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기득권 욕심에…KPGA ‘기울어진 골프장’

시드권 보장에 설땅 좁아진 신인
젊은선수 불모지 된 원인 아닐까

스포츠에서 기존 선수는 신인보다 유리하다. 골프는 특히 심하다. 신인의 경우 적응 문제는 물론, 시스템으로도 불리하다.

과거 ‘시드 선수’는 귀족이었다. 비(非)시드 선수는 출전 자격을 얻어도 월요예선을 통과해야 본 대회에 나갔다. 골프는 늘 잘 되는 운동이 아니다. 실력이 있다고 해서 대회 참가를 보장받을 수 없었다. 경기 시간도 좋은 건 기존 선수 차지였다. '기울어진' 골프장이었다.


지금은 비시드 선수도 출전 순번을 받기 때문에 매주 예선을 치르지는 않는다. 대신 시드 선수만 나가는 대회가 생겼다. '돈 잔치'로 불리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같은 대회가 대표적이다.

이런 대회는 컷도 없다. 일단 나가면 푸짐한 상금을 받는다. 국내에서도 한국오픈, 매경오픈 등 상금 큰 대회는 주로 시드 선수만 나갈 수 있다. 텃세도 있다. 신인 선수는 선배들 눈치 보느라 연습 그린에서 공간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저런 유리한 점 때문에 시드 선수는 이듬해 시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일반 선수가 시드 선수로 올라서기는 어렵다. 시드 선수가 되는 사다리는 매우 좁다.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는 초창기 시드 선수가 60명이었다. 1982년 125명으로 늘렸다. 소수의 기득권을 푼 개혁이었다. 한국 프로골프(KPGA) 투어 시드 선수는 70명이다. 60명에서 1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KPGA 선수회는 지난 5월 "올해 시드 선수에게 내년 시드를 그대로 준다"고 결정했다. 기득권을 계속 보장한다는 뜻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회가 줄어 취한 조치라고 한다.

대회 수는 지난해 15개에서 올해 10개로 줄었다. 그렇다 해도 시즌으로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줄어든 건 아니다. 시드권을 유지해줘야 할 비상상황은 아니다.

반발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올해 성적으로 내년 시드를 주되, 올해 시드자 중 탈락자를 구제한다"고 했다. 올해 시드 선수는 어쨌든 내년에도 시드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2부 투어에서 올라온 선수에 대한 구제 방안이 사라졌다. 내년 시드 선수가 늘어나니 어딘가 줄여야 했을 것이다. 시드 선수들은 “신인들은 이번 시즌 잘 쳐서 내년 시드를 따면 된다”고 말한다. 당연히 잘 치면 된다.

그러나 불공정하다. 자신들을 위한 안전망(내년 시드)은 설치해놓고, 남들은 벼랑 끝(시드 걱정)에서 경쟁하라는 거다. 이런 논리라면 시드 선수도 이번 시즌 잘 쳐서 내년 시드를 따면 된다.

내년에는 2년간 70위 이내였던 선수 모두 시드를 받는다. 숫자가 얼마나 될지 모른다. 80명일수도 있지만, 100명이 될 수도 있다. 기득권자가 많으면 신규 진입의 문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KPGA는 오랫동안 신인 불모지였다. 남자 투어가 여자 투어 보다 인기가 뒤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올해 김주형(18), 김민규(19)가 동시에 등장했지만, 특수 상황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이들은 외국 투어로 돌아갈 것이다.

한국 투어를 키울 젊은 선수가 나와야 한다. 기득권이 새싹의 뿌리를 말리고, 미래의 성장점을 자르는 건 아닌지 고민할 때다.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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