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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마마시따 쮸쮸쮸쮸

간이침대 위에 누어있는 예니의 표정이 천진하다. 다운 신드롬을 앓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겠다. 52세인 그녀는 담낭제거수술을 하기 위해 외래환자 병동에 입원했다.

침대 옆에 키 작은 여인이 서있다. 마음이 절로 쏠리게 하는 참한 여인. 환자의 언니란다. 두 손이 잠시도 쉬지 않고 동생의 얼굴이랑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다. 맑고 선한 그녀의 눈과 마주친 순간 등불을 켠 듯 내 마음이 환해진다. 수술방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 언니가 손을 떼자 예니는 두 손을 허공에 마구 휘저으며 울부짖었다. 아무리 안타까워도 언니는 따라 들어갈 수 없다. 죽음도 그렇다.

회복실에 실려 들어온 그녀는 마취에서 깨자마자 두려움으로 바들바들 떨었다. 언니가 달려오더니 동생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수없이 키스를 퍼부었다. 괜찮아 아가야. 무서워하지 마. 내가 여기 있잖아. 너를 떠나지 않을게. 이 언니가 언제까지나 너를 지켜줄게. 마마시따 쮸쮸쮸쮸. 후렴처럼 반복되는 마마시따 쮸쮸쮸쮸. 언니의 목을 결사적으로 껴안고 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예니의 표정이 아늑하다.

나는 간이침대의 사이드레일을 내려주었다. 언니는 동생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맞댄 채 가만가만 노래를 불렀다. 난 잎 위를 구르는 이슬 같은 음률. 벙그는 장미 향 같은 음성. 간호일지를 쓰다말고 나는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간절함이 내 마음을 떨리게 했다. 언니가 조근조근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콜롬비아에서 왔어요. 나는 20년 전에, 동생은 3년 전에. 동생을 돌보아주던 92세 엄마가 돌아가셨거든요. 이제 동생은 제 아기입니다. 나는 결혼한 지 25년이 되었고 성년이 된 아들이 둘 있어요. 동생은 다섯 살 때 심장수술을 했고 그 뒤로도 고비가 많았어요. 16세를 넘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살아줘서 고마워요. 동생이 온 뒤에 남편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는데 얼마 전에 돌아왔어요. 두 아들이 아버지를 용서하고 받아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나는 울먹, 그녀는 담담. 짧은 몇 문장 속에 한 집안의 역사가 담겨있었다. 언니는 왜 동생을 사랑할까? 핏줄이어서가 아니다. 노모의 유언 때문이 아니다. 병약한 사람에 대한 동정이나 인간애도 아니다. 그녀의 행동과 말씨는 이 모든 것을 다 합쳐도 부족할 만큼 아름다운 그 무엇이다.

부드러운 터치와 키스. 사람의 영혼을 가지고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계속 만져주지 않으면 죽어버리는 식물, 우츄프라 카치아가 생각났다. 식물뿐일까. 예니뿐일까. 우리 인간 모두는 영육 간에 다른 사람의 따뜻한 터치가 필요하다.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다.

외래 병동으로 동생을 옮겼다. 언니의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순한 눈매를 보자마자 미움이 봄눈 녹듯 사라졌다. 언니와 동생이 오래오래 자매애를 나눌 수 있기를, 언니의 가정이 속히 회복되어 내내 행복하기를 빌었다.병동에서 멀어질수록 내 마음속에서 별이 된 노래가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두려워하지 마 내 아가. 내가 네 곁에 항상 함께 있어줄게. 마마시타 쮸쮸쮸쮸.


하정아 / 간호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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