형적 특성과 60년대 보급되기 시작한 비닐하우스 덕분에 배추는 연중 재배가 가능해졌다. 봄철엔 남부 지역 비닐하우스에서, 여름에는 강원도 해발 700m 이상의 고랭지에서 배추가 나왔다. 온난한 제주와 남해안 지역에서는 겨울 배추가 재배됐다.

60년대 서울은 만원이었다.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아파트가 건설됐고 김치를 보관하던 장독대가 아파트의 골칫거리가 됐다. 더욱이 70년 와우아파트 붕괴의 한 원인으로 장독대가 지목되면서 큰 시련을 겪게 됐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이런 문제를 풀어줄 혁신적 가전이 등장했다. 바로 김치냉장고다. 사계절 내내 아삭한 김치를 즐기는 시대가 열렸다. 이처럼 김치는 한민족에게 가족을 닮았다. 한번 시작된 인연을 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웃 간 나눔이란 김장의 정신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박정배 /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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