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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노벨상을 도전하는 여성 과학자들

매년 신입생을 면담할 때마다 선택한 전공과 분야에 대한 만족감을 묻는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성차별과 관련된 문제 인식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성차별과 관련된 문제인식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분명 사회에 존재하는 남성중심적 위계 구조로 인한 차별문제가 존재하는데 이들의 의식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수수께끼와 같았다. 물론 상황은 급변한다. 졸업이 다가오고 사회생활을 준비하면서 고민은 깊어진다. 사회에 존재하는 성차별의 유리벽을 실감하면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10월이 되면 과학계는 흥분감으로 달아오른다.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방송뿐 아니라 만나는 과학자들마다 노벨상 수상자를 예측하고 가능성을 가늠하기도 한다. 노벨상의 명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문제제기할 수 없다. 물리학과 화학 그리고 생리의학 분야까지 노벨상이 주목한 연구 영역을 보면 현재 기초 과학의 흐름을 쉽게 알 수 있다.

올해 노벨상은 블랙홀 연구(물리학), 크리스퍼 가위(화학) 그리고 C형 간염연구(생리의학)에 돌아갔다.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이 질량에 의해 휘어질 수 있으며 질량이 증가하면서 시공간의 휘어짐이 커진다고 생각했다. 질량의 크기가 어느 한계점을 지나게 되면 시공간은 더욱 휘어지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게 된다. 블랙홀에 대한 상상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블랙홀은 그저 SF소설의 상상물이었지만 2019년 블랙홀 관측에 성공하면서 관찰가능한 실제 현상이 되었다. 펜로즈와 겐첼 그리고 게즈는 우리 은하계 중심부의 블랙홀을 연구하면서 블랙홀 발견의 기반을 만들었다.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올터와 호턴 그리고 라이스는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C형 간염의 치료를 위한 기초적 지식을 제공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7000만 명의 사람들이 C형 간염으로 고통을 겪는 공중보건의 엄청난 위협요소다.

단연코 올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분야는 화학상일 것이다.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는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으로 알려진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공로로 화학상을 받았다. 크리스퍼는 박테리아의 유전체에서 특이하게 반복되는 부분이고, 이를 잘라내는 효소가 카스9이다. 이 유전체 편집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유전자 편집기술의 개발로 이어졌다.

하지만 더욱 화학상이 관심을 끈 이유는 대한민국 과학자의 수상 가능성 때문이었다. 매년 우리는 홍역처럼 노벨상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해왔다. 한 국가의 기초과학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노벨상을 바라보면서 그 열병의 온도는 더욱 뜨거워졌다.

노벨상 희망열병이 지난 뒤 우리는 다른 문제와 마주한다. 올해 노벨상은 네 명의 여성 수상자를 배출했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노벨상은 유난히 여성이나 소수인종에게는 야박했다.

1901년 노벨상 수여가 시작된 후 여성 수상자의 비율은 겨우 6%에 불과했고 흑인의 비율은 2%를 넘지 못했다. 물론 자연과학이 주로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발전되었다고 해도 현재 자연과학은 더 이상 서구사회의 전유물이 아니다.

노벨상이 보여주는 다양성의 부족은 분명 과학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서 공대 여학생은 항상 소수자였다. 2018년에 자연·공학계열 입학생 중 여학생의 비율은 29.3%에 불과하다. 그리고 연구분야의 관리자 중 여성의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여전히 경력단절과 고용의 편중 현상은 구조적 불균형을 강화하고 있다. 신입생의 불타는 자신감을 유지할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면 곧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와 같은 노벨상 수상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소녀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김기흥 /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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