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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의 실체

#. 한국에게 중국은 어떤 나라일까. 당장 '대국(大國)'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크다. 전통적으로 흠모하는 분위기도 남아있다. 역사가 원인이다. 공자 맹자 문화적 영향이 컸다. 수나라, 당나라, 요나라, 원나라, 청나라. 침략도 받고 간섭도 받았다. 사실상 속국 신세가 되기도 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 10년 반짝 중국 깔보는 분위기가 있긴 했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지금처럼 커지기 전이었다. 하지만 다시 눈치보기로 돌아섰다. 중국 관광객이 몰려오고, 한국 기업이 몰려가면서다. 외교적으로도 중국은 미국 이상의 관심국이 되었다. 한국 정치인들이 툭하면 베이징을 찾아가고 대통령도 자주 방문한다. 한국 언론도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시콜콜 보도한다.

정말 중국이 그렇게나 대단한 나라일까. 냉전 이후 오랫동안 미국의 맞상대는 구소련이었다. 지금은 형식적이나마 G2라 해서 중국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실제로 중국의 경제력, 군사력은 일취월장이다. 외교 무대에서의 공세나 영향력도 대단하다. 하지만 미국을 따라가려면 아직은 멀었다는 의견도 많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을 봐도 그렇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추가 관세 부과 조치를 취했다. 사실상 무역 선전포고였다. 시진핑 주석도 동일한 조치로 맞받았다. 미국은 한 발 더 나갔다.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매겼다. 호기롭던 중국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해졌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상하이 증시는 연초 대비 25%나 급락했다. 이대로라면 중국이 조만간 백기를 들고 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 170여 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중국, 청나라도 외형적으로는 세계 최강이었다. 유럽 열강들은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에 기가 눌렸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전쟁으로 중국의 실체가 드러났다.

당시 영국은 중국으로부터 차(茶)를 수입해 갔다. 대금으로 막대한 양의 은(銀)을 지불했다. 영국은 다시 그 은을 회수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인도산 아편을 중국에 공급했다. 중국인들이 병들어 가자 청나라 조정이 강력한 아편 단속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결국 영국이 선전포고를 했다. 1840년 1차 아편전쟁 발발이다.

영국은 무력시위 정도로 넘어가려 했다. 협상에서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실은 거대한 중국을 건드리는 것이 더 두려웠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딴판이었다. 청나라 군대는 무기력했다. 수도 베이징으로 가는 길목인 텐진이 싱겁게 함락됐다. 결국 청나라가 항복했다. 홍콩도 이때부터 1997년 중국에 반환될 때까지 156년간 영국 땅이 됐다.

1856년, 영국은 프랑스와 함께 다시 청나라를 공격했다. 2차 아편전쟁이다. 청나라는 또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고 아편무역도 합법화되었다. 이후 서양 열강은 앞다퉈 중국 각 지역을 조차(租借)했다. 각종 이권과 사업권도 뺏어갔다. 결국 중국은 반식민지, 종이 호랑이 신세로 전락했다.

#. 지금 중국은 그때의 중국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적, 사회적 취약점이 너무 많다. 특유의 허세도 여전하다. 내가 약하면 지레 그 허세에 눌린다. 국토 면적과 인구가 국력인 시대는 지났다. 5000만 명 넘는 인구를 가진 나라 중 3만 달러 이상 소득을 이룬 나라는 미-일-독-영에 프랑스, 이탈리아 6개국 밖에 없다. 한국이 올해 7번째로 그 그룹에 들어갈 것이라 한다.

이제 한국도 강국이다. 중국을 '대국'이라며 너무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외교든 무역이든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으면 된다. 옛 고구려는 당당했다. 수나라, 당나라 100만 대군도 물리쳤다. 실리와 자존심의 적절한 균형, 그것이 대한민국 대중국 외교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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