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트럼프 '한국 검사수 넘었다'며 틀린 수치로 연일 방어막

"8일간 검사가 한국 8주치보다 많아" 주장…한국에 의료장비 지원요청은 거론안해
검사키트 개발지연·검사 부족이 미국내 확산 초래했다는 비판론 대응용 해석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미국의 8일간 검사 건수가 한국의 8주간 수치를 넘어섰다는 잘못된 통계를 연일 인용하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미국 내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코로나19 검사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한국과 비교하며 미국의 검사 능력을 부각하고 코로나19 급증에 따른 내부 비판론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미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단연코 훨씬 더 많은 검사를 했다고 방금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을 '검사 면에서 매우 성공적인 나라'라고 칭한 뒤 "사실 지난 8일간 미국은 한국이 8주간 한 것보다 더 많은 검사를 한다"며 "잘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미국이 검사 수에서 한국을 넘어섰다는 말은 전날 낮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와 한 타운홀미팅 형식의 인터뷰에서 처음 나왔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이 미국의 8일간 검사 수가 한국의 8주간 검사보다 많았다고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처 알지 못했다"며 한 번 더 설명해달라고 할 정도로 큰 관심을 표시한 뒤 "이를 기억하는 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의 검사가 더 좋다"고 발언했다.

이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도 '특별한 무언가가 일어났다', '진짜 잘했다' 등 표현을 써가며 "엄청난 전환"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언급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 내 비난 여론 진화용으로 보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19 실시간 현황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미국의 환자는 5만5천명으로 중국(8만1천명), 이탈리아(6만9천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최근 확산 속도 면에서는 미국이 가장 빠르다.

미국은 자체 개발한 검사 키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주를 허비하고, 초기 검사 부족으로 인해 지역사회 전파를 막을 황금시간을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발병 초기 "독감보다 못하다"며 코로나19 위험성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검사 부족과 맞물려 환자 급증의 요인이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수치를 비교한 것은 미국의 검사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됐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과 검사 건수를 비교한 이런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벅스 조정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그동안 37만건의 검사를 했다고 소개한 뒤 이 중 22만건 이상이 지난 8일간 이뤄졌으며 이는 한국의 8주간 수치에 맞먹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 결과 한국의 지난 8주간 검사 건수는 35만7천건이다. 미국이 최근 8일간 실시했다고 밝힌 검사 건수 22만건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벅스 조정관이 수치를 잘못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확인 없이 이를 인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다만 지금까지 누계로는 벅스 조정관 말대로 미국의 검사 건수가 37만건이라면 한국(35만7천건)을 앞서는 것이 맞다.

또 한국은 확진자 증가 속도 둔화에 따라 검사 건수가 하루 1만건 안팎으로 줄어든 반면 미국은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해 미국이 검사 건수에서 앞서는 상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관련 의료 장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의료장비 지원요청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보다 검사 수치 등에서 앞섰다고 자화자찬만 한 셈이다.

백악관도 전날 보도자료에서 양국 정상이 코로나19 대유행을 막기 위한 각자 노력을 논의했다고만 밝힌 채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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