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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 공포증’을 앓는 환자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만 코로나 환자는 아니다.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우리는 누구나 조금은 직간접적으로 코로나를 앓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갖가지 공포를 가진 사람들도 모두 코로나 환자다. 코로나 감염을 걱정하는 병이 생겼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이 무서워 매일 병원에 가는 사람, 아파도 코로나19가 무서워 병원에 가지 않고 병을 키우는 사람, 집에만 머물러 당뇨와 고혈압이 심해지는 사람, 일을 못 해 화병이 난 사람, 벌이가 없어 굶어 죽는 사람 등은 코로나19가 원인이 된 환자인 셈이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릴 때 경험한 일이다. 구급차에 실려 평소 보살펴온 환자가 병원에 왔다.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해 응급실에 왔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간단히 문진을 해보니 여러 정황으로 급성 심근경색이지 코로나19 감염은 아니었다. 급히 응급실로 보내 심전도와 응급검사를 통해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단했다. 심혈관도자술 및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했다. 환자는 다음날 퇴원했다.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이 없었다면 어렵지 않게 진료가 이뤄졌을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진료가 지연된 ‘코로나 심장 환자’였던 셈이다.



코로나19 감염이 전 세계를 흔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파력이 강하고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3300만명의 유럽인이 사망했다. 이듬해인 1919년 한국에도 번져 14만 명이 사망했다.

이렇게 감염병이 유행하면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사회가 불안해지면 사이비가 극성을 부린다. 과거 페스트 유행기에도 감염원을 없애기 위해 여기저기 불을 질렀다. 감염병으로 죽은 사람보다 불에 타 죽은 사람이 많았다고 할 정도로 아무 곳에나 불을 질렀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바이러스를 죽이려고 알코올을 마시다 사망한 사람도 있다. 알코올이 포함된 술을 마시면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황당한 죽음을 초래했다. 알코올 소독약을 입에 뿌린 경우도 있다. 모두가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병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조금은 코로나19 환자이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실수가 언론을 통제하고 감염병의 실체를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이다. 사회가 혼란해진다는 명분 때문이다. 하지만 숨기면 더 창궐하는 것이 감염병이다. 감염병 유행 시기에 정확한 정보는 공포를 잠재우고 감염병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사회가 불안해지면 사람들은 감염자에 대한 혐오감을 표출하고 희생양을 찾는다. 중세의 마녀사냥과는 다르지만, 인터넷을 통한 희생양 찾기는 지금도 계속된다. 코로나19 공포가 만든 혐오증 환자들이다. 심지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을 아파트에서 내쫓으라고 한다.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지 때론 의심스럽고, 개인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는지도 우려스럽다. 감염병 위기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살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면 안 된다. 안타깝게도 감염자는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원인은 바이러스다.

감염병 시대에 사회적 책임과 연대 의식이 영웅이고,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선량한 양심이 영웅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스크를 쓰고 임무를 다하는 사람들, 타인을 배려한 자발적 자가 격리자들이 영웅이다. 감염병 공포에도 이런 영웅들이 있기에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를 우리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염호기 / 호흡기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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