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좋은 사진 구도의 조건…‘길잡이 선’을 찾아라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24)

사진구도(3) 선의 미학
구도는 ‘선(線)의 미학’ 입니다. 사진을 찍으면 3차원의 입체적인 세계가 렌즈를 통해 2차원으로 평면으로 나타납니다. 원근감, 즉 공간적인 깊이감이 없어지고 평면으로 구현됩니다. 선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사진 구도는 선으로 이루어진 현실의 추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좋은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기 전에 이미지를 구성하는 선을 찾는 일이 핵심입니다.

선의 조화로운 배열은 통일감을 줍니다. 비례와 균형에도 관여합니다. 길잡이선, 즉 시각 동선의 역할을 합니다. 선을 잘 배치해야 주제를 부각할 수 있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보이는 선, 보이지 않는 선
세상에는 많은 선이 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선도 있고 인공적인 것도 있습니다. 선에는 보이는 선과 보이지 않는 선이 있습니다. 보이는 선은 수학적인 선입니다. 점과 점으로 연결된 선입니다.

담, 울타리, 산의 능선, 길, 전깃줄, 수로, 사람이나 건축물의 윤곽선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빛도 선을 만들어냅니다. 그림자, 직사광선의 양지와 음지의 경계선, 역광이나 역사광이 만들어 내는 라인 라이트(line light)도 보이는 선입니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선입니다.




사진1 두 갈래 길, 2012/105mm, f 11, s 1/250 ISO 200. [사진 주기중]






사진1은 갯벌에 난 두 갈래의 수로 꼭짓점에 앉아 있는 갈매기의 모습을 의인화했습니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 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길이 둘로 갈라집니다. 어떤 길을 택할까요.

사진 구도에서 주의 깊게 다뤄야 하는 선이 보이지 않는 선입니다. 사람의 시선도 선입니다. 물체의 방향성이 만들어 내는 선도 있습니다. 또 사진을 구성하는 요소의 배열이 규칙적으로 이루어져 선을 이루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선은 정서적이고 감성적이며 심리적인 선입니다.

시각 심리학의 게슈탈트 이론에서는 보이지 않는 선을 ‘연속성의 법칙(Law of Continuity)’으로 설명합니다. 어떤 장면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며 이어져 있을 때 이를 하나의 단위로 보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즉 선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끊어져 있더라도 급격하게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의 눈은 이를 하나의 연속적인 대상, 즉 선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사진2 반달, 2019. 이정현/ 200mm, f 8, s 1/250 ISO 800. [사진 주기중]






사진 2는 보이지 않는 선이 수직으로 연결되는 사진입니다. 해 질 녘 반달이 떴습니다. 반달의 왼쪽 직선과 지붕과 벽의 모서리가 선으로 연결됩니다. 게슈탈트 이론에 나오는 연속성의 법칙은 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선과 감정
선은 모양내기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은 직선과 곡선 등 형태에 따라 그 자체로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수평선은 땅을 상징합니다. 사진에도 중력이 작용합니다. 그래서 수평선에는 평온함이 있습니다.

수직선은 하늘과 땅을 연결합니다. 엄격함과 절대성, 나아가서는 신성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버넷 뉴먼(1905~1970)의 색면추상작품에는 수직선이 자주 등장합니다. ‘짚(Zips)’ 라 불리는 수직선을 통해 신비감과 숭고함의 의미를 담습니다.

배병우의 소나무 작품에도 수직선의 미학이 담겨있습니다. 사진에 있는 소나무는 주로 무덤가에 있는 도리 솔을 담은 것입니다. 곧게 뻗어 있는 소나무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상징성을 갖습니다.




