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가보까'…서민들 애환 서린 '이바구길'

부산시 '산복도로'
옛 골목길서 관광명소로
부산 도심의 전망 한눈에

부산시의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로 새롭게 탄생한 이바구길 초입에서 젊은 여행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골목길의 매력 뿐만 아니라 역사와 삶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모노레일 너머로 부산항의 전경이 시원스럽다.

폭염에 아스팔트마저 끓어오르던 지난달, 초량은 여름의 마지막 맹위를 맞이하고 있었다. 산복도로를 따라 늘어선 가로수에서 울리는 매미소리는 무더위를 더욱 달구고 있었다.

하지만 무더위는 금세 달아난다. 시선을 따라 펼쳐진 부산의 파노라마는 초량의 뒷골목을 헤맨 데 대한 최고의 보상이다. 부산역을 중심으로 이곳 구덕산과 구봉산의 중턱, 사람으로 치면 배(腹·복)에 해당하는 산복도로에 이르는 초량동 일대와 2014년 준공된 부산항대교(북항대교)의 전망이 시원하다.

지난 2011년 부산시가 산복도로 일대 주거지 정비사업으로 명명한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로 탄생한 '초량 이바구길'을 걷고자 산복도로에 올랐다. 이바구는 '이야기'의 경상도 사투리다.

피란수도 부산을 상징하는 산복도로는 산허리를 따라서 구불구불 이어진 좁은 도로로, 피란민들이 피를 흘리며 손수 닦은 길이다. 일제강점기 부두 노동자들의 고달픈 삶, 해방 이후 귀국 동포들과 한국전 당시 피란민들의 켜켜이 쌓인 애환들이 들리는 듯하다. 그 길을 따라 산비탈에 판자촌이 들어섰다. 물동이를 이거나 고등어 한 마리, 연탄 한 장을 들고 고단한 걸음을 옮겼을 그 길을 이제는 관광객들이 걷는다. 산복도로를 따라, 다닥다닥 붙은 집을 따라 굽이진 골목길을 걸으며 풍경뿐 아니라 역사와 삶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신산스러웠을 피란민들의 애환서린 168계단.

학교앞 문방구엔 장난감과 군것질거리를 사러 온 아이들이 여전하다.
초량이바구길은 부산역 광장을 출발해 담장갤러리~초량초교·초량교회~동구 인물사 담장~이바구충전소~168계단~김민부전망대~이바구공작소~장기려 더나눔센터~유치환의 우체통~까꼬막 등을 둘러보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코스다. 1.5㎞로 구석구석 테마가 있는 주요 거점이 17곳이나 되는 등 구경거리가 많아 한나절 나들이 코스로 좋다.

필자는 부산항의 전경을 쫓느라 산복도로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여정을 택했다. 초량 이바구길을 찾는 이들의 쉼터이자 숙소 역할을 하는 이바구 충전소 앞을 지난다. 관광 안내를 받을 수도 있는 충전소의 도미토리형 숙소에서는 방 안에서 북항대교의 야경이 압권이다.

이바구 충전소를 지나 이바구길을 관통하는 '168계단'의 꼭대기 전망대에 이르렀다.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쓰였던 곳으로 등신대 크기의 주인공 사진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전망대의 오른쪽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좁고 가파른 계단이 바로 악명높았던 168계단이다. 초량동의 산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연결하는 유일한 길이었던 이 계단은 경사 45도에 길이만 해도 40미터에 이른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계단을 따라 모노레일이 오르내리니 걱정할 일이 없다. 2016년 6월, 무료로 정식 운행을 시작한 모노레일은 동네 주민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마침 도착한 모노레일에 오르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등줄기를 훑는다. 잠시 후 정차한 김민부 전망대겸 카페에선 일단의 젊은 연인들이 부산을 즐기고 있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으로 시작하는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작사자 고 김민부 시인의 이름을 딴 전망대로 해질녘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5분여 만에 모노레일은 168계단의 맨 아랫계단 승강장에 이르렀다. 승강장을 나오니, 계단 옆 왼쪽에 초량우물이 복원돼 있다. 계단에서 아래로 내려오니 오른쪽 모퉁이에 시락국과 도시락, 팥빙수 등을 파는 '168 도시락국'이란 식당이 향수를 자극한다.

다시 골목 계단을 내려오니, 이바구길의 초입에서 젊은 여행자들이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동구인물사담장이 길게 늘어서 있다. 시인 김민부를 비롯해서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고 장기려 박사, 시인 청마 유치환, 그리고 초량초등학교 출신인 가수 나훈아, 개그맨 이경규, 음악감독 박칼린 등의 패널이 전시돼 있다.

다시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와 초량 돼지갈비 골목에 다다랐다. 1960년대 부산항을 오가던 부두 노동자들이 들락거렸을 이 식당들엔 요즘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이웃한 골목으로는 차이나타운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골목을 빠져 나오니, 현대식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역의 분수대가 시원하다.

이바구길은 이외에도 1년 뒤에 배달되는 청마 '유치환의 우체통',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겸 게스트하우스인 '까꼬막', '장기려 기념 더 나눔센터',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은 일종의 이바구길 관광센터인 '이바구 공작소'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이바구길의 명소다.

백종춘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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