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광장] "고개를 낮추면 부딪칠 일도 없습니다"

프랑스 혁명을 주도한 지도자 로베스피에르는 "모든 프랑스 아동들은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면서 우윳값을 반값으로 내리도록 지시했다. 국민은 크게 환호했지만, 목장 주인들은 젖소 사육을 포기하고 말았다. 우윳값으로 젖소 사료 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로베스피에르는 건초 값도 내리라고 명령했다. 어기면 '인민의 적'으로 몰아 단두대에 세우겠다고 다그쳤다. 그러자 농민들이 농토를 다른 용도로 변경해 버렸다. 결국 젖소와 사료가 귀해지니 우윳값은 10배로 폭등했다.

로베스피에르는 평등·정의 사회를 빙자해 적폐청산과 구습타파로 공포정치를 계속했다. 경제정책과 시장 원리는 완전히 무시했다. 민생경제는 파탄에 이르렀고 그는 결국 '인민의 적'이 되어 단두대로 보내졌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 방송을 진행하던 KBS 송현정 기자가 "야당에선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가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이 생각난다.

인간이 경영하던 동물농장에서 농장주의 무능력과 수탈에 불만을 품은 동물들은 혁명을 일으켜 인간을 축출시키고, 동물들 스스로 농장을 경영하며 평등한 이상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법을 만든다. 그 법의 준수와 감시를 위해 동물들은 계급을 정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들이 내세운 평등 이념은 무너지고 귀족 세력은 이권과 사욕을 채우기 위해 독재가 행해진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고, 부패를 가리기 위해 공포정치와 장기집권을 꾀한다.

이 소설은 옛 소련 공산권 국가들의 사회주의, 전체주의 정치를 지향하는 독재자들을 풍자한 소설이다. 1945년에 쓰여 진 '동물농장'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인간 본성이 자칫 '자기주의'로 빠지기 쉽다는 걸 알면서도 '체제'와 '자기도취'에 한번 빠지면 자만과 아집에 묻혀 고착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 세종 때 재상이었던 맹사성이 젊은 나이에 장원급제를 하여 파주군수로 내려갔다. 어느 날 그는 무명선사를 찾아 가 "이 고을의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싶다"며 덕목을 구했다. 노승은 "악을 행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하시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맹사성은 발끈했다. "그거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인데 내게 말하느냐"고 물었다. 노승은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고, 백번을 보는 것보다 한번 깨우침이 나으며, 백번 깨우침보다 한번 행함이 낫다"고 했다.

머쓱해진 맹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하자 노승은 차 한잔을 권했다. 그런데 노승은 찻잔 위로 주전자를 들어 물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는 게 아닌가. 놀란 맹사성이 "스님! 차가 넘쳐 방바닥이 젖습니다"라고 하자 노승은 "자만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보이지 않습니까" 반문했다. 부끄러움에 허둥지둥 방을 나서려던 맹사성은 낮은 문틀에 머리를 부딪쳤다. 노승은 웃으며 "고개를 낮추시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고 했다.

바둑판 옆에서 훈수를 하는 것과 내가 직접 바둑돌을 놓는 것과는 견줄 수 없는 큰 차이가 있다. 직접 행하면서 시행착오도 겪고, 반복을 통해 실력과 경험을 쌓고, 이런 과정을 거친 후, '경험적 지식인'이 된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국방 등 각료들은 경험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코드 인사는 망신과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국민은 늘 불안하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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