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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변함없이 좋은 친구

'좋은 친구와 같이 늙어간다는 건 행복의 조건'이라고 한다. 나도 좋은 친구가 있어 자랑스럽다. 친구는 마음씨만 고운 게 아니라 얼굴도 이쁘다. 사실 그녀의 조카가 '김윤진'이라는 유명한 배우다. 어느날 내가 친구에게 "자기가 조카보다 더 예뻐'"했더니, "여보, 나보고 아무개보다 더 예쁘대"하며 순진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우린 처음 만난 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친구다. 어느 때 내가 큰 병이 발병해 커피 한 잔도 들지 못하게 되어 2년간 교회를 출석하지 못했다. 그러다 조금 회복이 되어 교회에 가기는 했는데 친교 시간에 음식을 챙길 수가 없었다. 그때 친구가 내 점심을 챙기고 치우는 것까지 도맡아 했다. 난 미안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했지만 친구는 '신경쓰지 말라' 면서 오래도록 도와줬다. 생각할수록 고마워 잊히지 않는다.

어느날은 휴가를 내서 집에만 있는 나를 위해 짧은 여행을 시도해 보자고 했다. 미안해하는 나에게 친구는 "괜찮아, 내가 업고 가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해 보는거야,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고, 안되면 되돌아 오지 뭐!" 하면서 변변치 못한 나를 데리고 여행길에 올랐다. 1박2일을 다녀와 몸져 눕기는 했지만 여행 중엔 즐거워서 그랬는지 괜찮았다. 세상에 가족도 그러긴 어려울 텐데 정말 무어라 표현할 수없이 고마운 일이다.

우리가 이달에 또 시애틀에 가니 친구 부부는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막내아들 집으로 찾아왔다. 친구는 시애틀 남쪽에 위치한 '스워드 팍'은 처음 와 본다며 시애틀에서 최고의 아름다운 공원이라고 좋아한다. 아들은 고맙게도 새로 이사 간 그 집에서 같이 살자고 해서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그날 친구 덕에 드라이브를 하며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만끽했다. 그 오랜 세월 시애틀에 살았으면서도 외곽을 한 번에 다 돌아본 적은 없었는데, 하루 종일 점심을 나누고 또 구경하다가 저녁을 나누고, 결국엔 북쪽에 있는 친구 집에 가서 티타임을 가지고 집에서 딴 맛난 배까지 한 봉지 챙겨 아들집에 데려다 줬다.

언젠가 라디오 토크쇼에서 진행자가 내게 '작가님은 친구를 어떻게 정의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친구란 이해타산이 없고,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함이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친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나는 그런 친구 몇이 있어 마음에 큰 재산이 된다.

말이 적은 우린 성격상 전화를 잘 안하며 남편들을 통해 간간이 소식을 듣는 형편이다. 너무한 이야기지만 우린 서로 개인 전화번호도 모른다. 어쩌다 이번에도 못 챙겼다. 우리가 집으로 오던 날 친구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으니 돌아오면 소식이 오겠지. 내년에는 유럽 크루즈를 같이 타기로 했으니 그때 또 즐겁게 만나자, 친구야.


박유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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