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화웨이 쓰지 말라”…미·중 화약고 터뜨린 트럼프

미, 정보통신 국가비상사태 선포
유럽·일본에도 ‘보이콧 동조’ 압박
WP “미·중 무역전쟁 와중 갈등 격화”
중국 “미국의 강도 논리” 강력 반발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또 다른 화약고를 건드렸다. ‘화웨이 이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이 제조한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사실상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를 겨냥한 조치라 양국 간 갈등을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WP에 따르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 행정명령은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위협에 대응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국의 국가안보 또는 미국민의 보안과 안전에 위험을 제기하는 거래를 금지할 권한을 상무장관에게 위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미국의 안전과 번영을 유지하고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 인프라와 서비스에 취약점을 만드는 외국 적대국들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분명히 해왔다”고도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통령의 서명 직후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명단(Entity List)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향후 미 기업과 거래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 관리들은 화웨이가 미국 기업으로부터 부품 공급을 받는 일부 제품들을 판매하는 게 어려워지거나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우리 상무부 팀은 미국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가 혁신과 경제 번영의 안전한 기반이 되도록 보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이런 조치는 미국이 유럽과 일본 등 주요 동맹국을 상대로 화웨이 제품 보이콧에 동조하도록 압박하는 데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8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공공기관에서 화웨이와 ZTE 등의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 이번 행정명령은 민간 기업으로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은 줄곧 화웨이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지난해 12월 미 법무부는 화웨이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멍완저우 부회장을 기소하기도 했다.

무역전쟁이 맞보복 난타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양국 갈등이 한층 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WP는 “1년 전부터 예상됐던 조치”라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무역분쟁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긴장감을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미국이 국가의 힘을 남용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중국의 특정 기업을 음해하고 압박하는 건 수치스럽고 불공정하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중국의 목소리’ 평론으로 “누가 이랬다저랬다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평론은 중국이 협상 과정에서 약속을 깼다는 미국 주장은 흑백이 전도된 것이라며 “미국의 강도 논리는 미국 말을 따르면 (약속을) 지키는 것이고 따르지 않으면 깨는 것이 된다”고 비난했다. 중국 라디오TV 국제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을 돈키호테에 비유했다.

황수연 기자,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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