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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할리 데이비슨과 트럼프의 전쟁

거친 사운드의 록음악이 퍼진다. 'Born to be Wild'. 성조기로 치장한 모터사이클을 타고 두 명의 젊은이가 미국을 가로지른다. 히피풍의 그들은 '자유'를 달리던 중, 행색을 못마땅하게 여긴 트럭 운전사에게 총을 맞고 목숨을 잃는다. 영화 '이지 라이더(Easy Rider)'의 줄거리다.

별 시답지 않은 영화 같지만, 이지 라이더는 아메리칸 뉴시네마를 촉발시킨 기념비적 작품이다.

빌리: "다들 겁먹어서 2류 호텔도 못 들어가잖아."

조지: "네가 아니라, 네 겉모습에 겁을 먹은 거야."



빌리: "머리 좀 기른 것뿐인데…."

조지: "너한테서 자유를 본 거지."

빌리: "자유가 어때서?"

조지: "그들은 자유를 겁내거든."

주인공의 대사는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다. 겉으로는 자유를 찬양하지만, 실제로는 자유를 추구하는 자들에 대해 알레르기 적인 반응을 보이는 미국. 진정한 자유를 두려워하는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타고 있던 모터사이클이 '할리 데이비슨'이다. 팔을 쭉 뻗어 타는 '초퍼(chopper·사진).

1903년 윌리엄 할리와 아서 데이비슨 두 사람이 모터사이클 이름을 회사명으로 내걸었다. 이렇게 시작한 할리 데이비슨은 '모터사이클의 황제'로 불리며 미국의 상징이 됐다. '따따따 딱' 우렁찬 엔진 소리, 강철로 만든 육중한 덩치, 떼를 지어 몰고 다니는 '자유 냄새'.

성능으로 할리 데이비슨을 능가하는 브랜드가 많지만 할리의 독보적인 위상은 굳건하다. 하나의 모터사이클 장르(크루저:장거리 여행)를 단독 브랜드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사례는 할리 데이비슨이 유일하다. 자동차로 치면 전세계 세단 시장을 단 하나의 브랜드가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잘나가던 할리 데이비슨이 '총격'을 받았다. 지난 6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EU(유럽연합)가 미국산 모터사이클, 버번 위스키, 청바지 등 가장 '미국적인'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25%를 부과한다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맞서, EU는 기존 6%에서 6월 이후 31%의 관세를 매겼다. 파장은 할리 데이비드슨을 덮쳤다. 할리 데이비슨은 한 대당 평균 2200달러의 가격이 폭등했다. 회사 측은 2019년에는 1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의 16%를 유럽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할리 데이비슨은 결국 일부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결정했다.

트럼프로서는 '돌아버릴 일'이었다. 트럼프는 "할리 데이비슨이 가장 먼저 백기 투항했다는데 놀랐다. 공장 이전은 (미국의) 항복을 의미하며 종말의 시작이다. 나는 당신들을 위해 정말 많은 걸(아메리칸 퍼스트 정책) 해줬다. 그런데 결과는 결국 이것"이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1946년 생인 트럼프는 젊은 날, 이지 라이더(1969년 작)를 보고 감명받았을 세대다. 그래서 트럼프는 대선 전후, 대놓고 할리 데이비슨을 보호했고, 자랑했고, 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지 라이더 성향(Make America Great)의 유권자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선거 전략의 0순위였다.

'사랑이 끝나면 복수'라고 누가 말했던가. 이제 '배신자'로 낙인찍힌 할리 데이비슨에게 EU의 총격에 못지 않은 '트럼프 총질'이 시작되고 있다. 세금 폭탄 위협을 하고, 불매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할리: "좀 살자고 한 것뿐인데, 공장 이전은 자유 아니야?"

트럼프: "시건방진 놈들, 자유의 뜨거운 대가를 보여주마!"

자유를 추구하지만, 자유를 두려워하는 미국에서 'American Symbol' 할리 데이비슨과 'America First' 트럼프간의 묘한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과연 할리 데이비슨은 계속 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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