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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링컨 시대의 또 다른 대통령

#. 미국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두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과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은 모두 2월에 태어났다. 워싱턴은 22일, 링컨은 12일이다. 미국이 매년 2월 셋째 월요일을 연방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이들 위대한 두 대통령을 기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역대 모든 미국 대통령들을 기념하는 날이 됐다.

링컨은 1861년 3월, 제 1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상황은 몹시 나빴다. 연방 대 반연방, 남부와 북부의 대립, 흑백과 빈부의 격차 등으로 나라는 분열 직전이었다. 당장 링컨이 당선되자마자 보란 듯이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연방을 탈퇴했다. 이어 미시시피, 플로리다, 앨라배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텍사스가 차례로 뒤를 따랐다.

이들은 1861년 2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남부연합(Southern Confederacy)이라는 이름으로 독자 정부를 수립했다. 새 대통령도 뽑았다. 공식 국호는 아메리카연합국(Confederate States of America:CSA)이었으며 남북전쟁이 끝날 때까지 4년간 존속했던 '나라'다.

#. CSA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통령은 제퍼슨 데이비스(1808~1889)였다. 그는 링컨과 같은 켄턴키주 출생이었으며 나이도 8개월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외모도 비슷해 키가 크고 얼굴은 길고 뾰족했으며 턱수염까지 링컨과 닮았다. 하지만 이것 말고는 모든 면에서 링컨과 대비됐다.



링컨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정규교육이라고는 거의 못 받았던 자수성가형이었던 반면 데이비스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고 미 육사 웨스트포인트까지 졸업했다. 군인으로 멕시코 전쟁에 참전해 큰 공을 세웠으며 14대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 시절엔 장관도 역임했다. 30대에 이미 100명 이상의 노예를 거느린 농장주가 되었고 미시시피주 연방하원의원을 거쳐 연방상원의원까지 되었다. 하지만 미시시피주가 연방에서 탈퇴하자 상원의원직을 사퇴하고 미시시피로 돌아가 남부연합 대통령으로 추대됐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그의 리더십은 많이 부족했다. "완고하고 고집이 셌다" "작은 일까지 간섭했다" "군 인사에도 친소관계를 중시했다"는 것들이 기록된 그의 평가들이다. 실제로 그는 민간 관료들은 물론 군부 장성들과도 불협화음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가장 큰 결점은 시대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고 '독립'을 염원한 전체 남부인의 꿈과 열정을 제대로 결집시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링컨의 리더십은 그와는 완전히 반대였다. 링컨은 어떤 상대도 100% 적으로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남부에 대해서도 화합과 포용을 강조했다. 명령과 강제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중요시했고, 능력만 있으면 자신을 반대했던 사람까지 활용했다. 취임 초 내각을 구성할 때나 전쟁 수행 중에도 평소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뿐 아니라 상대 당 출신들까지 파격적으로 기용했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분리될 뻔했던 미국을 다시 하나로 통합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포용의 리더십이 결정적이었다.

#. 오는 월요일은 한국엔 없는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이다. 전직 대통령 두명을 감옥에 둔 나라 출신 이민자로서 솔직히 이런 날이 있다는 게 많이 부럽다. 워싱턴, 링컨같은 국민 모두로부터 존경받는 대통령을 가졌다는 게 부럽고, 허물 많은 대통령까지도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기념하는 분위기가 또 부럽다. 한국은 언제쯤에나 '우리 모두의 대통령'을 가질 수 있을까. 또 제대로 기념할 수 있을까.

-사족. CSA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는 남북전쟁 종전 직후 반역죄로 체포돼 수감되었지만 2년여 만에 사면됐다. 극우 인종주의자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그의 동상이 철거되는 등 수난도 겪지만 여전히 남부에선 로버트 리, 스톤월 잭슨 장군 등과 함께 남부단결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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