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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만만한' 회장님, 존경합니다

"만일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기내에 6개의 출구가 있습니다. 밖으로 뛰어내리시기 바랍니다."

공항에 나오느라 일찍 집에서 출발하고, 와서도 각종 검사와 수속 절차로 힘겹고 또 라운지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막상 비행기에 올라도 승무원의 늘 똑같은 내용, 똑같은 말투의 기내 방송.

어라, 근데 기내 서비스가 안 좋으면 언제든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란다. 피식…. 한 술 더 뜨는 승무원도 있다. "땅콩을 달라고 하셨죠? 드시는 김에 다른 손님들에게 나눠 주세요. 전 음료를 나를 테니까요." 이거 뭐야, 그래도 재미있다. 지루했던 시간이 웃음으로 확 풀린다. 비행기 안 금연 안내문에는 "흡연은 비행기 날개 위를 이용해 주십시오. 거기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상영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반쯤 장난으로 일하는 것 같다. 미국 저가 항공사의 원조인 이 회사는 그래 봬도 미국 내 4대 항공사 중 하나다. 여객운송 기준으로는 세계 3위. 텍사스에서 보잉 737기 3대로 1971년 운항을 시작했다.



사우스웨스트는 다른 항공사에 비해 30% 정도가 저렴하다.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땅콩·물·소다만 공짜)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하물 수수료를 안 받는다. 여타 항공사가 승객뿐만 아니라 화물 수송(수하물 2개째부터 수수료)으로 돈을 벌 때, 사우스웨스트는 'We Love Your Bags'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수하물 무료를 고수하고 있다.

좌석번호도 없다. 먼저 오는 사람이 먼저 앉는다. 선착순으로 앉게 함으로써 승객들은 일찌감치 게이트에 도착해 줄을 섰고, 이는 항공기 가동률을 높였다. 다시 말해 비행기가 착륙해서 다시 이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확 준 것이다. 또 보잉 737 한 기종만을 운영하며 유지보수 비용을 낮췄다. 싼 가격에 독특한 경영효율, 무엇보다 재미있고 친절한 승무원으로 인해 이 회사는 1973년부터 46년 연속 흑자(2017년 기준 매출 212억 달러, 영업이익 35억 달러)다.

그 바탕에는 지난 3일 87세로 타계한 창업자이자 전 회장인 허브 켈러허가 있다. 그는 '만만한' 회장이었다. 직원들의 채용시 첫 번째 기준은 '유머감각'. 회장 자신도 직원 결혼주례 때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을 하고, 새벽 노동자에게 도넛을 돌리고, 신입사원에게 랩을 부르는 등 직원들과 격의없이 지냈다. 그의 경영철학은 '일은 즐거워야 한다'. 구인광고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일하며, 약간의 반항도 허용되고, 바지는 입어도 벗어도 되는 회사'. 1992년 댈러스의 한 레슬링 경기장에선 영화 록키의 주제음악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등장했다. 팔씨름 대결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상대는 광고 문구를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타 항공사 회장. 켈러허는 이 문제를 법정에서 다투지 말고 회장끼리 팔씨름을 해서 이기는 쪽이 사용하자고 했다. 결과는 패배. 켈러허는 "이번 주에 감기에 걸렸는데 손목을 다쳤다"라며 웃기는 소리를 했다. 항공사 회장 간의 팔씨름 승부는 두 회사 모두에 엄청난 광고 효과를 낳았다.

창사 이래 한 번도 정리해고를 하지 않은 켈러허는 대놓고 "직원이 첫 번째이고, 고객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항상 옳다는 말은 틀렸다. 터무니없이 직원을 괴롭히는 승객은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라"고 했다. 1994년 10월 USA투데이 신문에는 전면 광고가 실렸다. "감사합니다 허브! 직원들 이름을 모두 기억한 데 대해, 추수감사절 수하물 적재를 직접 도와준 데 대해, 우리의 말을 들어준 데 대해, 회장이 아닌 친구가 돼 준 것에 대해." 6만 달러 광고비는 전액 직원들이 냈다.

'만 가지' 도전과 시련으로 또 '만 가지' 사랑과 속썩음으로, 깎고 깎이면서 '만만한' 사장이 된 허브 켈러허는 말했다.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결속된 회사가 더 튼튼한 회사입니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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