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경찰의 목숨도 소중하다’

전국적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지 플로이드, 제이콥 블레이크 등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항의 수준은 더욱 거세졌다.

이런 가운데 순찰 중이던 경찰이 괴한의 총격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2일, 캄튼 지역 메트로역 앞 순찰차에 있던 남녀 두 경관은 아무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총받이가 됐다. 여자 경관은 입 부근에 총알을 맞았고, 옆에 앉았던 남자 경관은 팔과 어깨 뿐 아니라 머리에도 총상을 입으며 중태에 빠졌다. 이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고, 현재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오전, 총격이 발생한 현장을 찾았다. 바닥에는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전날의 긴박한 순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이날 새벽까지도 요란한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경찰이 아무 이유없이 총격을 당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용의자를 찾기 위해 LA세리프국 직원들이 총동원됐지만 아직 추가 단서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총격을 당한 경관들이 실려간 병원 입구에는 셰리프 차량이 줄지어 있었다. 경관들은 병원 안팎을 오가며 현장을 지켰다.

일부 시위대들이 전날 밤 병원 응급실 앞에 몰려들어 “그냥 죽어버려라”고 외치는 등 도를 넘는 행태를 보인 탓에 긴장감은 더욱 팽팽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은 “참을 대로 참았던 게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도 사람이고, 한 가정의 가장인 경우도 많다. 우리도 늘 무섭다”고 했다. 이어 “과잉진압은 잘못됐고 질타받아야 마땅하겠지만,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는 것은 유감스럽다”라고 심정을 털어놨다. LA카운티 셰리프국 알렉스 비야누에바 국장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경찰이 위험한 직업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면서 “사람들이 경찰의 공권력 집행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업무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당한 두 경관 중 한 명은 6살 아이를 둔 31세 엄마였고 또 한 명은 24세 남성이었다. 단순히 ‘경찰’에 대한 분노로 총을 겨눴다면 이 행동은 절대 용납될 수 없을 것이다. 정치적 신념 또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응급실에 실려간 경관들에 막말을 퍼부은 것 역시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모두 이번 총격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범을 “강하게 매 맞아야 할 동물”이라면서 “경찰이 숨질 경우 용의자를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 역시 “어떠한 형태의 범죄도 잘못된 것”이라며 “범죄자는 반드시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식으로든 생명은 소중하다. 그들의 임무는 정의를 바탕으로 우리의 치안을 지키는 것이다. 특히나 총기가 허용되는 이 나라에서 목숨 걸고 사건 현장에 나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그들 고유의 임무마저 비난해선 안된다.

이들에게도 안전하게 집에 돌아오길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가족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홍희정 / JTBC LA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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