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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이민자들의 애국

미국 사는 한인들, 대부분은 한인끼리 어울려 산다. 그래도 외국인 만날 기회는 늘 있다. 그럴 때 '코리아'라는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다. '애국심' 발휘할 기회이기도 하다. 그들은 한국의 어떤 것을 궁금해 할까. 우리는 어떤 것으로 대화를 풀어가야 할까.

한식, 한복, 한류 같은 우리 문화 이야기라면 무난하겠다. 다저스 류현진 선수 같은 스타도 좋고, BTS(방탄소년단) 같은 K팝 이야기도 괜찮을 것 같다.

그게 다일까. 정말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해서 그런 '말랑말랑한' 것들만 좋아 할까?

미네소타주의 명문 리버럴아츠 대학인 칼튼칼리지 윤성주 교수(역사학)가 전하는 경험담은 그렇지가 않다. "학교나 동네 이웃, 혹은 교회에서 만나는 미국인들, 생각보다 진지한 질문을 더 많이 합니다. 뉴스에서 보고 들었던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촛불혁명이나 문재인 정부 등에 대해 종종 물어오거든요." 얼마 전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폭스TV 앵커가 했던 질문을 보통 미국인들도 똑같이 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그럴 때 어떻게 대답할까. 현 정부가 잘하느니 못하느니,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것이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은 우리 얼굴에 침 뱉기다. 그런 시시콜콜한 것보다는 좀 더 큰 차원에서 한국을 진단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애국적'일 수 있다는 것이 윤 교수의 조언이다. 공감했다.

그렇다면 먼저 변화된 한국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요즘 한국은 어지러울 정도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속도는 빠르고 방향은 전방위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개인의 행복 우선이다. 한국인들은 예전처럼 죽자고 일만 하려 하지 않는다. OECD 국가중 노동시간 많기로는 1~2위를 다툰다. 행복지수, 삶의 질은 꼴찌에서 1~2등이다. 이젠 이런 소리가 지겹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며 사람답게 살고 싶다.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같은 정책들은 그런 요구의 반영일 것이다.

남북관계도 차원이 달라졌다. 냉전의 마지막 상징인 한반도가 적대 관계에서 벗어나 평화공존으로 가는 것은 세계가 주목하는 시대적 화두가 됐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대립 대신 화해, 전쟁 대신 평화를 말한다. 이미 남북 정상이 직접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안보 틀의 전환은 시동이 걸렸다.

북미관계 개선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비핵화, 종전선언 등의 과정은 남았지만 한반도의 냉전 구도 해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미국 일본 중국과의 외교 정책 변화는 그 연장선에 있다. 2차 대전 이후 동북아 질서는 미국이 짰다. 패망한 일본을 되살려 들러리로 세웠다. 한국도 미국의 도움에 힘입어 일어섰다. 대신 미국의 훈수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그 질서가 이젠 흔들리고 있다. 중국이 컸고 한국도 컸다. 70년 넘게 지속돼 북방 삼각체계(북-중-러)와 남방 삼각체계(한-미-일)에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구다. 이는 미국이 먼저 안다. 한국에 대한 집요한 FTA 재협상 요구,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당연히 한국도 비용과 실익을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변화를 두고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며 개탄하는 사람도 있다. 북한은 '적화통일'에 여전히 혈안인데 온 천지에 '빨갱이' 투성이라며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북한은 달라졌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생존 자체가 걸렸기 때문이다. 한국도 가난하고 힘 없던 시절의 한국이 아니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세계 최강 IT 강국, 우리가 늘 자랑스럽게 되뇌는 강소국이다. 정치가, 정부가, 그렇게 욕먹고도 여기까지 왔다. 무엇이 불안하다는 말인가.

외국 나와 살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믿을 수 없다. 한국을 모르는데 어떻게 '애국'을 한단 말인가. 이민자는 20년 전, 30년 전 한국 떠나올 때 생각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말에 아프게 반응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변하는 한국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미국인 앞에서 '태극기' 흔든다고 모두 애국은 아니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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