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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겐 아직 전사 23명과 180분이 남아 있습니다

1패 한국, 목표인 16강 가려면
독일과 독일 꺾은 멕시코 깨야
무더위·상대 열광 팬 큰 부담
"전원 사형" 악플에 힘든 선수들
지금은 질책보다 격려 필요

LA시간으로 23일 오전 8시에 러시아 남부 아조프해 연안의 항구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축구대표팀이 멕시코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F조 2차전을 치른다.

안타깝지만 첫 경기 이후 대표팀이 축구팬들의 거센 비판에 시달린 건 사필귀정이다. 못 해도 너무 못 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 편성 결과를 받아든 축구대표팀이 '한 놈만 팬다'는 각오로 스웨덴을 물고 늘어진 지 반 년이 흘렀다. 유럽 출신 전력 분석 전문가를 고용해 상대 전력을 샅샅이 훑었고, 코칭스태프가 수시로 유럽에 건너가 그들의 A매치 평가전을 직접 관전했다.

우리 것은 철저히 감췄다. 평가전을 치를 때마다 선수 구성과 등번호를 바꿨다. 대표팀은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확정한 이후 국내 취재진에게조차 전술 훈련을 단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다. 역대 월드컵을 통틀어 유례가 없는 일이다.

'무조건 승리'를 기대한 스웨덴에게 외려 승점 3점을 헌납하고보니 앞길이 더욱 막막하다. 16강에 오르려면 남은 두 경기에서 어떻게든 1승을 거둬야 하는데, 상대팀들이 무섭다. 조별리그 최종전 상대 독일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지난 대회 우승팀이다. 이번에도 유력한 우승 후보다. 다음 상대 멕시코는 그 독일을 1차전에서 1-0으로 꺾은 나라다. 첫판부터 '대어'를 낚은 멕시코는 경기력과 자신감 모두 최고점에 올라 있다.



어쩌면 선수들 입장에선 진퇴양난일지 모르겠다. 국민들이 '월드컵은 증명하는 자리'라며 자꾸만 등을 떠미는데, 앞에는 무서운 사자와 호랑이가 발톱과 이빨을 드러내고 서 있으니.

멕시코는 모든 면에서 '한국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우리보다 좀 더 빠르고, 더 기술적이고, 더 조직적이고, 더 압박 잘하고, 골도 더 잘 넣는다. 좀처럼 지치지 않고, 전술 적응력도 수준급이다. 스타일이 전혀 다른 스웨덴이나 독일보다 오히려 한층 까다로운 상대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엇비슷한 스타일이면서 좀 더 실력이 나은 상대를 만났을 때 정공법은 금물로 친다. 옵션은 두 가지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새로운 전술로 허를 찌르거나, 또는 철저히 웅크리며 기회를 엿보다 간혹 찾아오는 몇 차례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있다. 전자는 무리다. 후자가 그나마 현실적이다.

멕시코전에서 '버티기'를 넘어 '승리'에 도전해야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의 공격력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손흥민이 발 빠르고 영리한 멕시코 수비수들 틈에서 고립되는 상황을 방지하려면 기술과 스피드를 겸비한 공격수들을 주변에 배치해 상대 수비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스웨덴전에 선발 출장한 황희찬(22·잘츠부르크), 이재성(26·전북) 이외에 이승우(20·헬라스베로나)와 문선민(26·인천)을 멕시코전 '깜짝 카드'로 주목할 만하다.

환경 적응도 중요하다. 2차전 장소인 로스토프나도누는 평균 기온이 섭씨 22.2도로, 러시아 월드컵 개최도시 중 가장 높다. 낮 최고기온은 30도 중반까지 올라가 우리나라의 대구 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멕시코전이 열릴 23일에도 낮 최고 기온은 34~35도로 예보됐다. 체력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일방적인 경기장 분위기도 변수다. 멕시코전이 열릴 로스토프 아레나는 최대 4만5000명을 수용하는데, 경기 당일 3만명 가까운 멕시코 팬들이 관중석을 점령할 전망이다. 한국 관중은 채 1000명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원에 비해 응원이 부실했던 스웨덴 팬들과 달리 멕시코는 조직적이고 소란한 응원으로 유명하다.

대표팀이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일부 국민들의 도를 넘는 비난이다. 스웨덴전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위험지역에서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준 김민우(28·상주)를 스웨덴으로 추방하라'거나 '국격을 떨어뜨린 축구대표팀을 전원 사형에 처하라'는 섬뜩한 글이 올라왔다.

백번 양보해 악의적인 비난까지 우리 선수들이 감당할 몫이라 인정하더라도, 그 시점이 지금이어선 곤란하다. 축구 경기에선 90분 동안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대표팀에겐 아직 180분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질책보다 응원과 격려가 필요할 때다.


송지훈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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