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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LA총영사관 민원실 유감

문재인 정부는 관료주의와 권위주의를 지양하는 듯하다. 대통령이 비서관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신다. 직원식당을 찾아 직접 식판을 든다.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하고 의전 담당관이 당황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사실 '왕이 친히 이런 일까지 하셨다'는 식의 청와대발 오버액션이란 느낌이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보여주기에 급급하다. 즉흥적이다. 정부 관료들의 이러한 행태는 그만큼 기관·조직 수장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민에게 다가가는 재외공관 서비스를 강조했다. 이들은 공석에서 재외공관이 특정인(해외출장 정치인 및 고위관료)을 위한 의전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재외국민과 재외동포를 위한 영사민원서비스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공관장이 미주 재외공관을 채웠다. 기대가 큰 만큼 그들은 주요 도시에서 영사·민원서비스 개선을 홍보하고 있다. 임명권자를 향한 해바라기 마음이든, 국민을 향한 소명의식이든 변화는 보기 좋은 일이다.



그런데 LA총영사관의 거꾸로 가는 서비스 개선본지 11일자 A-3면>은 이상과 현실을 보여준다. 김완중 총영사가 부임한 초기, 민원실 서비스 지향점과 제도가 달라졌다. 김 총영사는 민원실 '직원의 힘겨움'을 덜어주면 서비스도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전산시스템 개선으로 가족관계등록서류는 당일발급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사람이다. 당시 민원실 직원은 '애들 픽업하러 가야 한다'며 4시 퇴근을 강조했다. 일반 직장에서는 꿈꾸기 힘든 발상이지만 받아들여졌다. 영사민원 서비스 개선을 위한 '대가'로 생각할 수 있다. 민원실 현장은 더 좋게 달라졌을까?

LA총영사관 민원실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한다. 그만큼 직원의 설명 한마디, 말 한마디, 눈빛과 태도까지 중요하다. 일처리와 봉사정신이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인과관계가 상당이 높다.

LA총영사관이 2015년 2월 민원서비스 향상 책임제를 홍보하며 담당직원 명패를 설치한 이유다. 총영사관은 "접수창구 유리벽에 직원 명패를 비치해 업무 책임성을 높이고, 더욱 친절한 서비스 제공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5월부터는 민원창구 녹음·녹화 시스템 구축, 민원실 설문함 설치가 추가됐다. 그러나 김완중 총영사 부임 이후 이런 변화는 흐지부지된 모습이다. 담당 영사도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니 더 질문할 수도 없다.

접수창구 왼쪽 아래 명패가 지닌 의미와 효과는 총영사관이 충분히 설명했다. 민원실 직원은 '공무'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공익'을 담당한다. 그럼에도 조직의 지침을 거부하고 익명으로 근무하려고 한다. 최소한의 소명의식도 없는 걸까. 민원인은 익명을 고집하는 직원 때문에 불친절과 불쾌함을 호소한다. 결국 김완중 총영사의 역할로 귀결된다. "총영사님이 바쁘셔서 민원실 둘러보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해명은 고리타분하다. 5층 건물 올라갈 때 1층 민원실 한 번 둘러보며 민원인과 직접 인사도 나눌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모습이다.


김형재 /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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