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사람들] 한인 1.5세 남상호씨

“내년 은퇴 후 한인사회 봉사 계획”

부모님의 초청으로 경희고 2학년이던 남상호(사진)씨는 지난 1971년 시카고에 도착했다. 다운타운 명소 시어스 타워가 반쯤 올라갔을 무렵이다.

험볼트 파크 지역 Tuley 고교 2학년에 들어갔다. 한국 학생들이 얼마 없었는데 이른 바 한인 1.5세란 말이 조금씩 회자되기 시작했다고 회상한다. 대학 시절, 크리스마스 때 YMCA 회관을 빌려 한인 학생들끼리 모임을 가졌고 어빙팍 길에 있던 중앙일보 사옥에서도 만났다고 한다.

병원과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학업을 하던 그는 대학 3학년 때 입대, 2년 이상 독일에서 근무했다. 동서독이 나뉘어 있던 시절이라 경비가 삼엄했다. 1979년 10월 26일, 새벽부터 비상이 걸려 궁금했었는데 박정희 대통령 서거 때문이 아니었나 했다고.

독일 근무 중 주말에는 한국에서 온 간호원, 광부들과 종종 만나곤 했다. 당시 아랍에미레이트 병원에서 근무하던 부인(남릴리)이 유럽 여행 중 독일에 들렀는데 그 때 만난 인연으로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Heidelburg Castle(성)에서 만난 아내와의 첫 데이트 때 와인을 나누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군 시절 통신부에 근무한 경력으로 제대 후 Devry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해 모토롤라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28년을 근무했고 이후 회사가 중국 자본에 넘어가면서 퇴직, 현재는 집 근처 Baxter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집안 식구들은 처음에는 시카고에 다 같이 살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타 주로 이주했다. “저 혼자 이곳에 남았지요. 그런데 식구들을 따라 타 주로 이사할 마음은 별로 없네요. 워낙 정이 들었나 봐요.”

“전 평범하게 살아서 특별히 자랑할 것도 없고 내세울 것이 없어요”라는 그는 1.5세는 2세들처럼 미국에 익숙한 것도 아니고 1세들처럼 한국식도 아니어서 이따금 본의 아닌 실수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 동안 한인사회 활동이나 단체에서 봉사를 많이 못했어요. 그래도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니 은퇴를 하게 되면 그런 기회를 만들어 볼까 생각합니다.”

“어느덧 내년에는 은퇴할 생각이에요. 정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저의 인생을 한번 정리해 보는 시간이잖아요. 이젠 인생의 마무리 단계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항상 먼저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는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James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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