사진3 측도, 2015/ 80mm, f 8, s 1/250 ISO 800. [사진 주기중]






사진3은 인천 선재도에 딸린 측도로 가는 길입니다. 이곳은 썰물 때 바다가 갈라집니다. 전봇대가 있는 길을 따라 차량과 사람이 다닙니다. 눈보라가 치고 어둠이 밀려옵니다. 차 한 대가 갯벌을 가로질러 나옵니다. 악천후 속에서 수직으로 서 있는 전봇대가 단단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사선은 긴장감을 줍니다. 사선이 만드는 비스듬한 형태는 운동, 갈등, 긴장의 아주 강한 역동적 효과를 냅니다. 곡선에는 여성성이 있습니다.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또 음악적, 시각적 리듬감을 줍니다. 각각의 선이 갖는 고유한 성격은 사진의 주제와 어우러져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사진4 Incubator of Nature,2016/ 120mm, f 11, s 1/500 ISO 200. [사진 주기중]






길잡이 선
동선(動線)은 사람이 움직임을 선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건물을 짓거나 인테리어를 할 때 동선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주택이나 사무실 같은 곳은 움직임의 효율성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동선은 가능한 한 짧고 단순할수록 좋다고 합니다.

동선은 건축물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에도 동선의 개념이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눈의 움직임입니다. 이를 ‘길잡이선(leading line)’ 또는 ‘시각 동선’ 이라고 합니다. 구도를 잡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길잡이 선입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의 시선을 유도하는 선입니다. 구도의 뼈대가 됩니다.

좋은 구도는 이미지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하나로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선이 유기적으로 배치돼야 사진가의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됩니다. 사진가는 사진에 담긴 수없이 많은 선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선을 길잡이 선으로 활용합니다. 여러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우선 감상자의 시선을 핵심적인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머물게 해야 합니다. 또 시각적인 아름다움, 즉 비례와 균형에 기여해야 좋은 길잡이 선이 됩니다. 시각 동선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사진5 흑두루미, 2012/ 400mm, f 8, s 1/800, ISO 800. [사진 주기중]






사진 5는 순천만의 흑두루미를 촬영한 것입니다. 물이 빠지고 바닥이 드러났습니다. 아래 가늘게 이어지는 수로를 따라가면 흑두루미들이 보입니다. 갈대와 갯벌의 경계선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흑두루미 주변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두 개의 길잡이 선이 아름다운 순천만 풍광을 보여주면서 감상자의 시선을 흑두루미로 향하게 합니다.

사진가들이 가장 즐겨 이용하는 길잡이선의 소재는 길입니다. 길은 우리 인생사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넓고 곧게 뻗은 길이 있는가 하면 좁은 샛길도 있습니다. 장애물이 막혀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도 있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습니다. 길게 이어지다가 마지막에는 점이 돼 사라집니다. 원근법에서 말하는 소실점입니다.




사진 6 미시령, 2016/ 70mm f8, s1/125 ISO 400. [사진 주기중]






사진 6은 비가 내리는 미시령 옛길의 모습입니다. 대자연 앞에 인간은 미미한 존재입니다. 산을 뒤덮은 비구름이 걷히자 자동차 한 대가 보입니다. 고갯길을 오르는 차량 불빛이 노란색 난간에 반사되며 선을 그립니다. 자동차 불빛과 도로, 점점이 박혀 이어지는 난간이 사진을 황금분할로 가르며 길잡이 선 역할을 합니다.

뚜렷이 보이는 선만 길잡이 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시선도 강력한 길잡이 선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 사람의 눈빛은 흡인력이 아주 큽니다. 사진의 주인공인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어느 한 방향을 응시하는 눈빛은 마치 레이저 광선처럼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감상자들도 사진 속 인물이 쳐다보는 방향을 따라 향하게 됩니다.




사진 7 달리, 2015/ 70mm, f11, s1/125, ISO 200. [사진 주기중]






사진 7은 화가 달리의 벽화가 있는 성수동 골목입니다. 그림 속 달리가 오른쪽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시선을 따라가니 사진을 찍고 있는 여성에게로 향합니다. 재미있는 장면입니다. 달리가 초상권 침해하지 말라고 항의하는 걸까요?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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