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코로나로 우울한 사회…‘살그래 천사’가 되자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57)



살그래 천사가 되자. 남몰래 살그머니 살맛나는 천사가 되어 사회에 기여하면 공포로 가득하고 우울한 코로나19 사태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사진 pexels]






살그래 천사


우리 서로
힘들어하지 말라 보내준
천사라고 부르자

오늘을 이끌어주고 곁에서 걸어주는
햇살이 하도 해맑아
어두운 눈엔 보이지 않듯
살그래 천사가 되자

또 그림자이길 바라자
뒤돌아볼 때만 눈에 뜨여도
지친 몸 이고 다니는 그림자같이
살그래 천사가 되자

문득 그림자 지우고 싶을 땐
더 큰 그림 속에 들어가야 사라지리니
뒤따르는 내 눈동자 보아주지 않아도
서운해하거나 원망하지 않으련다

너나 나나 한번은 뒤돌아볼 때가 오리니
네 떨리는 음성이 가장 아름다운 노래
우리 서로 가슴 뛰는
살그래 천사가 되자

해설
2020년 온 세계가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 감염증으로 공포의 위기를 맞았다. 안타깝게 수많은 생명이 죽었어도 막상 그 슬픔을 표현할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인류사에 큰 트라우마를 남길 것이다.

의료체계가 잘 갖추어진 우리나라도 하루하루 확진자가 늘며 치명률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는 자가격리 속에서 경제활동이 중단돼 기업과 노동자, 영세사업자가 피 말리는 고통을 호소한다. 그런데도 사재기가 벌어지지 않고 질서를 유지하여 세계가 놀라고 있다. 묵묵히 제 몫을 다하는 노고와 희생 덕분이다. 특히 의사와 간호사, 택배기사가 흘리는 땀방울에 모두 고마워한다. 평소에는 잘 몰랐으나 이번에 세 ‘사’자 직업군이 프로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그들뿐 아니라 수많은 천사가 나타나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다. 자신이 사용하기에도 부족한 마스크를 양보하며 기부하고, 음료수와 도시락을 나누며, 고사리손은 저금통을 허물어 성금을 기부했다. 밤낮없이 일하는 역학조사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환자의 동선을 낱낱이 파악하여 소독하고 실시간으로 SNS에 공개하여 확산을 방지한 공이 무척 크다. 솔직한 정보공유 덕분에 국민이 믿고 동요하지 않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사용하기에도 부족한 마스크를 양보하며 기부하고, 음료수와 도시락을 나누며, 고사리손은 저금통을 허물어 성금을 기부하고 있다. [중앙포토]


자기 분야에서 진정한 프로는 선한 의도와 좋은 결과, 두 가지를 모두 이뤄내는 사람이다.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시원치 않으면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공공정책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므로 전문가적 소양이 필요하다. 잘 모르겠으면 전문가에게 자문해서라도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여 발 빠르게 진단 시약을 생산해낸 것도 그 일환이다.

며칠 전 인공지능인 알파고와 대국에서 유일한 승리를 따낸 이세돌 프로기사의 인터뷰를 보았다. 한창나이인 36세에 은퇴한 이유를 물으니 바둑에서 예술성이 사라지는 슬픔을 느꼈다고 한다. 바둑이 단순히 승부의 세계가 아니라 진선미를 갖춘 하나의 도인데 아름다움이 사라진 것에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리라. 또한 알파고와 바둑을 두면서 어떤 벽을 느꼈다고 한다.

인공지능인 알파고를 개발한 원리는 인간의 두뇌 작용을 본뜨자는 것이다. 인간은 1000억 개의 뇌세포를 병렬로 연결하여 1000조 개의 시냅스를 구성한다. 두뇌에 반복자극이 들어오면 패턴으로 기억하였다가 필요한 때에 꺼내 쓴다. 이때 두뇌는 추측이라는 미래의 경우 수를 따져보는데 그 층이 10~15층 정도로 깊이를 내다본단다. 예를 들면 이세돌은 백여 수를 미리 그려보고 다음 수를 둔단다. 그것이 15~20층쯤 되는 현상이란다. 그런데 인공지능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어떤 하나의 주제에서 152층 정도 깊이를 읽는단다. 바둑에서 알파고는 48층 되는 인공신경망을 발휘한 것이다. 그러나 알파고는 바둑 빼고 다른 면에서는 소용이 없어 보통 계산기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이렇게 뛰어난 인공지능을 디자인하고 이용해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 두뇌를 참작해 배웠듯이 이젠 인간도 인공지능을 배우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중 하나가 사고의 깊이다. 매사에 15층 이상의 답이 있다는 가정을 하고 접근하자는 것이다. 항상 전문가의 사고를 빌려와 자문하고, 몇몇 사람이 아닌 병렬적 연결을 꾀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네 편 내 편, 편 가르기 사고는 그야말로 1층 깊이에 지나지 않는 어리석음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세계 각국의 정치 수준이 1~3층 층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계와 시민의식은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뛰어났지만, 그 저력을 한데 모아 꽃피울 행정력과 정치력은 아직 멀었다. 덕분에 희생되지 않아도 될 소중한 생명이 여럿 꺼졌다. 국민은 안타까운 사연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다.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솔로몬은 이 글귀를 반지에 새겨두고 늘 읽어보면서 난관을 헤쳐 나갔다고 한다. 이제는 거기에 하나를 덧붙여야 한다. 우리가 힘을 합쳐 이겨낸다는 연대감이다. [뉴스1]


요즘 날이 갈수록 코로나19 사회격리로 인한 피로감이 증가하고 있다. 매사에 우울감과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단순히 생리적 욕구와 안전욕구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존경을 받기를 원한다. 또 가장 높은 5단계로는 자기 삶에서 보람을 찾고 인격의 완성을 바라는 자아실현 욕구가 있다.

지금 코로나19 사태에 빠져 있지만, 공동체가 서로 천사가 되어 도움을 주고, 한 사람의 헛된 희생도 없이 이겨낸다면 자아실현을 성취한 기쁨을 맛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단순히 안전하게 견뎠다는 것에 만족하면 나중에 살아남은 자의 무력감과 죄책감, 우울감에 빠질 수도 있다. 세월호 사건에서 겪은 온 국민적 무력감과 상실감이 그것이다.

지혜의 왕 솔로몬이 온 나라의 스승들에게 인생에 귀감이 될 만한 구절을 구했다. 그중 으뜸 되는 경구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 솔로몬은 이 글귀를 반지에 새겨두고 늘 읽어보면서 난관을 헤쳐 나갔다고 한다. 이제는 거기에 하나를 덧붙여야 한다. 우리가 힘을 합쳐 이겨낸다는 연대감이다. 작은 그림자는 큰 그림자에 들어가면 사라진다.

시인은 시를 통해 독자를 위로하고픈 욕구가 있다. 공감과 운율이 살아있는 시어를 찾으려고 애쓴다. ‘살그래’란 단어는 ‘남들이 모르게 살며시, 살그머니’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부사로서 용언을 수식한다. 나는 ‘살’이란 어감이 좋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살 같은, 살 냄새 나는, 살맛 나는, 사람 냄새 나는’ 뜻을 중의 하고자 써 보았다.

‘살그래 천사가 되자’는 ‘남몰래 살그머니 살맛 나는 천사가 되어’ 사회에 기여하면 공포로 가득하고 우울한 코로나19 사태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원을 표현했다.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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