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공소장이 살생부" 떨고 있는 100인의 판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최승식 기자.





양승태 사법부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이 이뤄진 배경에는 윗선의 부당한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고 방조한 100여명의 법관들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을 재판에 넘긴 뒤 나머지 법관들에 대한 법적 책임도 물을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00여명에 달하는 법관들에 대한 수사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관여 정도’ ‘혐의의 중대성’ 등에 따라 기소 대상자를 추리는 중이다.


일단 기소 검토 대상에 오른 건 먼저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등장하는 이들이다. 전ㆍ현직 대법관 10명, 고등법원 부장판사 24명, 지방법원 부장판사 44명을 합쳐 총 93명에 달한다. 또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징계를 청구한 판사 13명(이 중 8명이 실제 징계)이나 정치권에서 작성한 ‘탄핵 법관’ 명단에 오른 인물들은 내ㆍ외부에서 지목된 ‘핵심 연루자’들만큼 기소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7~8명의 전·현직 고위 법관들, 기소 가능성 높아”
법조계에서는 이런 자료들을 토대로 7~8명 안팎의 전ㆍ현직 법관들을 ‘기소 유력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먼저 차한성 전 대법관, 유해용 전 고법부장(현 변호사)은 검찰이 공식적으로 피의자라고 지목한 사람들이다. 차 전 대법관은 일본 식민지 시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유 변호사는 대법원 근무 시절 취급했던 사건을 수임하고 기밀 문건을 무단 반출한 혐의로 검찰이 수사 개시 이후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밖에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관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영장심사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재판거래와 판사 뒷조사 실무를 맡은 이규진ㆍ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이규진 부장판사는 옛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행정소송 선고 연기 및 판사 뒷조사 등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다. 특히 그는 양 전 대법원장을 독대하면서 대법원장의 지시사항을 한자 ‘대(大)'자로 수첩에 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민걸 부장판사는 행정처 기조실장으로 근무하며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 받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檢 “심의관급도 예외없다…혐의 중대하면 기소”
이인복ㆍ김용덕 전 대법관과 권순일 대법관도 기소 검토 대상에는 올라 있다. 이 전 대법관은 중앙선관위원장 재직 당시 통진당 재산 국고귀속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전 대법관은 강제징용 재판 재상고심을 지연시켰다는 의혹을, 권 대법관은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및 국정원 댓글 사건 개입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근무하며 ‘판사 탄압’ 문건 등을 작성해 징계를 받은 판사들도 기소 대상으로 거론된다. 검찰 관계자는 “심의관급이라도 혐의가 아주 중대하면 기소하겠다, 심의관이라고 해도 직책이 부장판사들인만큼 (책임 소지가) 낮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핵심 ‘공범’으로 등장하는 법관들은 법적 처벌 대상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법원장의 공소장이 이른바 ‘살생부(殺生簿)’ 인 셈”이라고 말했다.

박사라·정진호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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