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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홈리스 고통 분담 '한인 만큼만'

한인타운 한복판에 홈리스 셸터가 들어선다는 '통보' 를 접하는 순간 울컥 불쾌했다. 반사적으로 92년 LA폭동이 떠올랐다.

홈리스 셸터 신설이 왜 한인타운 인근 주민들과 의논도 없이 결정됐나. 65개 침상 규모의 임시 트레일러가 홈리스 문제의 해법일 수도 없지만, 당장의 유일한 미봉책이라면 받아들일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왜 그 장소라야 하는지, 지역민들을 신중히 고려했는지,예상되는 문제점은, 보완책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일방적인 결정 통보에 한인 커뮤니티가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것은 정당하다. 그 불쾌감이 '한인타운이 무시당했던' 가장 아픈 기억을 소환한 것이다.

특정 커뮤니티의 해묵은 분노를, 엉뚱한 화살의 후폭풍을 고스란히 맞았고 덧붙여 공권력으로부터 버림받은 한인타운을 상처 투성이 맨몸으로 지켜냈던 이민 선배들의 아픈 역사가, 직접 겪지 않은 내게도 이처럼 각인된 트라우마로 숨어있을 줄은 몰랐다. 무시당했다-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는 절대 건드리면 안될 상처다. 그런데 이 같은 저항감을 '님비(Not In My Backyard)'로, 한인들의 이기주의로 몰고가는 움직임이 있다니 더욱 억울하다.

십여개의 홈리스 셸터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의 홈리스타운이 되어버린 LA다운타운 스키드로는 홈리스들만 사는 곳이 아니다. 스키드로의 중심은 '토이 디스트릭트'로 불리는 비즈니스 지구다. 빼곡하게 늘어선 낡고 허름한 건물 안에 수많은 홀세일 스토어들이 각자의 치열한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 비즈니스의 주인 다수는 한인들이다.



그들은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생업의 현장에서 홈리스들과 생활한다. 손님을 맞이할 상가 앞 도로는 약에 취해 쓰러진 홈리스들이 선점했다. 악취와 쓰레기는 일상 풍경이다. 불쑥 들어서 가게 안을 배회하고 상가 안 골목을 서성이고, 때로 음식을 때로 돈을 요구하다가 난데없이 고함을 지르고 약에 취해 옷을 벗어 던지며 욕설을 퍼붓고 가게를 막고 쓰러져 눕거나 사이렌 요란히 구급차에 실려나가는, 난감한 매일의 해프닝에 익숙해지려 무감해지려 애쓰며 그들은 묵묵히 살아간다.

만약 '홈리스 고통 분담 총량의 법칙'이 있다면, 다운타운의 한인들만으로도 LA한인의 할당 책임을 오래 전부터 충분히 채워왔고 현재진행으로 감당하고 있다 말할 것이다. 홈리스가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면 스키드로 한복판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이들 역시 그 시스템 부재가 배설한 힘겨움을 감내하고 산다.

그 모진 다운타운의 기억이 '울컥'의 또 다른 이유였을까. 그 힘겨움을 한인타운에서 또 반복하라는 것인가 싶은거다. 홈리스 셸터는 홈리스를 거리에서 시설 안으로 거두는 장소가 아니라 오히려 노숙자 거리 확산의 중심점이자 심장부가 되어 왔다. 스키드로의 지난 십여년 역사가 웅변한다. 때문에 더 치밀하게 계획되고 장기적으로 전망되어야 하며 매일 접하고 부딪치게 될 지역민들에 대한 존중, 그들의 공감과 합의를 무엇보다 우선했어야 한다.

타운에서 비즈니스를 꾸리는 한인들과 거주자들은 물론, 한인타운을 마음의 고향으로 의지하고 드나드는 수많은 한인들에게 그 저항감은 뒷마당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평이 아니라 앞마당의 생업을 위한 절박함이며 고단한 이민자들이 건강하게 키우려 애써온 또다른 고향에 대한 보호 본능에 가깝다. 홈리스 정책 실패의 여파가 다운타운에서 웨스트쪽으로 더 진행되기 전에 또, 한인타운을 바리케이드 삼으려는 것이냐는 떨쳐지지 않는 의심이 나의 과장된 기우이길, 피해의식이길 간절히 바란다.


최주미 디지털부 부장 choi.joom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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