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타이거 우즈, 벤 호건을 보라

허리 부상 도진 골프 황제
호건 출전 자제하며 기적적 재기
우즈 다시 일어서려면 몸 아껴야

타이거 우즈(44)는 지난 9일 PGA 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기권했다. "몸이 좋아졌다"면서 2차전에 다시 출사표를 던졌지만 주위에서는 그의 허리가 괜찮을지 걱정하고 있다.

허리 디스크를 긁어내고 위아래 뼈를 고정하는 퓨전 수술을 받은 뒤 극적으로 살아났던 우즈가 다시 위기를 맞았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우즈가 받은 수술은 일종의 땜질 처방으로 오래 가기 어렵다. 퓨전 수술을 하면 수술 부위 위, 아래에 있는 디스크에 압력이 심해진다. 우즈는 가장 밑에 있는 디스크 부위에 퓨전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위에 있는 디스크가 집중적으로 압력을 받게 된다. 무리하면 더 큰 부상이 찾아온다.




벤 호건은 부상에서 재기 후 4년간 딱 18경기만 뛰었고 10승을 기록했다. [중앙포토]





골프 역사를 돌이켜보면 몸이 아픈 상태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로는 벤 호건이 대표적이다. 우즈가 참고할 만하다. 호건은 1949년 2월 승용차를 타고 가다 버스와 충돌했다. 조수석에 탔던 부인을 보호하려 자신의 몸을 던져 부상이 더 컸다. 다리 정맥의 혈액 응고로 인해 다시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도 그는 눈물겨운 재활을 통해 부상을 이겨냈다. 이듬해인 1950년 US오픈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끌고, 현기증과 싸우면서 기적 같은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 다리를 절뚝거리며 우승한 타이거 우즈의 US오픈과 비슷한 인간 승리의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호건은 1953년 디 오픈과 US오픈,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당시 또 다른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은 디 오픈과 일정이 겹쳐 나가지 못했다. 만약 경기에 나갔다면 우승했을 가능성, 그러니까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을 가능성이 컸다. 이것이 이른바 ‘호건 슬램’이다.

호건은 1950년부터 53년까지 재기 후 4년 동안 메이저 6승을 포함, 10승을 거뒀다. 우즈는 “호건은 골프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의 재기 스토리”라고 평했다.

호건이 성공한 비결 중 하나는 대회 참가를 절제하는 것이었다. 그는 50~53년 4년 동안 18개 대회에만 나갔다. 연평균 4.5개 대회에만 출전한 것이다. 이 기간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면 9개 대회에만 참가했다. 1년에 2개 정도에 불과했다.




타이거 우즈. [AP]





지난 시즌 우즈는 20경기에 나갔다. 허리가 아프기 전과 차이가 없다. 호건이 4년 동안 출전한 횟수보다 우즈가 1년 동안 나간 경기 수가 더 많다. 올해도 벌써 13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면서 몸이 축나고 있다. 올해 스윙 스피드는 시속 117마일로 지난해보다 3마일 떨어졌다.

우즈는 지난달 열린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도 허리가 아파 고생했다. 걷는 자세도 엉거주춤했다. 신발 끈을 맬 때는 털썩 주저앉아야 했다. 그는 “추우면 온몸이 아프다”며 조끼를 2개 겹쳐 입기도 했다.

우즈는 그때 “(나이 들어서도 뛰어난 활약을 한) 호건과 잭 니클라우스의 예를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우즈는 플레이오프 3개 대회에 모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다 또 탈이 났다. 앞으로 남은 일정도 만만치 않다. 일본에서 열리는 PGA 투어 조조 챔피언십에 참가하기로 했고, 대회를 앞두고 로리 매킬로이 등과 이벤트 매치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게 끝이 아니다. 프레지던츠컵에서는 캡틴을 맡으면서 선수로도 뛰고 싶다고 했다. 12월엔 바하마에서 열리는 자선 이벤트 대회에도 나가야 한다. 스스로 몸을 혹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메이저 15승을 거둔 우즈는 잭 니클라우스의 최다 메이저 우승(18승) 기록에 도전한다. 앞으로 메이저 4승을 더한다면 호건을 뛰어넘는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재기 스토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즈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그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선 우선 몸을 아껴야 한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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