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앱' 하나로 마스크 대란 잠재운 대만···민관협력이란 이런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41명이 나온 대만은 2월초 '마스크 대란'을 먼저 겪었다. 대만 시민들도 가게마다 줄을 섰고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허탕을 쳤다. 그러나 한 달 뒤인 3월 이들은 비교적 원활하게 마스크를 구한다고 한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실시간 마스크 지도'가 마스크 파는 곳과 실시간 재고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일본 매체 아에라닷에 의하면 대만 시민 4명 중 3명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성과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대만 정부는 마스크 대란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었을까.



대만 정부와 민간이 협업해 만든 '마스크 맵' 화면. 한국보다 한 달 전 '마스크대란'을 겪은 대만은 마스크 맵 등을 활용해 금방 안정을 찾았다. 오드리 탕 대만 장관은 민간 개발자들에게





대만 정부는 지난달 3일 신분증을 내야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 실명제'를 시행했다. '마스크 실명제'를 발표한 날 물밑에서 가장 바삐 움직인 대만 정부 인사는 오드리 탕(39) 대만 디지털총무정무위원(장관)이었다. 그는 한국으로 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격이다. 탕 장관은 그 즉시 대만에서 활동하는 개발자들의 페이스북 그룹인 '거브제로(g0v)'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곳은 탕 장관이 2014년부터 활동한 민간 단체로, 정보기술(IT)과 데이터를 활용해 정부 활동을 감시한다.

탕 장관은 "시민들이 가게에 왔다가 허탕치지 않도록, 마스크 재고를 미리 알 수 있는 지도를 만들고 싶다"며 거브제로에 협업을 제안했다. 마침 '마스크 맵'을 제작하고 있던 개발자 우찬웨이가 탕 장관에게 "정부가 가지고 있는 마스크 판매 데이터를 공개하면 내가 만든 지도를 좀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 맵'은 이렇게 정부와 민간 영역에서 발빠르게 소통, 협업함으로써 탄생할 수 있었다.





대만 오드리 탕 장관 [사진 코드게이트보안포럼]





대만의 '마스크 맵'은 직관적이고 유용하다. 현재 내 위치 주변에서 마스크를 파는 곳이 표시된다. 해당 가게를 누르면 성인용·어린이용 마스크 재고가 몇 개 남았는지부터 영업시간·전화번호까지 알려준다. 재고가 없는 곳은 회색으로 표시하고, 분홍·노랑·초록·파랑으로 재고량이 얼마나 넉넉한지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지도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에서도 같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수를 알려주는 '코로나 맵'이 유명한 것처럼 대만은 '마스크 맵'이 널리 쓰이고 있다.

'마스크 맵'이 유명해지면서 일본 언론에서도 "대만의 성공적인 민·관 협업 사례를 참고하자"며 탕 장관과 마스크 맵을 비중있게 다뤘다. 탕 장관은 "정부는 사람들이 원하는 데이터를 공개한 것일 뿐"이라며 "이번 지도는 여러분들이 노력해준 덕분에 가능했다"며 민간에 공을 돌린다.

IT 기술로 마스크 대란을 해결한 대만 사례는 마스크 수요·공급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는 한국 정부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대만 정부처럼 마스크 관련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민간 기업이나 IT 개발자들에게 협업을 요청하면 된다. 정부가 앱 개발까지 직접 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편리하고 직관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민간에서 더 잘한다. '코로나 맵'도 프로그래밍을 독학한 20대 대학생이 처음 개발했다.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민첩한 대처도 배울만하다. 대만 정부가 민간 개발자들과 마스크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협의하고 지도를 업그레이드 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일이었다. 쓰기 편한 앱을 만든 것은 개발자들이었지만, 맨처음 탕 장관의 빠른 판단이 없었으면 이번 '마스크 지도'는 이렇게 빨리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하선영 산업기획팀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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