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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100년 한인기업'을 기다린다

이젠 기억으로 만 남는 한인업소들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오랫동안 LA한인타운 상권의 한켠을 지키다 간판을 내리는 업소들이다. 업주의 은퇴로, 비즈니스가 예전만 못해서 등의 이유가 있지만 타운상권의 흔적들이 사라지는 듯 해 안타깝다. 빈자리는 새로운 업소들로 메워지지만 주로 '먹고 마시는' 업소들이다. 그중에는 타인종 업소나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도 꽤 있지만 다양성 면에서는 아쉽다. 한인타운 상권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달라지는 것은 또 있다. 이른바 '한인 주력업종'의 변화다. 10여 넌 전만해도 리커·마켓, 세탁소, 뷰티서플라이, 샌드위치 가게 등의 거래 동향은 주요 기사거리가 됐다. 한인 주력업종으로 분류되는 업소들인 만큼 매매 건수나 권리금 변화에 관심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이런 기사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독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이들 업종에 뛰어드는 한인들이 과거처럼 많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여기에 기존 업주들의 노령화로 이들 업종의 매매는 '한인 셀러-타인종 바이어'의 패턴이 많다고 한다.

스몰비즈니스는 이민자 경제의 토대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데다 언어·문화적 제약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업주에게는 자본 축적의 유용한 수단이, 커뮤니티 경제권에는 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한다. 스몰비즈니스가 활성화 되면 금융·부동산·보험 등 각종 연관 업종들도 함께 성장하기 때문이다. 결국 창업이 커뮤니티의 경제 활성화 여부를 가리는 척도가 되는 셈이다. 리커·마켓과 세탁소가 한인들의 주력업종이라면 중국계는 식당, 베트남계는 네일숍, 인도계는 호텔·모텔, 캄보디아계는 도넛가게가 주력 업종이 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 요즘 한인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한 모양이다. 얼마 전 만난 한 부동한 임대 업체 관계자는 "빈 공간이 생기면 주로 비한인 입주자들로 채워진다"고 아쉬워했다. 온라인 탓에 오프라인 소매업이 고전을 겪고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한인사회 내부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는 듯 싶다.



우선 1세들의 은퇴가 시작됐는 점이다. 2세 경영 체제로 전환한 곳도 있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일부에 불과하다. 상당수 1세 창업주들은 '매각 후 은퇴'를 고려하는 상황이다. 확장보다는 수성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여기에 한인 이민형태가 가족이민에서 취업이민 위주로 변한 것도 창업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타운 상권' 이나 '한인 주력업종'이라는 말조차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커뮤니티의 연속성을 위해 상권의 존재는 꼭 필요하다. '타운상권'이든 '한인 주력업종'이든 최소한 어느 한 쪽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창업을 한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스몰비즈니스의 경우 상당수가 5년을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성공사례도 많다. 미국의 패스트패션 업계를 이끄는 '포이버21', 매운 맛 열풍을 일으킨 스리라차 소스를 만드는 '후이 퐁 푸드', 중국 음식 프랜차이즈인 '판다 익스프레스'의 뿌리도 이민자가 창업한 스몰비즈니스다. 모두 80년대 초반 소규모 업소에서 시작해 30여년 만에 업계의 대표적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2, 제3의 '포에버21', 한인 버전의 '판다 익스프레스' 탄생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한인사회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1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많은 한인기업들이 많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한 창업이 먼저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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