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신태용의 '트릭'은 통할까

러시아 월드컵 내일 밤 개막
우리는 F조 최약체 인정해야
평가전선 전력 노출 막기 위해 트릭
남은 기간 전력 20% 끌어올릴 것
국내에서도 축구 열기 살아났으면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세네갈과의 마지막 평가전을 마친 11일 오스트리아 레오강 기자단 숙소에서 열린 사전캠프 결산 기자회견에서 무거운 얼굴로 답변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이날 세네갈과의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0-2로 패했다. [뉴스1]


전 세계 40억명 축구 팬들이 지켜보는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이 14일 밤(한국시간) 개막한다. 하지만 국내 분위기는 미지근하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북미정상회담, 6·13 지방선거 등 정치·외교 빅이슈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1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아프리카 강호’ 세네갈과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0-2로 졌다. 두 나라는 전력 노출을 피하기 위해 관중 없이 최소한의 진행 인력만 참여한 채 비공개로 경기를 치렀다.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1일 오스트리아 그로딕 다스 골드버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비공개 평가전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태용호는 이날 세네갈과의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0-2로 패했다. [대한축구협회]


신 감독이 “실전처럼 치르겠다”고 공언한 경기 결과는 0-2 패배. 후반 10분 수비에 가담한 김신욱(전북)이 헤딩 자책골을 내줬고, 후반 종료 3분 전 페널티킥으로 추가 실점했다. 세네갈 선수들은 거칠었다. 오른쪽 수비수 이용(전북)이 이마가 찢어져 7cm를 꿰맸고, 중앙수비수 장현수(FC 도쿄)도 귀 부근에 타박상을 입었다. 실제 경기였다면 퇴장을 줄 만한 거친 플레이가 속출했다.

한국은 지난 3일 러시아와 기후가 엇비슷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 시골 마을 레오강에서 8일간 훈련했다.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한 것에 대해 논란이 불거졌고, 뒤에 해프닝으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손흥민(토트넘)-정우영(빗셀 고베)의 불화설도 제기됐다.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한국 이재성(오른쪽)과 손흥민이 골찬스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7일 인스브뤼크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평가전(0-0무) 직후에는 ‘트릭(trick·속임수) 논란’이 터져 나왔다. 신 감독은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김신욱(전북)-황희찬(잘츠부르크)을 투톱으로, 이승우(베로나)-문선민(인천)을 양쪽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을 두고 “상대를 교란하기 위해 트릭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축구계 일각에서 “상대를 속이기 위한 의도였다고 솔직히 밝히는 게 트릭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월드컵 직전까지도 베스트 라인업을 결정하지 않고 선수 구성을 바꾸는 신 감독에게 ‘실험만 거듭한다’는 의미로 ‘과학자’라는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신 감독이 스웨덴과 1차전에 포메이션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그라운드의 여우’ 신 감독이 마법사처럼 트릭 작전에 성공할지 제 꾀에 넘어갈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11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기자단 숙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이날 신태용호는 비공개로 진행된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0-2로 패하며 오스트리아 레오강 훈련 캠프를 마감했다. [연합뉴스]

신 감독은 12일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기에 앞서 레오강에서 간담회 형식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현장 취재한 기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신 감독은 “우리는 본선 F조 최약체가 맞다. 그래서 평가전과 훈련을 통해 어떻게든 스웨덴을 잡아보려고 몸부림치는 것”이라면서 “다행히 중앙수비수 김영권(광저우)과 장현수의 기량이 많이 좋아졌다. 현재까지 경기력은 80% 정도인데, 러시아에 들어가 조직 훈련으로 나머지 20%를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만 계속한다’는 지적에 대해 신 감독은 “밖에서는 내 머릿속 구상을 보지 않고 쉽게 ‘실험한다’고 말하지만, 어떤 선수가 몇 분을 뛸 수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내 머리에 모두 들어 있어야 실전에서 즉각 대처할 수 있다”며 “선수 기용과 교체에 대한 구상은 실험이 아니라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신태용 감독은 차두리 코치와 함께 지난 10일 스웨덴 예테보리로 날아가 스웨덴과 페루의 평가전을 관전했다. 예테보리=박린 기자


신 감독 스스로 밝혔듯이 축구대표팀은 18일 열리는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 ‘올인’하고 있다. 신 감독은 “(지난 10일 스웨덴에서 열린) 스웨덴-페루의 평가전을 현장에서 직접 봤고, 스웨덴 경기 영상을 10게임 정도 분석했다”면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가며 스웨덴의 패턴 플레이를 머리에 입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밀 포르스베리(라이프치히)는 주 포지션이 왼쪽 윙포워드지만, 실질적으로는 섀도 스트라이커라고 보면 된다. 측면에 머무는 시간은 경기 중 채 10분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간을 중앙 지역에서 플레이한다”고 설명했다.

축구대표팀을 둘러싼 부정적 분위기에 대해 코칭스태프는 ‘정면 돌파’를 결정했다. 김남일(41) 코치는 지난 8일 “나도 선수 시절 (부정적인)기사 하나하나가 매우 힘들었다. 지금 뛰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주위에서 도와줘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본인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최근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내가 진다. 스웨덴전 준비에만 집중하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7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이승우가 볼리비아 호세 사그리도와 공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거치면서 선수들의 눈빛도 살아나고 있다. 20세 당돌한 막내 이승우는 볼리비아전에서 상대 공격을 막기 위해 헤드퍼스트 다이빙을 서슴지 않았다. 이승우는 “축구를 하면서 그런 (위험한) 동작을 한 건 처음이다.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 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한 것 같다”면서 “축구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3패를 당할 수도 있지만, 3승 또는 1승1무1패를 할지도 모른다. 팬들이 우릴 믿어주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스웨덴전까지만이라도 기다려주시면 자신감을 갖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국내에선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잘하면 축구 열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러시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박린 기자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핫딜 더보기

이 글을 공유하려면 링크를 복사하여 붙여넣으세요.
복사를 누르시면 자동 복사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