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英시험에 구하라 등장 논란…"교사가 2차 가해"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겸 배우 구하라. 오른쪽 사진은 ‘구하라 사건’을 소재로 다룬 한 고교 영어시험 지문. [뉴스1ㆍ독자제보]

인천 중구의 한 여고에서 가수 구하라와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씨를 소재로 영어 시험 문제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사건이 아직 수사 중인 상황에 대해 교사가 시험 문제를 낸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논란이 된 중간고사 영어시험은 11일 실시됐다. 3학년 ‘영어독해와 작문’ 마지막 문제 지문에 구하라와 전 남자친구 최씨, 구하라와 같은 그룹에서 활동한 강지영이 등장했다. 구씨와 강씨는 실명으로, 최씨는 헤어디자이너로 표기됐다. 이름 옆에는 실제 인물의 사진까지 첨부됐다.

인천 중구의 한 여고에서 출제된 영어문제. [독자제보]


이 지문에서 강지영은 “영화처럼 재밌는 일이나 상황을 뜻하는 ‘팝콘각’이라는 말 알아? 걸그룹 멤버가 남자친구랑 크게 싸우고 폭행하기까지 해서 뉴스가 계속 나와. 완전 팝콘각이야”라고 말한다. 교사가 지어낸 가상의 발언이다.

이어 최종범은 “내 여자친구는 나를 사랑해. 하하하. 나는 그 남자가 왜 여자친구한테 폭행을 당했는지 모르겠어. 남자가 참 불쌍해”라며 남성을 두둔한다. 현재는 최씨와 구씨 사이의 성관계 동영상 존재가 공개되며 협박을 위한 ‘리벤지 포르노’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험 문제지 사진이 11일 오후부터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지면서 일부 네티즌은 "2차 가해가 발생했다"며 "교육청에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학교의 재학생이라며 “선생님들이 사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인천시 교육청은 12일 오전 문제를 인식하고 학교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시험 출제 권한은 학교가 가지고 있다"며 "학교 측에서 시험 문제를 쪽지로 보내왔고 추가 보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할 수 없다”며 “담당 교사를 대상으로 영어시험 문제 출제 경위 등을 조사해 교육청에 보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스쿨 미투' 조사 중인 학교…더더욱 조심했어야"
해당 여고는 교사가 학생을 상대로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스쿨 미투’ 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다. 인천시 교육청은 최근 장학사와 상담사 1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이 학교를 상대로 활동을 시작했다. 조사단은 지난 2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 관련 전수조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학교가 이런 문제를 내는 건 부적절하다”며 “출제 의도와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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