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업, 노조원이 막았다···르노삼성 집행부 결국 백기



12일 오후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부산 = 송봉근 기자.






“먹고 살려고 공장에 나왔심더.”

12일 부산광역시 강서구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엔지니어 라인에서 중앙일보가 만난 김 모(47) 씨의 얘기다. 그는 지난해 6월 르노삼성차 기업노동조합(노조) 집행부가 부분파업 지령을 내리자 파업에 동참했다. 하지만 “월급이 100만원이나 줄어서 이번에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에 불참하면 완력을 쓸까 봐 익명으로 써달라”며 “파업은 노조원이 선택할 문제인데 노조에서 강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전편파업을 선언하고 플래카드를 통해 사측을 비판했다. [사진 르노삼성차 노조]






노조원이 외면하면서 르노삼성차 노조는 12일 결국 파업을 철회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이날 쟁의지침을 통해 “고용노동청의 적극적인 교섭권유로 오후 3시 30분부터 전면파업을 철회하고 교섭에 임한다”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파업 참가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전면파업해도 생산라인이 가동한다는 사실을 노조가 확인하면서 파업을 철회했다”며 “사측도 야간 공장 가동 중단 계획을 철회하고 노사협상을 재개한다”고 설명했다.




12일 오후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조업하는 근로자들. 부산 = 송봉근 기자.






실제로 이날 부산공장 생산직 근로자 1850명 중 1225명(66.2%)이 정상 출근했다. 12일 오후 2시 기준 자동차 목표생산대수(450대)의 26.9%(121대)를 생산했다. 생산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여전히 파업 기간에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재교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차체에 차근차근 부품을 끼워 넣는 완성차 조업의 특성상 노동자의 일부만 파업해도 공장 전체를 멈춰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은 노조의 영향력이 컸다”며 “비록 느리게 돌아가긴 했지만, 공장이 파업 기간 꾸준히 가동하면서, 노조도 계속 파업할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르노삼성차는 12일 오후 3시 30분 공장 부분폐쇄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노조가 파업을 철회했다. 부산 = 송봉근 기자.






이재교 교수는 “파업은 최후의 수단인데 충분한 명분을 갖추지 않고 무리하게 전면파업을 선언한 것도 파업 철회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노사는 1차 잠정합의안에서 부결했던 2018년 임금및단체협상(임단협)을 두고 마주 앉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노조 집행부는 본질적인 내용보다 부차적으로 작성·발표하려고 했던 ‘노사 상생 공동 선언문’ 때문에 갑자기 전면파업을 선언했다. 노사는 이 선언문에 ‘평화유지’라는 문구 삽입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노조가 노사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간 또 다른 이유는 ‘파업 기간 임금을 보전해달라’는 노조의 요구를 사측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법 44조는 ‘파업 기간 근로하지 않은 근로자에게 회사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노조는 임금 지급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파업 기간에도 성실히 근무한 근로자의 불만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전면파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소송까지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르노삼성차 노조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부산공장 차체팀에서 근무하는 정 모 (47) 씨는 “노조 집행부가 실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파업을 끝내고 노사 간 대화에 돌입해서 회사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노조원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노사가 다시 협상에 돌입했다. [중앙포토]






여기에 부산 지역경제와 르노삼성 사원대표위원회가 잇달아 전면파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 발표한 것도 노조 입장에서는 부담이었다.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하자 부산상공회의소는 “부산·경남·울산 지역 45개 르노삼성 협력업체를 긴급 모니터링한 결과, 르노삼성차 납품 비중이 높은 협력업체가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부분파업에 돌입한 이후 협력사에 발생한 손실은 1200억원으로 추산된다.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면서 사측도 한발 물러섰다. 르노삼성차는 원래 12일부터 생산직 근무 형태를 기존 주·야간 2교대에서 주간 1교대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전면파업을 선언한 이후, 야간 근무 인력을 주간으로 돌려서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노조가 전면파업을 철회하자 사측은 13일부터 기존처럼 2교대 정상 조업을 하기로 했다.

부산 = 이은지 기자, 서울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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