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 잡고 성장판 자극해 숨은 키 찾아낸다

"복합한약 김씨녹용성장탕
수독 빼고 기 순환 원활히
체력 보강 통해 성장 촉진"

한방에 길이 있다 키 성장

아이의 키가 또래만큼 자라지 않으면 성장호르몬과 성장판의 문제로만 보기 쉽다. 하지만 성장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저신장'은 복합적인 신체 작용의 결과다. 성장호르몬을 보충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성장을 저해하는 다른 부분들을 바로잡지 않으면 소용없다. 한의학에선 이런 성장 저해 요소를 하나하나 바로잡아 잘 자라는 토양을 만든다. 성장 잠재력을 끌어내 숨어 있는 키를 찾아내는 것이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의 철학이다.

"키는 유전이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 의미를 뜯어보면 '운명론'에 가깝다. 하지만 키는 절대로 타고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 성장기에 잘 자란다.

첫째는 수면 습관이다. 성장호르몬은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분비된다. 특히 숙면을 취할 때 나온다. 둘째는 영양 섭취다. 단백질·칼슘·비타민·인 등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해야 먹는 것이 키로 간다. 셋째는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잘 받으면 성장에 방해를 받고 성조숙증이 생기기 쉽다. 그만큼 성장판이 빨리 닫혀 키 클 시기를 놓친다.

비염·입 호흡이 성장에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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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은 '앨러지 비염'에 주목한다. 성장을 방해하는 핵심 질환으로 본다. 김 원장은 "앨러지 비염이 있으면 성장 속도가 느려진다"며 "키가 작아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 10명 중 9명은 이런 앨러지 환자"라고 말했다.

왜일까. 우선 비염이 있으면 코가 막혀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식욕이 떨어져 키 성장에 중요한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게다가 입으로 얕은 숨을 쉬게 돼 숙면하는 데 방해를 받는다. 또 코막힘·콧물 등의 증상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의학에선 비염을 수독(水毒)이 쌓인 상태로 본다. 체내 물(혈액·호르몬 등)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몸이 냉해진 것을 말한다. 수독이 코점막에 쌓이면 재채기·콧물·코막힘이, 기관지에 쌓이면 기침·가래가 나온다. 관절에서는 성장을 방해한다. 성장판 연골이 차가워지면서 혈액순환과 성장 세포 분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김 원장은 "수독이 성장판이 있는 관절이나 척추에 쌓이면 성장 시계가 멈추게 된다"며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비염이 계속 발병하고 결국 성장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원장은 성장을 위해 우선 비염을 잡는다. 앨러지성 비염을 치료하고 자생력을 보강함으로써 성장 저해의 연결 고리를 끊는 접근법이다.

한방에선 수독을 없애는 데 '소청룡탕'을 쓴다. 마황·오미자·대추·감초 등의 약재로 만든 탕약이다. 폐 기능을 돕고 수독을 소변과 땀으로 빼준다. 김 원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입이 짧은 아이에게 소청룡탕에 소건중탕을 함께 처방한 것이다. 소건중탕은 소화를 돕고 기 순환을 원활하게 하면서 체력을 보강해주는 대표적인 보약이다. 이 둘을 처방했을 때 어린이 성장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처방은 어린이 성장 특효약으로 발전했다. '김씨녹용성장탕'이 개발된 배경이다.

녹용은 '동의보감'에 생정보수(生精補髓)·조양익혈(助陽益血)·강근건골(强筋健骨)의 효과가 있다고 돼 있다. '정(精)·수(髓)·혈(血)·근(筋)·골(骨)'은 뇌수·골수·혈액·근육·뼈를 이르는 말이다. 녹용은 조혈 작용, 면역 기능 향상, 항스트레스, 성장 발육 촉진 효과가 우수한 한약재다. 녹용에 함유된 '판토크린' 덕분이다. 러시아의 과학자 파브렌코는 "판토크린이 호르몬에 작용해 신경과 근육의 기능을 개선하고 성장에 필요한 칼슘·인·무기질·아교질을 공급해 골밀도 향상과 성장에 관여한다"고 했다. 즉 '김씨녹용성장탕'은 비염을 다스려 성장 저해 요소는 잡아주면서 성장에 필요한 부분을 보강해 성장 촉진 효과를 극대화하는 처방인 셈이다.

이런 처방을 바탕으로 한 치료는 효과적이다. 김 원장은 앨러지 질환으로 영동한의원을 찾은 224명을 유아기(1~6세), 초등학생(7~12세), 중·고등학생(13~18세) 등 세 그룹으로 나눈 뒤 '김씨녹용성장탕'을 복용토록 했다.

복합한약, 멈춘 성장 촉진

그 결과 모든 그룹에서 효과가 나타났다. 대상자들의 키는 복용 6개월 후 3~4㎝, 1년 후 5~10㎝ 자랐다. 김 원장은 "녹용은 성장판 연골에 공급되는 혈액·산소·영양분을 풍부하게 하면서 성장판을 자극하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도와 골밀도를 높인다"며 "비염 치료와 함께 처방하면 숨은 키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판이 닫혀 있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 원장은 "X선 검사상 성장판이 닫혔더라도 실제로 성장판이 3~5%는 열려 있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지속적으로 치료하면 남학생은 20세, 여학생은 17세까지 3~5㎝는 더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류장훈 jh@joongang.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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