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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달러 잭슨'…영웅인가 인디언 학살자인가

허미티지(The Hermitage)

사우스다코타주 원주민 보호구역에 있는 운디드니를 다녀 오는 길이었다. 수족 원주민들이 사는 곳에는 낮은 구릉과 벌판 사이로 세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인적도 드물어 세상과 동떨어져 버려진 곳 같았다.

조그만 마을 파인리지에는 생활 편의 시설이 있었다. 주유를 하기 위해 동네 유일의 편의점 겸 주유소에 들렸다. 편의점 안에는 간이 식당도 있었다. 원주민 몇몇이 옹기종기 모여 햄버거 등을 먹으며 대화 중이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왔다. 이방인을 보는 눈빛들은 차갑지 않았다.

주유를 하고 계산을 하러 들어가는 입구에는 개가 가게 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가게 안에 있는 주인을 기다리는 듯했다. 가게 안에서 주인인 듯한 중년의 원주민이 아내에게 말을 걸어왔다. 횡설수설 구걸을 하는 건지 질문을 하는 것인지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술 냄새가 안 나는 걸 봐서는 마약에 취한 것 같았다. 주변 원주민들은 피하고 가게 종업원이 말렸다.

이번에는 주유를 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보다 못한 종업원이 신고를 했는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원주민 경찰이 출동했다.



종업원 설명을 듣더니 수갑을 채우고 경찰차에 태우려는 순간 곁에 있던 개가 먼저 경찰차에 올라탔다. 체포된 원주민은 같이 가겠다고 애원했지만 경찰은 개를 순찰차에서 내리게 하고 출발했다. 주인을 잃은 개가 뽀얀 먼지를 일구며 앞서가는 경찰차를 따라 달려가며 시야를 벗어났다.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몇 달러와 차에 싣고 다니는 개밥을 건네주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1890년 운디드니 학살사건과 함께 원주민 토벌이 종료되었다. 그 이후 시간이 멈춰진 버려진 황무지에서 수족 원주민들이 대물림해 가난하게 절망적으로 살아가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약물, 알코올중독자가 많고 폭력 범죄율이 높은 곳이다. 희망이 없기 때문에 자살률도 높다.

보호구역은 원주민을 격리하는 유배지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에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창조주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독립을 주도한 조지 워싱턴도 민병대를 이끌고 원주민을 토벌했다.

이들이 말하는 인류 평등은 영국의 왕과 귀족들을 향한 식민지 소수 백인 지배층을 대변하는 소리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백인들에게 칭송을 받는 앤드루 잭슨은 1814년 호스슈 벤드 전투에서 800여 명의 레드 스틱스 크릭 원주민을 학살했다.

앤드루 잭슨은 여자와 아이를 포함한 약 800명의 크리크 족을 철저하게 몰살하도록 지시했고 죽은 원주민의 코를 베고 살을 벗겨 말고삐로 사용했다. 대통령이 된 잭슨은 1830년 원주민 이주법에 서명하고 미시시피 강 동쪽에 살던 부족들을 오클라호마로 강제 이주시켰다. 이 과정에서 체로키족은 굶주림과 추위로 4000여 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잭슨이 주도한 인종청소에 의해 미시시피강 서쪽에서 대서양에 이르는 넓은 땅에 더 이상 원주민들은 없었다.

원주민들이 사라진 광활한 남부의 땅들은 흑인노예를 부리는 탐욕스러운 백인의 대농장이 들어섰다. 남북전쟁 이후 서부 영토를 확장하면서 군대를 보내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땅을 빼앗았고 랜드런 등으로 새로 유입된 백인에게 땅을 나눠줬다.

잭슨이 1837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노후를 보낸 테네시주 내슈빌 허미티지 대농장을 방문했다. 1000에이커의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며 차로 몇 분을 지나야 입구가 나온다.

20달러 지폐의 주인공답게 입장료를 20달러나 받았다. 입구에 지어진 박물관은 잭슨의 업적을 연대별로 정리해 유품과 함께 정리해 전시하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나오는 그가 살던 집과 무덤에는 엄숙한 표정의 백인 관광객이 득실거렸다.

변방의 서민출신으로 출세한 잭슨은 백인 서민을 평등으로 이끌며 모든 백인 남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잭슨식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그러나 오늘날 국론분열의 원인인 인종 간의 편견과 갈등의 씨앗을 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미국 국익을 우선한 미국인들의 정신적인 지주인 잭슨이지만 인종차별과 인종청소는 반성해야할 미국역사의 오점이다.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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