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 “왕관의 보석같은 성과” 호평 받은 10개 개도국 개발 프로젝트

정근모, 과학기술이 밥이다 - 제131화(7599)
<51> 과학기술 통한 격차해소 시동
참여 10개국 구체적 전략 마련해도
결국 한국·인도·브라질만 발전 이뤄
나머지는 정책 있어도 실천 못해
경제개발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쉬움
정책만큼

10개 개발도상국 연구팀이 과학기술로 산업·경제를 발전시킬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게 했던 ‘과학기술 정책수단(STPI)’ 연구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연구비를 제공한 캐나다 국제개발연구센터(IDRC)는 ‘왕관의 보석과도 같은 성과’라며 이를 대표적인 국제협력 업적으로 여긴다.

과학기술 정책수단(STPI) 국제공동 연구 40주년을 기념해 2013년 8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제프리 올드햄 교수. [사가스티 박사 홈페이지]

이 연구의 국제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주도한 제프리 올드햄 교수는 과학기술 정책연구의 개척자이자 열정적인 후원자였다. 동료인 찰스 프리먼 교수와 함께 1966년 영국 서식스대 과학기술정책센터(SPRU)를 창설하고 82년까지 부소장, 82~92년 소장을 각각 지냈으며 개도국에 관심을 갖고 지원했다. 90~92년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COSOC) 산하 ‘개발을 위한 과학기술위원회(CSTD)’ 위원장을 맡아 과학기술을 통한 글로벌 사회의 발전과 격차 해소에 힘썼다.

과학기술 정책수단(STPI) 국제공동 연구 40주년을 기념해 2013년 8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정근모 박사. 이 자리에서 "당시 브라질과 인도의 과학기술 정책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가스티 박사 홈페이지]
미주 대륙 연대협력 조직인 미주기구(OAS)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OAS의 과학기술 정책국장인 마히오 알티 박사나 아르헨티나의 알베르토 아라오스 박사 등이 주축이 된 라틴 아메리카 과학기술 정책 관련자들은 IDRC의 국제 네트워크조직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영국과 관련이 있던 인도·이집트·마케도니아(당시 유고슬라비아의 한 공화국으로 91년 독립)와도 연합해 STPI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여기에 한국과학원에서 STS 연구실을 발족했다고 하니 반갑게 참여를 환영했던 것이다.
과학기술 정책수단 국제공동연구 조종회의가 열렸던 서울 수유리의 아카데미하우스. 1970년대 초 서울에서 국제회의를 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였다. [중앙포토]

SPTI 국제 네트워크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이론가들이었다. 국제 코디네이터를 맡았던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박사는 체계공학을 전공한 공학자로 유엔과 연계해 많은 활동을 한 전문가다. SPTI 연구 네트워크는 참가국을 돌아가며 연구 조정회의를 열었다. 한국에선 서울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서 회의를 열었는데 참가자들이 한국 ‘과학기술 입국’의 정책 기조를 조사해갔다. 연구 책임자였던 나를 포함해 한국팀은 SPTI 연구를 통해 학문적 지식뿐 아니라 현장을 살필 기회도 얻었다.

정책 연구에는 이론 연구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개발한 아이디어의 실천이다. STPI팀의 막내라고 할 수 있는 한국팀은 연구 결과를 실제로 정책에 적용하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공헌할 수 있었다. 싱크탱크가 책상에만 머물지 않고 액션(행동) 주동자로 뛰면서 연구결과를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한 결과라고 자부한다.

참가국 중 한국은 그 뒤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브라질과 인도는 러시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과 더불어 5대 신흥경제국을 일컫는 브릭스(BRICs)에 포함됐다. 다른 참여국은 정책 아이디어를 실천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브라질과 인도 팀은 STPI 연구 당시 창의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했다. 2013년 8월 페루 리마에서 STPI 국제 공동 연구 40주년을 기념해 열린 회의에 참석했을 때 “연구 당시 접한 브라질과 인도의 과학기술 정책 아이디어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황수연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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