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땅 팔아놓고 나 몰라라…불법ㆍ편법 거래 부추기는 SH공사

준공 늦어지는 서울 공공택지지구
6~7년째 소유권 이전도 안 돼
땅 산 주민들 피해 커도 수수방관
실거래가보다 싼 다운계약서 양산



강남구 세곡지구 보금자리주택의 전경. [중앙포토]





“내 땅을 정상적으로 거래하고 싶을 뿐입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조성한 공공택지인 은평 한옥마을과 강남 보금자리주택지구인 내곡ㆍ세곡2지구 주민들의 소망은 한 마디로 '비정상의 정상화'다. 내 땅을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을 6~7년째 겪고 있어서다.

SH공사가 조성한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잔금까지 다 치렀는데 소유권이 없다. 은평 한옥마을의 경우 옛 등기가 아직도 말소가 안 됐기 때문이다. 내곡ㆍ세곡2지구는 사업 준공이 안 나서다. 새 주인의 명의로 토지 등기가 안 된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SH공사의 늑장 행정처리 탓이다.

등기부 등본에 소유권이 없는 땅을 사려는 이는 드물다. 그래서 거래가 잘 안 된다. 급한 사정으로 자신의 땅을 처분하려는 주민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 주민들은 수십 번 전화하고 SH공사를 찾아가도 수년째 똑같은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올해 안에는 될 겁니다.”


어쩌다 거래가 된다 해도 실거래 가격으로 거래할 수 없다. 공공주택특별법의 전매행위 제한 규정에 따라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지기까지 거래가 제한되어 있다. 거래할 경우엔 최초 공급가액 이하로 팔 수 있다. 주변 땅값은 뛰는데 공공의 잘못으로 소유권 이전이 안 되는 내 땅은 수년 전 분양받은 금액으로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 손해가 크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SH공사 측은 “그렇다고 법을 어길 수 없지 않냐”라고 답했다.

현장에서는 다운계약서가 관행화되고 있다. 시세대로 거래하고 계약서에는 이보다 훨씬 싼 최초 공급가격을 적는 식이다. SH공사가 편법ㆍ불법 거래를 묵인하고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

내곡지구의 한 주민은 “3년 전 최초 분양자에게 땅을 샀을 때 구청에는 실거래가로 신고하고, SH공사에는 공급가액으로 거래한 것처럼 이중 서류를 만들어 냈다”며 “SH공사가 내부 제출용 서류를 따로 만들어 달라 해서 그리 한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은평뉴타운의 단독주택 용지에 조성된 은평 한옥마을도, 보금자리주택지구인 내곡ㆍ세곡2지구도 모두 전 정권의 대표 프로젝트였다. 정권이 바뀌고 담당 공무원도 숱하게 바뀐 결과, 마을 택지공사는 10여 년 가까이 준공을 못 하고 있다.

“택지 규모가 커서 전체를 같이 준공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비정상을 정상인 듯 SH가 항변하는 것은 태만이다. 내곡ㆍ세곡2지구 옆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같은 보금자리주택지구로 개발한 강남ㆍ서초지구는 2015년 이미 준공했다. SH공사가 그들의 비전처럼 ‘시민을 위한 공간복지의 대표기관’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기본적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훈련부터 해야 한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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