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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첨단 DNA분석 기술의 '두 얼굴'

단서는 작은 머리뼈 한 조각. 혈흔도, 찢어진 옷도 없었다. 누군가 살해된 것은 분명한데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 사건은 해결될 수 있을까?

경찰은 수개월째 유해의 신원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미궁 속에 빠진 사건을 해결한 건 다름 아닌 DNA 신기술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확보한 뼈 조각을 벤처기업, 파라본 나노랩스(Parabon NanoLabs)에 보냈다. DNA를 넘겨받은 파라본 나노랩스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유해의 몽타주를 그려냈고 유해 신원을 파악한 경찰은 주변을 탐색해 범인 체포에 성공했다.

플로리다 주에서 발생한 연쇄 성폭행범, '시리얼 클리퍼(Serial Creeper)'를 잡아낸 것도 DNA분석 기술이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범인이 흘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증거를 찾아내긴 했지만 목격자가 한 명도 없어 난항에 부딪혔다. 하지만, DNA분석 기술이 제3의 목격자 역할을 해냈다. '스냅샷(Snapshot)'이라는 신기술이 용의자의 머리카락색, 눈빛, 안색, 가계 혈통 등 몽타주를 재현했다.

40여 년 동안 13명을 살해하고 45명을 성폭행한 연쇄 살인범 '골든스테이트 킬러'도 DNA분석 기술에 덜미를 잡혔다. 범인 조지프 드앤젤로는 전직 경찰관 출신으로 첫 범행 후 40여 년 동안 경찰은 물론 연방수사국까지 동원된 수사망을 피해다녔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은 DNA샘플을 모아 수사망을 좁혀 결국 꼬리를 잡았다. 사건 현장에서 수집한 범인의 DNA 샘플을 이용해 온라인 계보 찾기 사이트의 도움을 받아, 용의 선상에 단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던 드앤젤로의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은 관련 사건들의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집 주변 쓰레기통을 뒤져 용의자의 DNA 샘플을 확보해 연구소로 보내 일일이 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DNA 분석 기술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아직도 여성들을 살해하고 성폭행한 범인들을 이웃으로 두고 살았을지 모른다. 첨단 DNA분석 기술에 대한 JTBC뉴스 리포트에는 당장 기술을 도입해 한국 내 미제사건 해결에 이용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DNA분석 기술은 미제사건 해결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최근 DNA를 체크해보는 테스트가 인기다. 100달러 정도의 비용이면 자신의 뿌리를 찾아주는 DNA 테스트 업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DNA 테스트를 통해 헤어진 가족을 찾기도 하지만, 난감한 상황에 부딪히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실은 한 가족의 DNA 테스트 관련 기사에 따르면 보스턴의 한 가족은 DNA 테스트로 6명이었던 가족이 9명으로 늘었다. 친자매로 알았던 언니와 동생은 생부가 달랐고, 두 자매에게는 또 다른 남매가 있었다. 부모의 각자 외도로 일어난 일이다.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아버지가 평생 숨겨왔던 비밀이 DNA 테스트로 낱낱이 밝혀졌다. 생모와 생부가 다른, 복잡한 혈연관계로 얽힌 남매들은 모두 중년의 나이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DNA 테스트로 가족은 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모든 기술은 양면성을 지닌다. 편리함을 누리는 대신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교통수단으로 환경오염을 겪고 있고 플라스틱을 과용한 탓에 매일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산다. 미국 사법당국이 DNA연구소, 파라본 나노랩스의 DNA 분석 기술을 이용해 해결한 사건은 40여 건에 달한다.

최근에는 노화된 얼굴까지 DNA로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연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시간 속에 감춰졌던 범행의 실체가 세상에 속속 드러나고 있는 반면 DNA분석으로 영원히 닫혀 있어야 할 판도라의 상자도 열리고 있다. DNA분석 기술이 인류에게 요구할 대가가 크지 않길 바란다.


부소현 JTBC LA특파원·부장 bue.so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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