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4세대 총수’ 구광모·박정원…조원태도 데뷔

공정위, 자산 5조 이상 59곳 발표
공격 M&A 한화, GS 제치고 7위
애경·다우키움 첫 공시 의무 대상
카카오·HDC 상호출자 제한 지정

우여곡절 끝에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칼끝을 겨눌 규제 대상 대기업집단(그룹)을 발표했다. 조원태(44) 한진 회장, 구광모(41) LG 회장, 박정원(57) 두산 회장이 ‘새내기 총수’로 지정됐고 한화는 GS를 제치고 재계 순위 7위에 올랐다. 카카오·애경은 각각 상호출자 제한 대기업집단, 공시 대상 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공정위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2019 대기업집단’을 발표했다. 올해는 자산 5조원 이상 59개 기업집단을 공시 대상 대기업집단(지난해 60개), 자산 10조원 이상 34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 제한 대기업집단(지난해 32개)으로 각각 지정했다. 공시 대상 집단은 공정거래법상 공시 의무를 지고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받는다. 상호출자 제한 집단은 공시 대상 집단 규제에 더해 순환출자·채무보증·상호출자 금지 등 규제를 받는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대기업집단 리스트는 시장지배력 남용,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재벌 규제의 ‘기준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집단은 매년 5월 1일 발표하는 ‘연례행사’지만 올해는 유난히 곡절이 많았다. 조원태 한진 회장 일가가 “총수 지정과 관련한 내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탓에 발표가 보름이나 늦춰졌다. 이 과정에서 상속과 관련한 한진가 내부 갈등을 고스란히 외부에 노출했다.

◆공정위의 대기업 규제 기준점=공정거래법상 동일인(同一人)은 대기업집단을 규정하고 시장지배력 남용,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규제를 받는 기준이다. 공정위가 이번에 처음 동일인으로 지정한 기업인은 3명이다. 조원태 한진 회장, 조용히 LG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구광모 LG 회장, 국내 최장수 두산그룹의 4세 경영 시대를 연 박정원 두산 회장이 주인공이다. 모두 40~50대 ‘젊은 피’다. 지난해~올 초 아버지가 사망한 뒤 그룹 경영권을 승계했다.

가장 이목을 끈 건 조원태 회장이다. 막 총수에 오른 조 회장 앞엔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조현아(45)·현민(36) 남매와 어머니인 이명희(70) 일우재단 전 이사장의 일탈로 무너진 그룹 신뢰를 회복시키고 취약한 경영권 기반을 다지는 일이 숙제다.

구광모 회장은 LG화학·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할 상황이다. 40대 초반 나이에 재계 4위 LG의 총수에 오른 만큼 경영 능력도 입증해야 한다. 박정원 회장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두산중공업·두산건설 등 주력 계열사의 부진한 실적을 극복해야 한다.

정의선(49)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고 올해 처음 그룹 시무식을 주재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아버지인 정몽구(81) 회장이 여전히 총수 지위를 지켰다. 김 국장은 “건강 소견서, 정몽구 회장의 자필 서명 등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 회장의 동일인 자격을 유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2위 현대차, 3위 SK 자산 격차 축소=자산총액 기준으로 매기는 재계 순위 ‘톱 10’ 중 지난해와 순위를 맞바꾼 건 7위 한화(65조6000억원)와 8위 GS(62조9000억원)였다. 한화의 순위 역전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의 결과물이다. 2010~2012년 잇따라 중국·독일 태양광 업체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2015년엔 삼성그룹 화학·방산 계열사를 인수하는 ‘빅딜’에 성공했다. GS는 일부 계열사를 매각하고 GS건설 등 실적이 좋은 계열사에서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자산이 줄었다. 관심사였던 현대차(2위)-SK(3위) 그룹 재계 순위 역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두 그룹 간 자산 격차는 지난해 33조2000억원→올해 5조5000억원으로 크게 좁혀졌다.

◆상위 5곳이 자산 54% 차지=공시 대상 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곳은 애경·다우키움이다. 화학·항공·화장품 등 계열사 실적이 뛰면서 ‘제2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 애경은 애경산업 등 계열사 상장과 마포 신사옥 준공에 따라 자산이 불어난 영향을 받았다. 계열사로 키움증권·다우기술 등을 보유한 다우키움은 사모투자 전문회사(PEF)·특수목적법인(SPC)이 늘면서 덩치를 불려 공시 대상 집단에 신규 진입했다.

상호출자 제한 집단에 신규 지정된 곳은 카카오·HDC(옛 현대산업개발)다. 2016년 인터넷 기업 최초로 공시 대상 집단에 이름을 올린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 사업 부문에 현물을 출자하고 주식을 취득한 데 따른 자산 증가, HDC는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자산으로 편입하는 등을 이유로 상호출자 제한 집단으로 지정됐다.

반면에 올해 공시 대상 집단에서 제외된 곳은 메리츠금융(비금융사 매각 등)·한진중공업(한진중공업 지배력 상실 등)·한솔(계열사 매각에 따른 자산 감소) 3개다. 김 국장은 “대기업집단 내에서도 상위 5곳이 전체 자산의 54%, 당기순이익의 72%를 차지하는 등 ‘양극화’가 심하다”며 “대기업집단 관련 정보를 지속해서 분석·공개해 시장에 의한 자율감시 기능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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