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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비숍 로스 철도박물관에서

비숍은 시에라 네바다의 동쪽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이다. LA에서 네바다 산맥의 동쪽으로 395번을 따라 북상하면 5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가을 단풍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 외에도 볼거리가 많은 매력적인 도시이다.

해발 9200피트에 있는 사브리나 호수에서 내려오는 비숍크릭 주변에 퍼져 있는 아스펜의 단풍도 볼만하지만 이곳에는 100년 이상 된 유명한 베이커리 에릭샤츠를 비롯해 캘러리, 인디언 박물관, 철도 박물관 등이 있고 혼자 책 읽기에 좋은 호젓한 공원도 도심에 있다.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휘트니산 등 일만 피트 이상의 산들이 연이어 있는 시에라 네바다의 웅장한 산세를, 동쪽에서는 직접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 있다.

로스 철도 박물관은 비숍 북동쪽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곳에는 초기 정착민이 사용하던 철도뿐 아니라, 이곳에서 살던 인디언 파이우디-쇼쇼니족을 몰아내고 1800년대에 이 마을을 만든 북유럽 정착민들의생활용품도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초입에 길게 서있는 증기기관차는 올라가 타볼 수도 있고 역사(驛舍)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역사에서 그들의 사진을 보며 그들이 이 불편한 기차를 타면서도 얼마나 기뻐 했을까를 생각하니 역사를 오가며 흥분한 그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기차 양옆으로 당시 정착민들의 삶을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전시물들이 있는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당시 학생들이 공부하던 교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도 있고 병원도 있다. 병원에 들어서자 왼쪽 방에 이발소가 있고 오른쪽에 진료소가 있다. 유럽에서 처음 외과 수술을 이발소에서 시작하였다고 한다. 파스퇴르 이전에는 병이 들면 주술 등 잘못된 정보 때문에 몸속의 악마가 피를 나쁘게 해 병이 든 것으로 이해했다. 피가 필요한 사람에게 피를 빼는 현상도 있었다. 당연히 병보다 잘못된 치료 때문에 죽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한다. 우리가 이런 무지에서 벗어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하니 새삼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고마워졌다.



당시 서민들이 살던 좁은 침실과 목욕시설은 이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는지를 보여 주었다. 총기를 판매하는 곳에는 당시 현상범을 수배하는 포스터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유명한 형제 은행 강도는 현상금을 노린 추적군들을 피해 멕시코를 거처 멀리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까지 도망가 살다가 잡혔다 하니 이들의 삶이 얼마나 거칠었을까 짐작되었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도 이제 모두 이 땅을 떠났구나 생각하며 밖으로 나와 하늘을 봤다. 높고 파랬다. 고교 교과서에 있던 이양하의 '페이터의 산문'이 떠올랐다. 옛 로마의 황제이고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월터 페이터가 다시 자신의 문체로 옮긴 글이다.

"모든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네 마음에 달렸다. 행복한 생활이란 많은 물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라.…참으로 지혜로운 마음을 가다듬은 사람은 저 인구에 회자하는 호머의 시구 하나로도 이 세상의 비애와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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