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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나의 스노보드 성공 예감

만나고 싶은 이상형이 있지만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내가 원하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내 맘에 드는 사람이 아닌 걸 어찌 다른 사람이 내 맘에 흡족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혹 어쩌다 맘에 드는 사람 만났다면 한 번쯤, 의심이 간다. 하늘이 보내신 천사가 아닐까 하는.

몬태나주에 위치한 화이트피시로 스키 트립을 떠났다. 3월로 들어섰으니 성질 급한 봄기운이 느껴질 만도 하지만, 아직은 춥다. 서른두 명의 스키 마니아들이 함께 했으니 우리가 묵는 호텔(Viking Lodge)과 셔틀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스키장이 북적댄다.

날씨는 구름 잔뜩 끼고 시야가 어둡다. 심할 땐 바로 앞에 가는 스키어가 잘 안 보일 정도다. 눈은 펑펑, 소리도 안 지르고 장소 불문하고 내려앉는다. 다행하게도 산세가 억세지 않고 부드럽게 아담하다. 첫날 스키장 상주 가이드와 한 번 전 코스를 누볐는데 혼자서도 잘 찾아다닐 만큼 만만하다.

일주일 묵는 동안 험한 날씨가 닷새 반이다. 수요일 아침 반짝 얼굴을 내민 해가 반갑다. 옳거니. 오늘은 서둘러 가자. 무엇을 하든, 안전을 염두에 두고 몰려다니지 않는 것이 내 취향이다. 멤버들 스키 실력이 모두 상급들이라 자칫 코스를 선택할 때나, 출발하는 순서에 따라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차라리 혼자, 내 페이스대로 입맛대로 골라서 타면 편하다.



첫 체어(chair)에서 함께 앉게 된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꼭대기까지 가면서 가볍게 나누는 대화가 신선하다. 인사치레로 같이 타겠다 하면 보통은 짧게 "Sure"라로 대답을 듣는데 "Please do, thank you"까지 나온다. 마음이 확 당겨서 스키가 아닌 보드(board)로 주제를 삼아 대화를 이어간다.

스노보드가 배우고 싶어서 몇 번이나 운을 뗐지만 번번이 남편의 반대로 시작을 못 하고 나이만 늘렸다. 지금도 무척 해 보고 싶지만 이젠 늙어서 틀린 것 같다고 하소연했더니, 대뜸 나이가 뭔 상관이냐고 용기를 준다. 자기가 가르쳐 주겠다고.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시작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준다.

처음 만난 사람과 스키를 탄다. 물론 그 사람은 보더(boarder)다. 그 지역 주민이니 앞세우고 난 뒤 따른다. 첫 코스가 모글이다. 눈이 푹신해서 나도 겁 없이 탈 수 있다. 물론 혼자라면 절대 들어서지 않을 코스다. 날씨도 화창하니 시야가 확 트여서 오랜만에 물 만난 물고기가 되어 땀이 나도록 신나게 산을 내려온다.

모퉁이 돌아 내가 안 보이면 주저앉아 내가 보일 때까지 기다려 준다. 험한 코스 잘 따라 타는 실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일주일만 가르치면 보드도 잘 타겠다고 확신을 준다. 처음 3일은 가르치는 자기를 무지 미워하겠지만 그 후엔 억수로 고마워 할 것임을 잘 안다고 자신만만하다. 그 말에 난 이미 날렵한 보더가 되어 가파른 눈 산을 내려온다.


노기제 / 전 통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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