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비판 언론인 실종, 트럼프에 불똥

터키 "사우디 왕실 암살 지시"
요원 15명이 총영사관서 살해
WP "트럼프 믿고 권력 남용"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실세 왕세자를 비판한 미국 거주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사진)가 터키에 있는 자국 총영사관에서 실종된 사건의 파문이 국제사회에 확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사건을 조사한 터키 보안당국 고위급의 말을 인용, 카슈끄지가 지난 2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지 2시간도 안 돼 사우디에서 온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고 시신도 그들에 의해 분리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는 카슈끄지가 실종된 당일 암살 임무를 띤 15명의 사우디 요원들이 2대의 전세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왔고, 이 가운데 1명은 시신 해부 전문가로서 시신을 분리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터키의 대표적인 친정부 일간지 사바흐도 10일(현지시간) 15명 요원들의 이름, 얼굴, 출생연도를 공개하면서 이들의 동선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사바흐에 따르면 지난 2일 사우디 왕실이 자주 이용하는 걸프스트림 IV 전세기 2대가 15명의 요원을 태우고 리야드 공항을 떠났다. 1대는 같은 날 오전 3시13분 터키 아타튀르크공항에 9명을 태우고 도착, 총영사관 근처 2개의 호텔에 체크인하면서 3박을 예약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예약을 돌연 취소하고 밤 10시46분 공항을 이륙, 두바이를 경유해 리야드로 돌아갔다.

두 번째 전세기는 그날 오후 6명을 태우고 오후 5시15분에 이스탄불에 내렸다. 이들은 총영사관으로 갔다가 공항으로 곧바로 돌아왔다. 착륙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오후 6시20분 카이로를 경유해 리야드로 돌아갔다.

터키 경찰이 경비초소에 달린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이날 오후 1시14분 카슈끄지가 들어가는 장면은 찍혔으나 나가는 장면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 들어간 지 2시간30분 뒤 외교 번호판을 단 6대의 차량이 이들 15명의 사우디 요원들을 태우고 총영사관을 떠났다.

창문이 짙게 선팅이 된 검은색 밴 차량과 함께 2대의 차량이 총영사관에서 출발해 180 떨어진 영사의 관사로 들어갔는데, 터키 경찰은 이 검은색 밴 안에 카슈끄지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정황과 동선을 종합할 때 총영사관과 영사 관저 사이를 움직이는 과정에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터키의 한 고위 관리는 카슈끄지의 법적 거주국이 미국이고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인 점을 감안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응을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9일 사설을 통해 자국의 언론인을 살해한 의혹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방종한 권력 남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뒤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신문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가 워싱턴에 체류하면서 WP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해온 자국 출신 저명한 언론인을 나토 회원국인 터키에서 납치, 살해하는 것은 상상 불가였다면서 이는 야심 많고 무모하기 그지없는 33세의 왕세자를 무분별하게 후원해온 트럼프 대통령 탓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사우디 측의 충성서약과 대규모 미국 무기 구입 약속을 받고 예멘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습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던 사우디와 적극적인 관계개선에 나섰다. 2017년 빈살만 왕세자가 다수의 기업인과 왕족들을 호텔에 연금해 막대한 재산을 강제 양도받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살만 국왕과 왕세자를 크게 신뢰한다. 그들은 그들이 뭘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두둔했고 지난해 3월 빈살만 왕세자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는 인권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사우디의 무기 대량 구매를 자신의 업적으로 자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묻지마식 지지가 빈살만 왕세자로 하여금 미국과의 관계 손상 가능성을 의식하지 않고 반대자들에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게 만들었을 수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카슈끄지가 실종된 지 6일이 지나서야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언급을 했을 뿐이라며 사우디 논란에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부 신복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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