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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북한은 핵 무장 꿈을 접을 수 있을까

1987년 12월 한국에서 대선이 있었다. 당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후보로 나섰다. 결과는 노태우 후보가 30여 %로 당선됐지만 유세기간 중에는 야당의 두 후보 김영삼, 김대중 후보의 단일화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20년이 훨씬 지나 87년 후보 중 한 사람의 최측근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본 적이 있다. 상당수 국민은 야당 후보들이 여야 정권교체를 위해서 단일화 해주기를 갈망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 후보의 중도사퇴는 당파의 궤멸을 의미한다. 추종자들이 대선이 끝나고 국회의원이라도 하려면 정권 교체보다는 최종 완주가 더 중요했다는 것이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또 일어났다. 이회창과 노무현, 정몽준 후보가 격돌했다. 정몽준이 사퇴하며 노무현을 지지하는 바람에 나중에 정몽준 지지자들은 완전히 정치권을 떠나야 했다.

역사는 대부분 아이러니다. 그래서 배울 게 많다. 혹자는 87년 대선에서 야권이 져서 그 다음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됐고 3당 합당으로 이어졌고 그래서 김영삼이 문민정부를 열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치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항상 자기에게 유리하게만 행동한다. 87년 야권 단일화가 이뤄졌으면 벌써 통일이 됐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자신있게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지난해 망명해 온 영국주재 북한 공사였던 태영호씨가 지난 5월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을 내놨다. 이 책을 읽으면 북한의 내부, 특히 노동당보다는 북한 외무성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가 있다. 북한은 이미 60년대 중국이 핵실험을 성공시킨 후부터 핵무장을 준비했다. 김일성은 70년대 중반부터 중국과 소련이 북한의 핵무장에 반대한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소부터 속였다.

그들의 전략은 첫째, 남한의 전술 핵무기 철수다. 바로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 주장이다. 비핵화 구호를 내세워 중국과 미국의 의심을 사지않고 핵무기를 몰래 개발한다는 것. 둘째는 미국으로부터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핵 불사용 선언'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 선언을 해주지 않으면 핵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런데 역사는 소련의 몰락, 한국의 북방외교의 성공으로 김일성과 북한을 몰아붙였다. 소련이 해체된 그해 12월25일 김일성은 북한이 지게 되면 어떻게 해야겠느냐고 간부들을 모아놓고 물었다. 김정일이 대답했다. "수령님, 우리가 전쟁에서 지면 이 지구를 깨버리겠습니다." 김일성은 책상을 탁 치면서 "내가 듣고 싶었던 답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지면 이 지구를 깨버려야 한다. 우리가 없는 지구는 필요 없다"고 만족해 했다고 한다.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핵무기'를 꼭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단일화로 정권교체에는 관심이 없었듯이 북한의 집권층 정치인들도 인류 공영이나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보다는 그저 자신들의 정권 유지에만 관심을 갖고 있을 뿐이다.

북한 외무성 관료들이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는 이유도 한 분야에서 30~40년간 일한 덕분이라고 태영호씨는 확인해 줬다. 하지만 그들도 최고는 아니다. 90년대 이탈리아 외교관들이 수교 협상차 북한에 갔는데 '기생파티'로 대접하는 바람에 오히려 수교가 8년이나 늦어졌다고 한다.

드디어 오늘 저녁(11일 오후 6시) 싱가포르에서 '북한 핵무기를 없애는 회담'이 열린다. 50년 넘게 핵을 준비해 온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장병희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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